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덜 마시려고 시를 썼는데 술을 더 마시고 앉았다
술은 아주 오래 묵은 시
시어 꼬부라져 못 먹을
안주가 술을 탓한다
누군 매일 술을 마시고
시를 쓴다 하고
누군 매일 시를 쓰려고
술을 마시다 죽는다 하고
죽어도 시가 남는다고
앞으로 처먹고 뒤로 뱉는
당연함이 유치할 밖에
나의 죽음을 알릴 수 없는
익명의 공동묘지에서 음복하면
행복한 죽음이 이런 것일까
이런 곳도 행복하다고
<장소의 발견> 출간작가
양수리에서 투닷건축사사무소를 꾸려가고 있는 건축가 조병규입니다. 지금은 남의 집구경을 하는 SBS 좋은아침하우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연락처 : 010-770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