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by 보통의 건축가

봄볕


작년에 묻혔던 구근은

봉분도 없고

그 흔한 떼도 덮지 못했다

잊혀진 무덤이 되려나

아니 묻은 것 마저 잊었는데

푸른 비석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


뾰족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벼려야

언 땅을 뚫을 수 있었을 터

안쓰러운 봄볕이 유난히 따스하다


구근을 묻을 때 아내는

상사화라 했다

서로를 그리워만 할 뿐

잎은 죽음을 참지 못하고

꽃은 자신을 바쳐 헌화한다고 했다


구근이 둥근 까닭은

그리움이 양파 껍질마냥

겹으로 싸여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움이라는 묘비명이

봄볕에 쓰였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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