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보면 별 거 아니다

힘든 시간을 힘겹게 버티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문군

가끔 딸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학교 그만둬도 돼"

좀 더 크면 이런 말도 하려고 한다.

"직장 그만둬도 돼"

"이혼해도 괜찮아"

이쯤에서 "다 그만 두면 어쩌라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렇다.

학교도 그만둬, 직장도 때려치워, 이혼까지 해...

그렇게 다 하면 그야말로 골칫덩이 자식새끼 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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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반진반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 각박한 세상에서 자주 들려오는 가슴 아픈 뉴스들 때문이다.

학교 폭력으로, 집단 따돌림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불행한 결혼생활로...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아직 버리기에는 너무나 푸릇푸릇한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뉴스를 보면서 갖게 되는 내 병적인 걱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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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춘기 딸을 보면서 혹시라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이 크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것이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관계가 어그러지고 그 친구들이 이유 없이 날 괴롭힌다면 아마 죽을 만큼 힘들 것이다.

또래 집단에서 튕겨져 나와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면 그걸 견디기란 무척 버거운 일일 것이다.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말하기 힘들 수 있다.

내가 사라져야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전학을 가거나 학교를 그만두어도 되는데 그들은 그런 선택의 기회가 있음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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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절대 그런 비극적인 결심은 안 했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겠다.

나 또한 그 시절에는 친구가 중요했고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나이 들어 보니 그거 다 별거 아니더라.

언제나 다른 길이 있고 다른 선택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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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내가 더 이상 견딜 힘이 없다면 그냥 미련 없이 털고 나오면 된다.

부러질 때까지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이 있고 새로운 삶이 있다.

절대 큰 일 나지 않는다.

비단 학교뿐 아니라 직장도 결혼도 마찬가지다.

직장 때려치워도 굶어 죽지 않고 이혼해도 사는 데 지장 없다.

노력은 좀 해 봤는데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벗어나시라.

맞서 싸우거나 힘들게 버티지 말고 그냥 피하고 달아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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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을 힘겹게 버티어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사람 사는 거 별거 없다.

힘들면 쉬어 가고 무서우면 숨고 보기 싫은 사람 있으면 도망가면 된다.

굳이 쉬지 않고 숨지 않고 도망치지 않으려고 끝까지 발버둥 칠 필요 없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다.

좋은 거 보고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사람 만나기도 짧은 게 인생이다.

그냥 살아봐라.

그냥 대충 한번 조금 더 살아봐라.

달달한 커피 한잔도 좋고 시원한 소주 한잔도 좋다.

그런 소소한 행복들을 느껴 보면서 최대한 대충 게으르게 목적 없이 불성실하게라도 조금 더 살아봐라.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라.

원래 인생이 작고 드문 행복을 위해 크고 빈번한 불행을 견디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 작고 드문 행복에 집중해 보시라.

그러면 산다는 것이 아주 조금은 좋아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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