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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진 Apr 04. 2023

백열등 아래

시작(24)

어릴 적 들어가 본

작은 구멍이

지금 내게 있었으면,

태양은 밝고 뜨겁고

그건 어른에게 맞춰진

적절한 상태일지라도

나는 그곳 어둠이 그립다

오랜 걸음 뒤

집으로 돌아왔건만

여전히 하얀

형광등 빛을 거리끼며  

갈라진 틈을 찾는다

거기로 들어간다면

조금은 편안해질까,

아무 짓도 못 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그나마 제일 가까운

스위치를 지그시 누르면

깜빡 켜지는 노란 백열등

놀랍고 따뜻했지, 

소망하고 이제 나는

바닥에 사르르 녹아든다.





때때로 세상은 너무 밝아서 갑자기 나타난 그늘이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너무 힘들 때는, 어릴 적 도망치듯 들어간 작은 틈이 그립기도 합니다. 

대낮의 태양 빛을 받고서, 집에 돌아와 여전한 주광색의 형광등 아래 놓입니다. 

그러다가 식탁 앞에 앉아 노란색 백열등을 켜면, 주위는 어두워졌지만

조금은 따뜻해진 것 같은 착각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소망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동심의 안락함으로 녹아듭니다. 


가끔은 어두워져야 편안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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