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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군 Aug 28. 2023

EUROPE IN 2007

여행기를 마무리하며...

2007년 전역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떠난 여행이었다. 

서른 넘은 나이였지만 첫 해외여행이고 게다가 혼자 가는 배낭여행인 탓에 긴장도 많이 했다. 

비용 문제로 국적기가 아니라 독일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직항도 아니어서 환승까지 해야 했다. 

첫 도착지 영국에서는 입국수속 때 무슨 질문을 받을지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래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까지...

10개국을 거즘 한 달의 시간 동안 잘 돌아다녔다. 

물론 벨기에에서 뜻하지 않은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쿨하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 

큰 사건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그 당시에는 전역한 직후라 여유자금도 별로 없었고 (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지만) 

대신 젊음은 넉넉했기에 

불편하게 자고 대충 먹고 많이 걸어 다니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를 부르주아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인민박에서 같이 머물게 된 20대 초반의 여자 둘이 그 주인공이었는데, 

이들은 마트에서 큰 식빵 한 봉지를 사서 이것을 캐리어에 넣고 다니며 3일 치 식사를 해결했다고 했다. 

당시에 그 얘기를 들으며 재밌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배짱이 부럽기도 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참 독특한 영역의 행위다. 

짠내투어도 나름 재밌고, 

졸부투어도 그대로 즐겁다. 

고생스러운 여행도 기억에 남고, 

먹고 자기만 하는 여행도 힐링의 추억이 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행은 어떤 여행이든 의미가 있고 추억이 있다. 

우리네 인생도 여행과 다를 바 없다.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즐거웠던 것도 화났던 것도, 

재밌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모두 지나고 보면 아련하고 흐뭇하고 가슴 벅차게 몽글몽글한 느낌이 든다. 


이 나이에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여행을 더 많이 못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돈을 벌면서는 시간이 그다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많이 다닌다고는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처음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에 시간이 많았을 때는 용돈을 받아쓰던 때라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좀 깨어있었더라면 중간중간 알바라도 해서 여행을 많이 다닐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아직은 두 다리가 튼튼하니까 기회는 많이 남아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여행이란 것은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낯선 경험을 하는 것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항상 위험이 공존한다. 

다만 그런 두려움에만 매몰되면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특히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무식하게 저지르고 보는 무모함이 때로는 필요하다. 

주저하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이기고 일단 떠나보면, 만나보면, 부딪혀보면 

여기 오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나라에서도 말리는 '여행위험지역'은 예외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를 남기고 싶다.

당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어서

"여행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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