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화와 긍정의 사이

때로는 자기 합리화가 필요하다

by 문군

'여우와 신포도'라는 우화가 있다.

배고픈 여우가 덩굴에 달린 포도를 먹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어봤으나 닿지 못한다.

결국 먹는 데 실패한 여우가 뒤돌아서며 말한다.

"어차피 저 포도는 아직 덜 익어서 시고 맛이 없을 거야"

일종의 합리화 기제다.

소위 말하는 '정신 승리'다.

정신과 수업에서 부정적인 심리 기제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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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과연 합리화가 부정적이기만 한 심리 기제인가?

계속하여 실패를 곱씹으며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있어야 했던 걸까?

포도를 먹기 위해 수십 수백 번 더 뛰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했던 건가?

'실패에 굴하지 않고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결국 이루어내는' 성공스토리여야만 했던 것인가?

오히려 포도에 과하게 집착하지 않고 돌아선 것이 현명한 일은 아니었을까?

가령 물색없이 계속 뛰다 다리라도 부려져 맹수에게 잡아먹힌다든지 하는 그런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합리화라는 것이 정신 건강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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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우리 삶에 위로를 주는 종교야말로 합리화의 끝판왕 아닌가?

"너에게 지금의 이 고통을 주신 것도 다 그분의 특별한 뜻일 거다"

"이 고난은 모두 지난 생에 네가 지은 업 때문이다 "

이런 말씀들은 모두 최대한 노력하여 승화시켜 잘 극복해 나가라는 말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닥치고 받아들여'라는 이런 말씀에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것이 사람이다.

지금 닥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더 애쓰고 더 힘쓰라는 말 대신 그냥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니 너무 괴로워말고 조금만 더 버텨보라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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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 보기에 저 여우는 똑똑했다.

아주 긍정적이고 성격 좋은 녀석이다.

안 될 것은 깔끔히 포기하고 돌아설 수 있는 것도 용기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정말 싫어한다면 깨끗이 안녕을 말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가수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결정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잘 받아들이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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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합리화와 긍정적인 성격은 오십보백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때로는 자기 합리화도 필요하다.

그것도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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