내 영혼이 말했네 나는 난쟁이보다 크지 않고 거인보다 작지 않음을 K.G
2024년 7월 8일 월요일 아침 9시
뉴스 보는데 어제 2차 선거 결과로 시끌벅적하네요. 일주일 전 치러졌던 1차 선거에서 ‘중도’라는 것 ‘똘레랑스’라는 것의 민낯이 드러나는듯싶었는데 2차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큰 틀은 건재하다는 결과가 나왔네요. 최종적으로는 도박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오늘은 파리사리 2에 글 올리는 날이라 저 얘기를 써볼까 했지만 아이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아침 먹고 나서는 제 시간을 따로 내기가 좀 힘들 것 같아서 금요일에 파리 나가서 만두 한 접시 사 먹고 돌아온 그날의 일기를 올립니다.
제 하루를 함께 걸어주셔서 고마워요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아침 8시
벌써 철커덕. 퍽. 하는 기계 소리가 들린다.
드르르르르 하며 드릴 소리가 날 때도 있는데 이땐 땅도 흔들리고 집도 흔들리는 것 같다.
집 앞에 백 미터가 조금 안 되는 일방통행 도로가 있는데, 어제오늘 그곳의 과속방지턱을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쉬고 총 5일 작업이다.
지난겨울 2월 즈음에 '과속방지턱 제거 프로젝트 안내문'이 이 거리에 있는 서너 개의 전봇대에 나붙었었다. 이것을 본 동네 터줏대감 두어 명이 탄원서를 들고 다니면서, 이 거리에 살고 있는 스무 가구 정도에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렇게 제이와 나도 싸인을 했다. 그분들은 시청에 약속을 잡고 찾아가서 담당자를 만났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몇 개월 잠잠해서 잘 해결되었나 보다 했는데 지난주에 또다시 동네 전봇대에 시청 도장이 떡하니 찍혀있는 안내문이 부착되었다. 새로운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과속방지턱 제거 작업 일정'이었다.
작은 개미들의 분주하기만했던 반란은 젠틀한 권위에 소리소문 없이 잠재워졌다.대개 그러하듯이
우리 집 앞에 있던, 핑크색 형광물질로 크게 'X'가 써져 있던, 그것도 이제 없다.
이제껏 쉴 새 없이 들고 나는 저 쇳덩어리들의 속도를 줄이게 하기 위해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온몸으로 그 무게를 다 받아내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부디 좋은 곳에 가서 남은 생은 몸과 마음이 편안히 두고 살길 바란다. 잘 가라. 안녕
————-
'내 인생길 곳곳에도 과속방지턱이 있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그리고 지금도 그것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면,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설치했을까.
나는 그 과속방지턱을 이제 걷어내야 할지.. 하고 생각을 이어가려다 보니.. 문득,
'내 인생길에는 과속방지턱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설치해야 하는가'
'없다고 해서 굳이 설치해야 하는 그런 이유가 지금 있는가'
'계속해서 설치하지 않고 사는 것의 리스크는 또 얼마나 될까'하는 턱에 걸리게 된다.
과속방지턱은 분명 과속을 방지하자는 것인데..
내가 설정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시속 30킬로도 되지 않는다면?
과속방지턱이 필요한 길, 속도를 내며 달릴 계획이 지금 있는지?
나의 연식 대비 상태는 어떤지?
있는 걸 뜯어낸다면 추후 대책은?
...
과속방지턱이 있어야 하는지 없어야 하는지..
뭔가 머릿속에서 정리되지가 않는데..
이 정리는 또 언제 할지..
정리할 것이 진심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
많이도 널어놨다 널어놨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또 생각의 쳇바퀴..
돌고 돌고 돌기만 할 뿐
어차피 관뚜껑 닫히기 전의 삶은
그림자를 잡으러
허깨비를 좇는 형상이라 해도
그래도 인간이면 생각을 하고 살아야지 하다가도
그냥 나무처럼 꽃처럼
그냥 그대로 존재하기만 해도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데로
그냥 살아가자 싶기도 하다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시간에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자 싶기도 하다
과속방지턱 설치,
어차피 내가 뭐라고 씨부려싸도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맘에 안 들면 군수든 시장이든 한번 돼보고 말을 혀
그냥 이제 또 새로운 질서가 생길 테고
난 거기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지
군시렁 궁시렁대도 어차피 세상은 지 쪼대로가고
네 인생 과속방지턱 따위 궁금한 사람 일도 없어
그냥 잘난 척 말고 니도 그냥 니 쪼대로 살으.
살다보믄 미친놈 이상한 놈 하나씩은 꼭 있으니
이제 과속방지턱 없는 너희 집 앞
난폭운전 한두 건은 있을 확률커질거구먼
사고안나게 조심하믄스 그렇게 댕기
그렇게 살면 되여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주행 속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하여 길바닥에 설치하는 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거 환경이나 보행자 보호를 위해 설치한다. 속도의 제어라는 기본 기능 외에 통과 교통량 감소, 보행자 공간 확보 및 도로 경관 개선, 노상 주차 억제와 같은 부수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감속으로 인한 연비 저하, 연료 소모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되고, 탄소 배출이 증가하며, 감속을 위해 브레이크를 깊이 사용함으로써 브레이크 분진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화된다. 또 교통흐름 저하로 인해 차량 운행시간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상승한다.
또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노후화를 가속시키며 특히 서스펜션과 섀시 계통 부품에 충격을 상당량 전달한다. 특히 과속방지턱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한국에서는 서스펜션과 하체 부싱의 마모가 빠르게 진행되어 이로 인한 수리가 빈번하다.
설치된 지 오래되어 도색이 벗겨지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도색이 없을 경우 과속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빠르게 통과하여 차가 튀어올라 손상될 수도 있다. 구조물의 콘크리트 일부가 깨져서 타이어에 손상을 조금씩 주는 곳도 있다.
오늘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등교하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 두 달간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현재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그냥 즐겁게 놀아볼 계획만 있다
이제 9월까지 나 혼자만의 시간도 없다.
빠른 속도로 나갈 준비를 한다.
코에 바람 좀 넣어주자.
지금 바로 나가자.
대문을 열고 나왔다.
정면으로 인부 둘이 보인다. 거리 양쪽에 차량진입 통제를 위해 바리케이드가 놓여있다. 인부들 쉬는 공간으로 보이는 컨테이너와 이동용 화장실도 있다. 공사 기간 중 주차가 금지되어 거리가 완전히 텅 비었다.
이 공사구간의 끝 쪽까지 내려오니 여전히 주차되어 있는 차가 한 대 있다.
'L'Île-de-France 일드프랑스 75'를 달고 있고 이것은 파리지역넘버이다.
다행히 거리의 끝 부분인 동네 초입에 세워져 있어서 그냥 그대로 두고 견인하지는 않았다.
mini cooper noire. 검은색 미니 쿠퍼 모델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 미니.
내가 얘를 볼 때마다 염려했던 것처럼 미니는 여기에 버려진 것이거나 그녀의 주인이 증발되었거나 올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인 것이 이제 좀 더 확실한 것 같다. 이 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량이 모두 빠지고 나니 이 아이의 결핍이 표면으로 두둥 떠오른 것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 삶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혼자서 이렇게 도드라져 보이는 너를 보니 마음이 아린 것은 부정 못하겠다.
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냥 계속 그렇게 있을 거니
이 동네 이사 온 지 2년 조금 지났다.
미니가 거의 1년 이상 저 자리에 방치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을 목격해온바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미니가 눈에 들어오는 날에는 아이에게 'broken window effect' 깨진 유리창 효과라는 단어를 나도 모르게 반복학습시키고 있었다.
브로큰 윈도우 이팩트.
치안이 허술한 골목 두 곳에 자동차를 한 대씩 방치하는 실험을 했는데 한 대는 보닛만 열어두고 나머지 한대는 보닛을 열어두고 창문도 좀 깨어두었다고 한다. 일주일 뒤 보닛만 열어둔 차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창문까지 깨져있던 차는 배터리와 타이어 모두 사라지고 심한 낙서가 되어 있었고 쓰레기도 투척되는 등 폐차 상태처럼 보였다고 한다.
물론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미니에게 지난 일 년은 표면적인 상처가 더 많이 생기고 기존의 상처도 깊어진 해가 맞다. 피부도 일 년 전에 내가 보고 나도 이런 거 한대 있음 딱 좋겠네 했을 때와 너무 다르다. 그야말로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폭삭 늙어버렸다. 그에게 예쁨 받고 관리도 꾸준히 했다면 쟤가 저런 상태까지 될 리가 있었겠는가. 너를 처음 만난 순간에는 간과 쓸개까지 다 내어줄 듯하던 그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사랑받는 여자'라는 수동적인 타이틀도 별로지만 '방치되는 여자'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폭력적이구나.
옆구리에 누가 찍-하고 긁어놓은 그것을 시발점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이 조금씩 똑같은 짓을 너에게 한 것이고, 한마디 말도 없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낸 것이리라. 만약 과속방지턱 제거 작업으로 이 거리의 모든 차를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해 달라는 요청이 없었다면, 낯선 이곳에 그렇게 버려진 듯 소외되었던 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진짜 혼자였다는 것을, 돌봐주는 이 하나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외롭게 견뎠을 거라는 동정을 확정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냥 계속 그렇게 있을 거니
너를 보면서 작년 중학교에서 일할 때가 생각이 갑자기 나네.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던 전학생 3학년 1반 Job. 교실에서는 크게 어려울 것 없이 묻혀서 지나가더라도 점심시간이 되면 고스란히 드러나는 깊은 그림자. 도서관이 닫힌 시간에는 운동장 구석에 앉아서 먼 하늘만 바라보던 움직임 없던 두 눈. 특히 노엘 방학을 앞둔 날에는 급식으로 특식이 나오고 큰 무리가 형성되고 너는 덩그러니 섬처럼 순식간에 혼자가 되었어. 양쪽 의자를 비워버리는 같은 반 친구들.
어느 날이었던가 너네 반 선생님이 결근을 해서 내가 자습감독을 들어갔을 때, '교실에서의 너'도 보게 되었지. 네가 내게 말을 걸거나 우리가 대화할 때 난 네가 수업에서는 자유롭게 훨훨 날 것이라고 걱정을 놓을 만큼 넌 착하고 마음이 열린 아이야, 근데 선생님이 없는 수업시간은 그냥 또 다른 점심시간과 같더구나. 너에게 무슨 역병이라도 있는 듯 주변엔 아이들이 왜 하나도 없나 싶어 속상한 마음에 네 곁에서 말도 더 걸어주고 했었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널 더 비참하게 만들 것 같아서 그냥 난 널 다시 혼자 두는 선택을 했어.
교실 상황까지 파악한 후에 Inés이네스에게 슬쩍 물어봤어. 그랬더니 네가 체육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나 신체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거부한다고 하더라. 첨엔 체육선생님이 약간 푸시하니까 소리까지 지르면서 체육관을 나갔다고 하더라. 이렇게 네가 유별나게 행동해서 아이들이 너를 멀리하는 것인지, 아이들이 너를 멀리하기 때문에 네가 아이들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더구나.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이 체육시간 활동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았을 때 너는, 나와 즐겁게 얘기하던 그런 아이가 아니라 날을 잔뜩 세우고 아이들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가득했었어. 그래서 마음이 좀 아프더구나.
Bruna브루나, Quentin꺙땅, Solène쏠렌, Gabriel갸브리엘. 너네 반 그 킹카그룹 얘네들을 몇 개월 전에 스케이트장에서 만났는데 모두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너무 행복해하더라 그래서 토요일이라고 함께 음악 속에서 춤추듯이 돌고 있더라. 덩치는 산만한 것들이 살갑게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 마담이라며 한 줄로 쭉 서서 들이대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내 애정이 뿜뿜 쏟아나게 만들더라. 네가 경계하듯이 그렇게 나쁜 아이들이 아니고 너도 그 아이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이상한 아이가 아닌데 왜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결국은 싫어하게 되고 피하게 되는 걸까
올해는 고등학생인 네 곁에도 네 결에 꼭 맞는 친구하나 만나서 즐겁게 수다도 떨면서 네 원래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어 반친구들과 오해 없이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누구를 만나 친구가 되던지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올 거야. 한 우주와 또 완전 다른 우주 하나가 만나는 데 평탄하기만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거고 인간관계는 원래 어려운 거래. 이 충돌 과정을 통해서 또 하나 배운다고 생각하고 너와 그 친구가 함께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건강한 인간관계는 자신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되니까,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해. 네가 만약 너를 보는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넌 맨날 네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될 거구, '나는 대체 왜 이럴까'이렇게 되는 거지. 뭐 워낙 말빨 쎈 Job이니까 알아서 잘하고 있으리라 본다. 어디서든 잘 살아라.
걷다 보니 몸이 점점 더 달궈진다.
후끈해진다.
빛이 피부를 뚫고 깊이 더 깊이 파고든다.
그래. 더.
조금 더..
내 심장까지 닿아줘
제발
나올 때 입고 나온 바람막이를 벗어서 허리춤에 묶었다. 이제 나도 저 사람들처럼 입고 있다. 오늘과 너무나도 닮은 핫연두색 반팔 티셔츠 하나. 안에 아무것도 받쳐입지 않았으나 춥지 않다. ‘춥다’라는 단어를 찰월에 아직 달고 있는 너.. 문득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면서 딸아이에게 속에 러닝을 하나 더 입어야지 하며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내가’ 하나룰 꺼내와서, 아이의 양팔을 ‘내가’ 들어 올려 받아들임을 수동성을 강요했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사이도 없이 나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순식간에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무시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작은 경험들이 모여 자아는 형성된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아이의 수동성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당장 멈추도록 하자.
아이의 온도가 다르고 나의 온도가 다르다.
이른 아침에는 분명히 춥긴 했지만 아이는 오늘 마지막날 기념으로 학교에서 급식을 친구들과 함께 먹는다. 그래서 좀 더운 시간도 보낼터인데 집안에서 중년의 시간을 지나며 조금만 추워도 꽁꽁 싸매고 그래도 춥고 조금만 더워서 정신줄을 잡고 또 잡아야 하는 너의 온도계를 들이대며 집 밖에서 초록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너의 시간을 강요한다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폭력일 수 있으니 당장 멈춰야 한다. 강요가 아닌 ‘교육’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너의 불완전하고 불명확한 습관적 언행에 대한 점검부터 철저히 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
두 달간의 긴 방학 동안 우리가 서로 에게 더 나은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 함께 성장하기 위해.
장장 두 달이라는 긴 방학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온 것은 잘한 결정이다.
이제 어디로 가서 네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사이 역에 도착했다.
일단 저기 오는 저 기차에 오르자.
무엇을 타든 파리를 지나간다.
그래도 시간이 길지 않으니 샹젤리제 주변 관광객 구경이나 에펠탑 주변 관광객 구경은 하러 가면 조금 빠듯할 듯하다. 오늘 이후에는 두 달간 특별훈련 기간이라고 생각하니 오늘의 이 외출이 급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이 라인 어딘가에서 내려서 점심 먹고 조금 걷는 정도가 좋겠다. 여기도 관광객들은 많으니까 사람 구경이야 원 없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샤틀레 가서 손만둣국 먹고. 좀 걷다가. 집에 가는. 일정이 딱 좋겠다.
노트르담역에 내렸다.
바로 옆에 연주자 한분의 동영상은 따로 올렸어요
변화..
인간은 변할 수 있는가 변할 수 없는가는
별할 필요를 느끼는가 느끼지 않는가의 문제이다.
제이에게 나는 자신을 버리지 않을 여자
그래서 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터
그렇다면 그를 위해서라도 이 말을 해야하나
“네가 변하지 않으면 난 떠나”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
고쳐쓸 수 있는가 없는가
고쳐서라도 쓰고 싶은 건가
그러고 싶지 않아 하는 말인가
나는 제이를 고쳐서라도 데리고 살고 싶은가
고장난 걸 고쳐 쓰는 애를 쓰느니
그냥 버려버릴까
버린다고?
누구를?
네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
고쳐 쓴다는 것은 상대가 무기력하고 더 열등적이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고 그의 수동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나에게 ‘인간이 인간을 고쳐쓴다’라는 말은 마치 우울증환자에게 과도한 약을 처방해서 뭔가 사람의 심지를 빼놓는 것처럼.. ‘자신’을 잃은 껍데기를 데리고 내 맘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와 사는 듯 약간 섬뜩하고 어떤 의미에선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맞짱떠야하는 건 저 화상이 아니고 술이다.
여름이 되고 일조기간이 길어져서일까
제이의 취하지 않은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도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다
내가 쟤보다 잘난 것 뭐가 있는가
착각할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해야한다
미우나 고우나 쟤랑은 운명공동체로 묶여버렸다
사람은 안 바뀐다?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나는 창조자가 아니다. 같은 차원을 살아가는 존재에게 이렇게 단언할 수 없다.
또한 나는 절대자도 아니다. '절대'라는 말은 절대자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사람, 바뀌지 쉽지 않다. 정도가 좋겠다.
가능성의 여지도 있고..
'네가 변하지 않으면'
'내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네가 변하면'
'내가 변하면'
'우리가 변하면'
'네가 변하지 않아도'
'내가 변하지 않아도'
'우리가 변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루가 갔다
그렇게 일 년이 갔다
그렇게 십 년이 갔다
모르겠다
일단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자
오늘 하루 일단 살아낼 궁리를 하자
그리고 저녁에 다시 생각하던가 하자
또 다시
다음에 다음에의 순환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일년이 간다
십년이 간다
…
반복
순환
…
관뚜껑이 열린다
관뚜껑이 닫힌다
후회할 겨를도 없이
후회할 필요도 없이
됐다
그만하면 됐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잘 왔다 간다
남겨진 모든 것을 추억하며
그렇게 왔던 곳으로
나 돌아간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