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land] 브랜드 코어가 부족하면 생기는 일
중국은 중추절에 月饼(월병)이라는 디저트를 먹는데요. 한국어로는 ‘한가위’라고도 하고, 중국어로는 ‘중추절(中秋节)’이라고 부르는 이 명절은 달이 가장 크고 둥근 가을의 한 중심을 의미하죠. 이 시즌에는 여러 브랜드에서 리미티드 월병을 내놓는데 올해는 어떤 리미티드가 나왔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월병'하면 떠오르는 중국의 장수브랜드 [Holiland好利来]와 [NUDAKE]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Holiland] + [NUDAKE]
[NUDAKE]는 요즘 한국에서도 핫한 브랜드 중 하나죠. 중국에서도 2년전 런칭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런칭한 해에 MOON PIZZA 라는 컨셉으로 진행했던 월병입니다. MOON PIZZA 라니! 월병이 둥근 달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름달을 닮은 세상 트렌디한 가방이네요. 이 보름달 가방 안에는 MOON PIZZA라 이름 붙인 큰 보름달 같은 월병이 들어있습니다. 함께 한 자리에 모이는 의미를 담은 중추절의 의미에 딱 맞는 컨셉으로 큰 월병을 피자처럼 나누어 먹도록 한 것이에요. 마치 달의 한 조각을 베어먹는 심정으로요!
이런 참신한 상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NUDAKE]는 아시듯이 [Gentle Monster]에서 2020년 선보인 따끈따끈한 아트 디저트 브랜드입니다. ‘Make New Fantasy’라는 컨셉으로 아티스틱한 디저트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마음 속으로 상상하던 판타지같은 일들을 디저트 세계를 통해 실현시켜주는 브랜드입니다. 양뿔 같은 Peak 에서 에메랄드 용암이 솟아 내리고, 매장에는 박물관에 온 듯이 고대 골동품같은 케잌들이 전시되기도 합니다. 젤리는 보석처럼 엮여져 발찌가 되기도 하고, 꿈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죠. 우리가 상상으로 했던 모든 판타지들이 예술로 승화되어 보는 즐거움과 함께 디저트를 먹는 시간 동안은 우리의 마음을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이끌어줍니다. 체험과 상상을 중요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힙한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Holiland 好利来]는 1992년 설립되어 올해로 30주년이나 된 중국의 디저트 브랜드인데요. 창립자인 ‘罗红’은 사진 작가로도 유명한 아티스트입니다. 어머니가 퇴직하신 후 생일에 예쁜 케잌을 선물해드리고 싶어 찾던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예쁜 케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의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나 많은 밥을 짓는데, 자식들의 사랑을 표현할 케잌하나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만의 예술적인 케잌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아티스트의 예술혼을 담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케잌을 만들어간 것이죠.
세월이 흘러 [好利来]도 30년 가까이 된 장수 브랜드가 되다 보니, 최근 [Holiland]는 브랜드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 여러가지로 변화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NASA], [SMILEY], [TWININGS]와의 콜라보와 함께 시그니처인 ‘半熟秋悦’등 여러가지 시리즈의 월병 선물세트로 패키지를 구경하며 고르는 재미는 있네요.
[Holiland 好利来]가 오랜 세월 브랜드를 유지해오며 침체에 빠지기도 하고 도중 경영진이 교체되기도 하는 등의 여러 부침을 겪어왔는데요, 최근 몇년 전부터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재기에 성공하며 다시 붐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 전략중 하나가 오프라인 컨셉 스토어입니다. [Holiland Lab]은 [好利来]의 첫 번째 컨셉 스토어로 기존 베이커리의 따뜻한 느낌과 달리 소재와 분위기를 심플하고 건조한 톤으로 연출해 고객의 시선을 집중 시켰습니다. 이름 그대로 ‘실험실’ 그 자체로서 디저트를 위한 다양한 모양의 실험실, 우주스페이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같은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Holiland Pink] 매장은 핑크 에너지 체험 매장입니다. 달콤한 디저트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모두 담고 있으며, 핑크 에너지로 마치 하나의 씨앗를 키우는 것과 같은 설정으로 매장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달콤함의 상징인 핑크의 에너지로 자라난 종자가 자라 디저트가 되어가는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매장은 추상적인 공간으로서 차원의 벽을 허물고 또 다른 디저트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好利来·壹玖玖贰国潮主题店]은 [Holiland]의 세 번째 컨셉 스토어이자 중국 국내 최초의 문화 컨셉 스토어입니다. 사천에 위치한 이 컨셉 스토어는 사천 지역의 파촉문화(巴蜀文化)와 사이버 펑크의 대담한 결합, 서부 사천의 독특한 개성 소스를 전통적으로 결합하여 깊이 탐구합니다. 중국의 고대 문화와 미래 기술의 독창적인 결합은 디저트를 예술적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있으며, 사천 지역의 문화적 요소와 민족 스타일이 더해져 더 가치있는 굿즈들이 탄생되었습니다. 작년에는 Market 컨셉, Travel 컨셉의 오프라인 테마 매장 등 열심히 打卡(출첵)할만한 왕홍점들을 내고 있죠.
이외에도 [Holiland]는 요즘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IP와 콜라보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2020년 [HEY TEA]는 [Ovaltian]과의 콜라보를 통해 브랜드 영향력과 매출의 두 배의 수확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그 후 [好利来]는 [HEY TEA]의 파트너이자 [HEY TEA] 첫 번째 콜라보 파트너가 되었는데요. 이에 성공을 맛본 [Holiland]는 곧 [Ovaltine], [Judydoll], [My Little Pony], [RIO], [乐乐茶] 등과 같은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며 새로운 콜라보광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최근에는 [HelloKitty], [피카츄] 심지어 [TOBLERONE] 쵸콜릿까지 콜라보를 했네요! 이쯤되니 Holiland의 브랜드가 뭔지 헷갈릴 정도에요.
‘FANTASY’라는 브랜드 코어, [NUDAKE]
브랜드가 태어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NUDAKE]의 모든 브랜딩 영역에는 ‘Fantasy’라는 코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게 케잌이라고?!’ 머랭으로 만든 의자, 골동 화병이 된 빵, 고기처럼 포장된 코… [NUDAKE]에서는 생경한 비주얼 뿐 아니라 먹는 리추얼까지도 하나의 판타지가 됩니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이기까지 한 제품(디저트)들은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처럼 체험 매장에서 한번 더 사람들을 설레게 합니다.
[NUDAKE]가 보여주는 컨텐츠들 역시 이미 현실의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케잌 한 복판의 설원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처럼요. 또 도심 한복판의 코엑스 건물 위로 거대한 여자가 NUDAKE ‘피크 스몰’ 케잌을 들고 있는 모습이나 한강대교를 건너는 모습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현실 속 도심에서의 일탈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최근에는 젠틀몬스터의 메타버스 플랫폼 ‘GENTEL MONSTER IN ZEPETO’를 통해서 아바타로 매장에 방문하는 언리얼 체험으로 ‘디저트 판타지’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디저트’를 저는 종종 ‘달달구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달달구리를 먹는 타이밍은 뭔가 머리가 아프거나 급 피로가 몰려오거나, 짜릿한 단맛으로 당 충전과 함께 수퍼 파워가 필요할 때잖아요. 이리저리 치이고 점점 치열해지는 요즘 세상에 디저트를 먹는 그 순간만큼은 일상의 쉼터처럼 지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꿈’같은 것이니까요. [NUDAKE]의 ‘Fantasy’는 이런 부분에서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잘 움직이고 있는 듯 합니다.
브랜드 코어가 중요한 이유
[NUDAKE]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브랜드 코어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방향키와 같은 것입니다. 핵심에 추를 달고 그 코어의 방향으로 모든 브랜딩 활동이 펼쳐집다. 사실 브랜딩 코어, 브랜드 컨셉,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은 용어와 뉘앙스, 범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사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그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이죠. 브랜드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DNA, 브랜드가 태어난 목적, 브랜드가 해야할 미션, 브랜드가 세상에 있어야할 존재의 이유 와도 같은 의미입니다.
브랜드 코어 아이덴티티를 이야기 할 때, 사례로 [VOLVO]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VOLVO]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컨셉이자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안전’이라는 강력한 코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소비자들에게 [VOLVO]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물어보아도 이제 ‘안전’이라는 말이 나오니까요. 이 ‘안전’이라는 코어는 [VOLVO]가 소비자들에게 한 약속이자, [VOLVO]라는 차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볼보가 지켜야할 미션인 것이죠. 때문에 [VOLVO]의 모든 제품은 ‘안전’이라는 코어를 기준에 두고 만들어지고, 커뮤니케이션, 광고, 이벤트 등 모든 브랜딩 영역의 기준은 ‘안전’이 됩니다. 브랜드 코어는 이렇게 브랜딩을 해 나감에 있어서 나침반 혹은 지도처럼 방향을 제시하는 중심입니다. 사람의 신체에서도 코어가 중요한 것처럼 브랜드도 코어가 잘 잡혀있지 않으면 브랜딩이 산만해지고 소비자들과 브랜드의 접점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강력한 메세지(혹은 이미지)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Holiland]와 [NUDAKE] 두 브랜드 모두 아티스트의 영감으로 출발한 예술 디저트 브랜드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브랜딩의 관점에서 볼 때, [Holiland]는 아쉬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콜라보나 테마 매장을 통해 이슈를 만들고 젊은 세대들의 시선을 잡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신생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태어나는 요즘 시대에 [Holiland]와 같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브랜드 코어를 잘 되새기고 정립해서 오래도록 장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