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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Mar 15. 2024

침수 3


나는 우리가 바닷가에 살기를 바랐다 

가장 먼저 잠기면 얼마나 좋을지 따위를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포기뿐이었으나

그마저도 없었구나, 알았을 때는

이미 하루 남짓한 꿈도 잃어버린 뒤였다

 

나쁜 건 나인데 왜 당신이 웁니까

 

그 말을 삼켰을 때 어쩌면 

당신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아니고 

마침내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어차피 우리는 헤어지고 

언젠가는 모두 잠길 것인데

 

당신은 가장 오래 사는 벌을 기꺼이 자처할 사람이고 

나는 당신을 동경한 죄가 있다

 

우리는 시린 상실감이 흘러도 눈을 감지는 말자

 

아마 지킬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시간이 흘러 마음에 쌓이고

우리의 죄와 벌이 오래도록 잠길 때까지

그렇게 오도카니 버티고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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