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레양 Aug 08. 2022

패션의 디지털 생태계와 NFT

[패션 NFT] 한정판 나이키 후디 사는 법

남자 패션 유튜버 4 대장(스타일리스트 깡, 핏더사이즈, 스타일가이드 최겨울, 짱구대디)이 있다. 얼마 전 핏더사이즈와 최겨울의 만남이 성사되어 세계관 충돌이다, 웅장해진다 등 합방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더니 동반 출연한 무신사 라이브 커머스 1시간 동안 BV(Browser View)가 5만을 넘으며 팬덤력의 정점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패션 유튜버는 MCN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데 유튜버 입장에서는 취향껏 리뷰할 수 있는 독립성 보장, MCN 입장에서는 협찬 규모의 중요성 때문에 서로 간 이해 상충되는 면이 있다. 다만 MCN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인상적인데, 핵심은 유튜브 외 네이버 팬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를 병행함으로써 구축된 콘텐츠와 커머스의 순환 고리라고 생각한다. 구독자가 커뮤니티에 자신의 패션 정보를 올리면 유튜버는 이를 리뷰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다. 이 순환의 과정에 브랜드가 참여하게 되면 구독자 체험단, 유튜버 리뷰, 단기 프로모션이 합체되어 수요를 키우고 타깃 플랫폼에 랜딩 되어 구매로 전환된다. 팬덤이 공고한 만큼 유튜버가 직접 참여한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론칭 및 편집샵 운영 등 다양한 사업적 변주가 따르기도 한다.

콘텐츠 IP 굿즈로 의류를 꽤 여러 번 출시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맛있는’ 옷으로 평가받지 못했던 이유 중 이 생태계를 알지 못했던 부족함도 큰 것 같다.


각설하고 디지털에 최적화된 이 밸류 체인의 더 큰 가능성은 메타버스, NFT 등을 포함한 웹 3.0의 패러다임을 수용할 때 발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글로벌 패션 탑티어의 행보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RTFKT X Nike AR Genesis Hoodie

나이키는 19년 블록체인 기반의 크립토킥스(CryptoKicks)를 특허 출원하면서 정품 인증과 교배 서비스(Breeding) 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였다. 소비자가 피지컬 스니커즈를 구매하면 스니커즈 고유의 전자 태그와 연동된 토큰(버추얼 스니커즈)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전용 앱을 통해 관리 가능하다. 이렇게 보유한 버추얼 스니커즈들은 크립토 키티와 같은 교배 방식을 통해 새로운 스니커즈로 만들 수 있고 제삼자에게 판매도 가능하다. 브랜드 입장에서 가품은 골칫덩이이고 리셀 마켓은 눈에 가시인데, 이 두 가지 이슈를 한 번에 해결 할 수 있는 묘수이다. (참고로 스니커즈 리셀 마켓은 5조에 육박하지만 C2C 거래 특성 상 리셀을 통해 브랜드가 얻는 추가 매출은 없다. 나이키는 스탁엑스(StockX)의 볼트 NFT에 자신들의 제품 이미지가 사용된 것을 두고 상표권 위반으로 스탁엑스와 소송 중인데 디지털 상에서 만큼은 브랜드가 배제된 리셀을 불허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한다.) 무엇보다 크립토킥스는 소비자의 수집 동기 부여를 강화한 락인(lock-in) 효과로 나이키 전략인 DTC(Direct to Customer)의 강력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나이키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해에 버추얼 패션 전문 NFT 스튜디오인 아티팩트(RTFKT)를 인수하더니 올해 5월 첫 협업 프로젝트로 버추얼 스니커즈 ‘아티팩트 X 나이키 덩크 제네시스 크립토킥스(RTFKT X Nike Dunk Genesis CryptoKicks)’를 선보였다. 이때 ‘MNLTH'라는 큐브 NFT를 선공개하고 3개월에 걸쳐 큐브 속 오브젝트를 맞추는 퀘스트를 제공함으로써 NFT 홀더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환기시켰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사용 가능한 웨어러블한 실용성과 스킨 바이알즈(Skin Vials)을 통한 커스텀 디자인 생성 기능으로 스니커즈를 소유해야하는 당위성을 강화하였다. 버추얼 스니커즈 발매 후  AR 후디(RTFKT X Nike AR Genesis Hoodie)도 출시하였는데, 이는 버추얼에서만 작동 가능한 스니커즈와 달리 클론X(Clone X, 아티팩트 커뮤니티) 아바타와 리얼-라이프의 NFT 홀더 모두가 착장 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특히 피지컬 후디에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가 내장되어있어 QR을 통해 가상 날개와 같은 AR 효과를 즐길 수 있다.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대면 이벤트 등 토큰 게이트 액세스와 같은 유틸리티를 확대할 예정이라니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한정판, 날개 달린 후디는 아티팩트 및 버추얼 스니커즈 홀더에게 우선 구매 혜택을 제공하였는데 NFT를 통한 커뮤니티 결집/강화 효과를 고려한다면 당연지사이다.


나이키 외 메타 패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예((구) 칸예 웨스트 Kanye West)이다. 1집 앨범 제작 당시 교통사고로 병원 입원 기간 중 TV를 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래퍼가 되겠다고 다짐했단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니어스 카니예 3부작'에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예는 자타공인 음악, 패션 등 예술 전반에 걸쳐 가장 영향력 있는 동시대 아티스트이다.(본인의 말대로 신일 수도) NFT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기사도 많지만 이저스(Yeezus) 상표 출원 신청 시 블록체인 기반 화폐와 NFT를 추가하였고 이지갭[YGEBB v1.0] (yeezygap.com)을 통해 '이지 캡 엔지니어드 바이 발렌시아가' 컬렉션 피스를 착장 할 수 있는 아바타와 캐주얼한 비디오 게임을 선보인 만큼 선지자가 보여줄 버추얼 세상도 예의 주시해볼만하다.  


요컨데 핵심은 메가 IP들이 NFT라는 중장비로 버추얼 월드를 개척하는 데 있어 레거시 자산을 심리스(seamless)하게 활용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소비의 이유는 브랜드를 통한 영감(inspiration)으로 귀결되는요즘인만큼 피지컬과 버추얼의 연결된 경험의 증폭은 지갑을 여는 당위성을 강화할 것이다. 더불어 생태계 공헌자를 위한 정당한 보상 설계가 함께 만들어진다면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이분법을 탈피하고 IP 중심의 공생하는 팬덤 문화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팬은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