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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외곽 한국여자 Jul 02. 2024

파리외곽. 줌마의 2024 07 01 월요일 아침

바다보다 넓은 것은 하늘이고, 하늘보다 넓은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VH

오늘은 칠월의 첫날이다.


놀랍다.

·             '갑진년 푸른 용' 의 해, 그 중간 정차역에 벌써 도착한 것이다

              이번 종착역에선 '2025 을사년 푸른 뱀'이  바통 터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             7월의 첫날이 월요일로 딱 떨어진다

·             날씨예보도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계절의 순서' 따위는 잊자 정해진 것은 없다

·             지난밤 숙면을 취했으며 오늘도 선선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이것은 꿈일까

·             4계절이 공존하는 듯, 오늘 아침 거리에는 나시에서 파카까지 각인각색의 옷차림으로 파리외곽 패션 위크가 활짝 열렸다

·             코크리코.. 가늘디 가는 긴 허리를 가진 새빨간 개양귀비꽃.. 종잇장보다 얇은 심홍색 얼굴을 하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태양이 끓으면 끓는 대로 그렇게 또 그렇게.. 봄 여름 그리고 이 가을 날씨에도 고개를 여전히 빳빳이 치켜세우고는 온 동네를 물들이고

·             이름 모를 저 나무.. 정해진 계절의 위계질서는 애초에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듯, 독자적으로, 단지 본능에 입각하여, 초록잎 대신 우수수 낙엽을 흩날리고 있다.


오늘.

이 아침.

경이로움을 넘어 신성함까지 느껴지는 찰나의 시간.

그 궁극의 아름다움.  


제게도 허락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잠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지금. 오전 아홉 시를 지나고 있다.


8시 정도에 아이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섰다.

제이의 차로 가지 않는 경우에는 킥보드를 주로 타고 가는데, 오늘은 아이가 걸어서 가겠다고 한다. 시간도 충분하고 날씨도 완벽하다.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이 있겠는가. 느긋하게 아이를 데려다주러 가는 길에 우리 집 50미터 거리에 사는 이녜스와 그녀의 아빠 그리고 첫 번째 여동생을, 오는 길에는 저번에 댄스 발표회에서 마망 꿀리스를 한 엄마도 마주쳐 아침인사를 나눴다.

거리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활력과도 눈인사했다. 지난 하루의 피곤함이라는 옷은 모두 어디에다 다 훌쩍 벗어던져버리고, 파릇파릇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새 날개 옷을 받아 입고 한없이 가벼워진 몸에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는 듯하다. 오늘 아침 새로 받아 든 생명으로 생애 첫날을 사는 듯 이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워 보인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여기 살면서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이라고 하는 여덟 시간은 자 본 적도 없고 그나마 자는 잠도 지난 십 년간 거의 쪽잠 수준이었다. 그런데 간밤에 잠을 너무 잘 잤다. 깨지 않고 여섯 시간을 내리 잤다. 그래서 나도 저들처럼 돈을 벌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게 새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온도 22도 습도 50퍼센트. 이 최상의 조건이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뤄냈다. 지난 비 오는 날도 온습도가 참 좋았던 것 같다. 감사하다.


건강한 마음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좀 덥고 좀 추워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그 시간을 건너갈 수 있을 거라 감히 짐작해 본다. 하지만 젊음과 건강은 우리를 무작정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귀한 이런 날들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지도록 개인적으로 낮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것을 더 이상 경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 말이 우습게 들리지 않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아니 벌써 온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 관뚜껑은 닫히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내 몸뚱이 내가 지키고 내 마음 건강도 내가 신경 좀 써 주어야 한다.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그녀가 아직은 숨이 붙어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버티고 버텨줘서 고맙다. 내가 너를 좀 더 아껴주리라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모든 국민이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만끽할 수 있는 날씨이다. 인간계에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그 평등. 물론 동물계나 식물계로 좀 더 세상을 확장해 봐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등이 과연 존재할 까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이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왜냐하면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평등에 목말라하는 건데? 평등이 뭐 별거인가?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목말라 보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는 오만한 삶을 내가 그동안 살았던 것인가? 굳이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가족을 이루고 이렇게 살아보니, 추위와 더위의 위력에 노출된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체력도 심력도 바닥이 되어보니 오늘, 모두에게 평등한 이 날을 받아 들고 나는 너무너무 감격스럽고 또 무척이나 감사하다.


돈이 있든 없든 에어컨이 있든 없든 선풍기가 한대이든 열대이든, 바람 세기도 온오프만 되든 백 단계 조절이 되어 잠잘 때도 틀어놓을 수 있는 선풍기가 구비되어 있든 아니던.. 아무것도 없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완전한 야생적 평등. 인간이 기원하기 전의 태초의 평등을 느끼는 듯했다. 평등하게 숨통 트이는 날이었다. 물론 매일이 이럴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 같은 이런 멋진 날을 나도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나의 현재이다.


자기 화도 관리가 안 되는 데 덥기까지 해서 폭발직전까지 가는 ‘이 화상아,가 닉네임인 저 남자’

그 곁에서 화병의 꽃을 가꾸는 것은 꿈도 못 꾸고 ‘홧병에 담긴 꽃에만 주야장천 물 주고 있는 저 여자’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서 생존본능 갑으로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까지 쫙쫙 흡수하며 적립된 이 엄청난 에너지를 멀지 않은 어느 날 모두 방출해 낼 ‘그들의 아이’까지도..

모두 자연의 '관용' 그 위대함 앞에서 말도 행동가짐도 좀 더 부드러워지는 듯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트 월슨 스미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네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제 응접실 바닥에 깔고 잤던 매트리스는 다시 이층으로 올렸다. 그리고 지난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셋 다 숙면을 취했다. 제이도 모두 같은 층에서 함께 잔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 집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확신을 저런 작은 일 하나에도 가질 수 있다면 자주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생각했다. 이 다짐은 아픈 개에게 물렸을 때 매몰차게 그것을 향해 큰소리를 내지르며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아직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기에 현재로서는 유효하다. 매일 아침 크와쌍을 두 개 구워 마누라와 딸내미의 접시에 얹어 주고는 자기는 마른 빵이나 수퍼에서 산 빵오레를 구워 자신의 접시에 두고 아이의 우유를 준비하는 등 아침 상차림을 기계적으로 해내고 있는 그의 아침 의식에도 일종의 감사함도 있다.

'주말이라도, 적어도 집에서만이라도, 좀 존중받고 싶다'는 그의 말과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에, 그가 술 마시고 진상 짓 하던 것은 제발 잊고 최대한 그를 존중하는 마음을 품고 또 그런 말을 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뜬금없지만 눈을 뜨면서 다짐을 했다.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가고 싶느냐고 누가 물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해야겠다'라고.


어찌 생각해 보면, 만약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면 저 다짐과는 반대로 내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을 떠올려 그중의 하나를 취사 선택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을 터이다. 그런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현실'이란 것이 현실에 진정 존재한다면. 이 문장에서 나는 그 어떤 누구도 그렇게 완벽한 삶을 살지 못할 것이며 '너무나도 만족스럽다는 상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굉장히 확고한 주관적인 틀을 가지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분명히 '너무나 만족스러운 현실'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어제 아침, 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갑자기 시작되었던 뜨거웠던 3일간의 여름을 보낸 후 맞은 이 아침 나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순간'을 경험했고, 그것은 '너무나 만족스러운 현실'이 아니고 무엇일까. 짧은 찰나의 순간의 합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찰나의 시간 그 자체가 그냥 그 순간의 완전한 현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다시 되돌리지 않을 것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현실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이를 내팽개치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상태가 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있을 수도 있어 손대기 어려운 지경일 수도 있고, 혹 이 현실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완성하지 못한 과제처럼 평생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정신상태로 어느 곳의 어떤 데로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생각도 들었기에 시간을 되돌려서 이 현실은 없던 것으로 쿨한 선택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도 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지. 더럽다고 피하면 어떻게 할 것이며, 이생의 상황도 정리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 가서 일을 더 벌여놓을까 하면서. 결혼을 결심했던 그 시절 '병든 개는 내가 고쳐 쓴다'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었고, 현재는 '병든 개를 어찌 내치겠는가'로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이 생을 버리고 다른 생을 다시 시작할 생각은 못하겠다. 물론 그 병든 개는 그이 입장에서는 이 글을 적고 있는 이 작가명미정이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것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니 가능한 것이고, 어쩌면 이 또한 우리들의 운명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서로 집착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 모습이 어떻게 매듭을 잘 풀어내어 공예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과연 그런 날은 올 것인지, 과연 우리 발목에 묶여있는 이 붉은 줄이 제대로 이어진 것이 맞는지 여러 의문점은 있지만 그래도 현실을 피해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라는 것은 없다.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기 전에는 '만약 시간을 되돌리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란 것이 있었다.


첫 번째, 버스맨 오빠가 내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우리 집 버스정류장에 나를 따라 내렸던 열 시 반이 넘은 깜깜했던 밤, 일단 그날 아침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늘 저녁에 나를 절대 마중 나오지 마시라, 야자하고 오는 딸내미 마중을 원래 잘 나오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산통을 다 깨면 안 된다"라고.


두 번째, 이 우산 사건 이후 8년이 지난 어느 날 대학교 도서관 정기간행물 열람실에서 다시 만난 그.. 나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몇 시에 집에 가냐고 물었던 나의 첫사랑 오빠. 9시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두 시간 남짓 시험공부가 될리는 만무했고.. 학교에서 집까지 버스로 15분 거리였지만 시속 30킬로로 움직이는 오빠 차 안에서의 30분. 어찌나 떨렸던지.. 내가 넷째 손가락에 끼고 있던 커플반지를 보며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던 그, 남동생의 수많은 커플반지 중 하나를 주워서 끼고 있을 뿐이라고 하며 오빠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니 엄마가 해 준 거라고 한다. 너를 만났던 고등학교 그 시절이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었다고 하며 내가 준 편지와 일기장은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심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에 동네 어귀에 들어선다. 내가 버스를 어디서 내리고 어디서 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 그날 불 꺼진 슈퍼 앞에 우리는 도착했다. 그의 차가 멈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그런데 갑자기 시동이 꺼진다. 그가 시동을 껐다는 표현이 또한 더 적절하겠다. 내 심장은 이미 터진 듯 작동오류가 나 버렸는지 얘기를 좀 하려던 그를 향해 ‘안녕히 가세요’해버리며 눈도 안 마주치고 문을 열고 나와버렸던 그날, 그날로 돌아가고 싶은 적도 있었다.


인생의 각 단계별로 해 내야 하는 과업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엔 마치 단추구멍을 하나 건너뛰고 나중에 뭔가 어정쩡한 맵시에 싹 다 풀고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하던가 아님 그냥 그 상태로 그렇게 어정쩡하게 살던가.. 해야 하는데.. 어쩌면 나에게 있어 첫 단추였던 그리고 눈만 뜨면 생각나고 눈을 감아도 꿈에서조차 항상 기다렸던 그 사람이 내 눈앞에 실제로 떡하니 나타났는데도 어쩌지 못하고 뒷걸음치는 그런 모양새는 한 번도 좋은 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삶의 결핍적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사건 전 후에 달라진 것이 전혀 없음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시점은 다시 돌아갈 필요가 분명히 있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백 번째..

모두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나는 지금 이 생을 살아내야 한다.

피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외부 기온 18도이다. 집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두었더니 18도에서 20도까지 어느 방향에 있는지 어느 높이에 있는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까 아이를 데려다줄 때 입었던 바람막이를 여전히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서늘한 정도이다.


나는 이제 집 안에 들어앉아서 프랑스의 날씨가 '어쩌니 저쩌니' 논하지 않을 생각이다. 설사 밖에 나가서도 프랑스의 날씨는 이렇다, 이렇게 '확정'하여 말하는 것을 될 수 있으면 피할 생각이다. 지금 바깥 기온이 어떻다고 휴대폰 날씨 어플에서 본 기온과 습도는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있을 지언 정, 나의 내외부적 상태와 상황에 따라 너무나 상이할 수 있는 주관적인 것임을 제대로 느끼는 요즘이다.


이렇게 4계절이 공존하는 듯한 상태에서 아무리 선선한 날이라도 내가 달리고 있다면 반팔이 무엇인가 나시차림이라도 결코 춥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분명히 아침에 나갈 때는 추웠는데 선선하고 닭살 돋는 찬 기운도 쓰윽 존재감을 드러내는 햇빛의 강렬함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그래서 입었던 바람막이를 벗어 허리춤에 묶고 담벼락에 붙어 그늘 아래서 좀 걷다 보면 또 금세 서늘하여 옷을 풀어 다시 걸치게 된다. 집안에 들어앉아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여름이라도 라디에이터를 책상 아래 아직 두고 있고 긴팔 가디건은 의자에 여전히 걸쳐두고 있는 이유이다. 집안에서도 나의 방과 부엌은 거실이나 응접실과 온습도가 같지 않다.


결국은 적정한 온도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바캉스도 가고 아이에게도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느라, 날씨 얘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인간사가 그렇게 쉬우면 무슨 걱정이 있을 것인가 싶기도 하다.. 음.. 좀 더 긍정적이어야 한다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인생이 술술 잘 풀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여기 박제해 두고 한 번씩 봐야겠다. 제목은 약간 b급 감성이고 내용도 이미 모두 다 기본적으로 아는 것들이지만, 뭔들. 실업급여는 이제 이번달로 종료가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이제 장착할 시간이다. 외국인 경력단절 중년인데 아직 아이는 어린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지 않기에. 그래도 다행히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 감사한다.


일단 저 무속인이란 분이 누군지도 확실히 적혀있지 않고 출처도 없이 떠도는 글이지만 복붙은 예의가 아닌 듯하여, 타이핑 시작한다. 아이 점심 픽업 전에 닭가슴살 사 와서 너겟을 만들어야 하고 노동청 구직 사이트와 바캉스 어디 갈지도 살펴봐야 하니 얼른 두드려본다. 따다다닥...


'진짜 용한 무속인이 알려 준 인생이 술술 잘 풀리는 방법'


1. 남의 말은 가급적 많이 듣고 자신의 말은 최대한 적게 하라. 사람의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다

2.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좋은 기운이란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오기 때문이다.

3. 일찍 일어나야 한다. 하루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생겨 인생이 잘 풀릴 수밖에 없다.

4. 책을 가까운 친구로 만들어라.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폭넓은 사고와 이해력을 갖추고 유연한 사고와 대응력을 가진다.

5.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인상이 각인되기 마련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예절이다.

6. 항상 겸손해라. 겸손은 미덕이다. 겸손은 나아가는 사람에게 자신의 뒤를 돌아보게 해주는 마음가짐이다.

7.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라. 인간관계의 갈등을 줄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8. 행복할 때 약속하지 마라. 슬플 때 다짐하지 마라. 화났을 때 말하지 마라.

9. 지나간 과거는 잊고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계획하라. 과거에 갇힌 사람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10. 한 번뿐인 삶이다.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11.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기보다는 개새끼를 적게 만나는 게 복이다. 항상 내 주변사람을 잘 살펴봐라.

12. 너무 착해지려 하지 마라.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하는 게 아니라 세 번 참으면 호구가 될 뿐이다.

13.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나를 해하는 사람과 계속해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이다.

14.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지 않으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내 행복도 모두 내 선택이다.

15. 즐길 수 없으면 피해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 도망치는 건 비겁한 게 아니다.

16. 하루에 세 번씩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줘라. '괜찮아' '잘하고 있어' '다 잘 될 거야'

17.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퍼주고 헌신하다 정작 다 뺏기기만 하고 내 상처만 늘어갈 뿐이다.

18. 나를 돌보는 일에 소홀해지지 말아라. 내 곁에 끝까지 남는 건 나뿐이다. 나 자신이 내 절친이니 제일 사랑해 줘라

19. 누구나 처음 산다.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 자책하지 마라. 네 탓이 아니다.


100% 인정하는 부분도 있고 객관적인 사실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주관적으로 약간 수정되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정도에 따라서 또 이견이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균형이라는 도구로 충분히 가공하면 원석을 넘어서는 빛나는 세공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은 당연지사. 인터넷에 쏟아지고 넘쳐나는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과 명언들 중에 어디 나쁜 것이 하나라도 있던가. 물론 철학이 달라서 거르는 문장은 있을 수 있겠으나 와닿은 문장을 우리가 실현시키기만 한다면.. 인생, 그까짓 거 너무 쉽지 않겠는가마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날씨 이야기를 하고 7월 1일 오전 아홉 시에 대한 박제는 마무리한다.


아래 인용은 2013년 한국의 시월 중순 날씨 보도의 일부이다.

오늘, 활동하기 좋은 날씨… 이번주 대체로 맑아
 
 가을의 한가운데로 접어들면서 사람이 활동하기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적당한 습도는 기온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보통 기온이 21도에서 23도일 때 습도 50퍼센트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요즘이 딱 그런 날씨입니다.
 
 그러나 이번 주는 후반으로 갈수록 기온이 내려가 또 한 차례 가을 추위가 찾아오겠습니다.
 
 유난히 짧은 가을 날씨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겨울을 지나 봄을 기다리다가 여름도 찔끔 가을도 찔끔 오는 형국이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 살고 있지 않으니 한국의 날씨를 기준으로 프랑스 날씨에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이 나라의 공기와 바람에 집중하며 매일매일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받아들이며 차근차근 익혀나가자.


겨울 뒤에 봄 여름의 순서가 아닐 수도 있음을. 겨울에서 가을로 뒷걸음질쳐서 여름에 닿을 수도 있음을.


이곳에 산지 십 년이 지나서야 날씨에 집중할 수 있는 약간의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선선한 이 가을날을 원 없이 즐길 방법이나 궁리하면서.. 웬 호사를 이렇게 누려도 되나 싶지만, 박스 속 앵커가 "유난히 짧은 이 좋은 날을 만끽하시라"라고 공식적으로 권유까지 하시니.. 꼭 그렇게 하기로!


2013년. 나는 한국에 있었고, 싱글이었다. 나는 그 달디달다는 '젊은 날'이라는 것이 ‘만끽해야 하는, 유난히 짧게 지나가 버리는’ 것임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보내버렸다. 그런데 그것과 너무 닮은 '그런 날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좋은 날은 돌고 돈다 그래서 반드시 또 온다'는 사실을.. 또한 잊고 살았다. 그래서 또 그렇게 많은 순간들을 스쳐 보내버렸다. 방금 전까지 어제까지 올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내 주검을 영원히 외부와 단절시킬 나의 관 뚜껑이 닫히기 전까지는 기억하며 살자.




Même la nuit plus sombre prendra fin et le soleil se lèvera. Victor Hugo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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