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밑줄을 긋다
그건 무심하게 쌓아 둔 책더미를 훑어보다가
”표지가 검은색이네요. “
제일 위에 놓인 소설 <흰>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뒤 페이지를 열어서 ISBN 위에 인쇄된 숫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흰색은 초판이고 이건 2018년 4월 개정판이에요.”라고 한다. 난데없을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것이 내심 좋았다.
작가 카롤린 봉그랑은 <밑줄 긋는 남자>에서 ‘둘이 사는 삶에 행복한 게 있다면, 그건 메아리가 있다는 점이리라.’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둘이 만나는 순간에 들려온 메아리’ 같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래전에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과 그어둔 밑줄이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