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NFT] 큰 거 온다
프랑스 파리에서 요리 학교를 다녔는데 나를 듬성듬성 아는 분들은 이 경력을 특이하게 바라본다. 콘텐츠 회사에서 콘텐츠 커머스를 하고 있으니 요리 경력이 특이할 수 있는데, 요리 수학 전에는 식품회사 BM(Brand Manager)으로, 현재 다니는 회사 입사 초기에는 푸드 디렉터로, 콘텐츠 커머스라는 직무가 신설된 이후에는 BM 경력을 살려 유명 셰프의 홈쇼핑 제품을 론칭 등의 성과도 보았으니 단절 없이 식품 경력을 이어온 편이다. 이 덕에 이름 있는 식품 어워즈의 심사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하지만 지금의 주업은 아니다. 다만 과거가 된 주업이 현재의 주업인 NFT를 만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장이 열리니 컨버전스(Convergence) 세상이다.
프링글스(Pringles)는 라리블(Rarible)에서 크립토크리스프(CyptoCrisp) NFT를 발매하였다. 브랜드를 즉각적으로 연상시키는 용기 디자인에 크립토 맛이라는 위트를 더해 만든 아트 NFT이다. 노브랜드는 '브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브랜드 콜라와 사이다 NFT를 에어 드롭(Air drop, 무료 발매)한 후 나나아스트로 등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NFT를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는 NFT와 동일 이미지의 포스터가 진열되어 있는데 이미지에 그려진 QR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궁금하다(QR 인식이 안됨). 라이선싱에 적극적인 말표(구두약보다는 맥주로 기억되는 브랜드)는 ‘캡틴 말표 프로젝트’로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의 한 장르인 PFP(Profile Picture)를 민팅하였으나 BAYC와 민팅 시점이 겹쳐 가스비가 폭등하면서 이를 중단하고 환불한 사례도 있다. 이 외 삼양식품은 삼양 애니를 통해 TSB(The Sandbox)에 랜드 구매 및 NFT 발매를 예고하였다. 현재는 기획성 프로모션, PFP,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시장 경험 초기 단계이나 빅 피쳐를 가진 고도화 사례도 머지않아 보인다. 다른 산업에 비해 식품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경험 빈도가 높고 실물을 연계한 유틸리티 설계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충성 고객 대상의 NFT 보상 및 투표권으로 상품 개발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를 들면 켈로그 첵스 파맛의 진화 버전으로.
외식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NFT를 활용한다. 타코벨(tacobell)의 NFT는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졌고, 피자헛도 라리블에서 아트 NFT를 민팅하였다. 뉴욕의 플라이피쉬클럽(Flyfish Club)은 NFT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얼마 전 이밥차 대표님을 통해 스페인 음식점 엘쁠라또 대표님이 멤버십 NFT를 발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수 배우고자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레스토랑이 멤버십 전용의 유틸리티로 활용될 계획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였다. RSV를 설명하기 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면.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소설가 길은 시간 여행을 통해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와 같은 전설의 예술가들과 20년대 파리의 살롱 문화를 만끽한다. 자발적인 참여로 사색과 취향을 공유하는 이 '살롱 문화'가 RSV의 페르소나인데 멤버십은 NFT를 통해 작동한다. 현재도 NFT 홀더 대상 비정기적인 아젠더로 ‘talk&dining’이 운영되는데 한 번 참석한 경험을 보태자면 공통의 관심사가 윤활유가 되는 만큼 서먹함 없이 즐겁고 생산적인 자리였다. RSV는 엘쁠라또를 시작으로 총 10개까지 공간을 확대하는 로드맵을 공개하였고 곧 멤버 모집을 위한 2차 드롭도 예고하였으니 관심 가져볼 만하다.
크고 작은 무브먼트가 계속되고 있지만 식품, 외식 전반의 디지털 이니셔티브는 스타벅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벅스는 자사 앱을 통해 2조 4천억 이상의 예치금과 3천만 명 이상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만 해도 리워드 회원수가 900만 명 이상이다. 하워드 슐츠는 3번째 대표 취임을 하며 오는 9월 13일 투자자의 날에 커피를 주제로 NFT를 포함한 웹 3.0 기반의 로열티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이라 하였다.
또 경영진은 “NFT를 통해 브랜딩 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액세스 패스(access pass)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에 매료되었다. NFT가 충성도, 독특한 경험 제공, 커뮤니티 구축, 스토리텔링 및 고객 참여를 위한 확장된 소유권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광범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해 관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성장 비즈니스의 원천이 되는 동시에 스타벅스의 디지털 플랫폼을 보완하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나와 같은 패스트 팔로우로서는 스타벅스의 행보가 NFT에 대한 인식의 장벽을 낮추고 생활 저변까지 확산되는데 프로토콜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