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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Aug 19. 2022

버리고 행복해지세요.

오늘도 쓰레기는 마음속에 쌓인다.

‘깨진 유리창 이론’ (Broken Window Theory). 이제 아주 유명해져서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율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론 중의 하나이다.

멀리 갈 필요 없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생각해 볼 때, 화장실이 깨끗하고 공간구성이 잘 되어 있는 휴게소는 왠지 다시 오고 싶다. 물론 매출도 높을 것이다. 


10여년 전 한 방송국에서 방영한 청소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쓰레기 집을 정리했더니 2년 전 집을 나간 아빠가 돌아오는 정말 거짓말과 같은 해프닝을 보여준 적이 있다. 깨끗해진 집을 보자 정말 다시 돌아오고 싶어 졌을까? 집안에 쌓여있던 쓰레기 더미가 자신의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나갈 만큼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청소'를 통해 재기한 사업가. 늘어나는 매출 등, ‘청소’는 언제나 정답이며 사랑이다. 


공간심리와 풍수인테리어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큰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청소’였다.

청소, 정화, 비움, 정리, 버리기 등 당신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법한 단어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 오르며 이런 류의 단어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청결하고 잘 정리된 장소, 다시 말하면 좋은 에너지 좋은 기운을 받아 들일 준비된 장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모든 공간학의 핵심이다.


풍수의 경우, 그 출발점은 주변의 모든 것이 당신과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적으로만 보자면 크게는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부터 작게는 당신이 잠을 자는 침대까지. 공간을 채우고 있는 크고 작은 요소들이 당신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 하고 있다. 




잡동사니 :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또는 그런 물건

사전적의미의 잡동사니이다. 

잡동사니를 버린다는 것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안 좋은 기운을 버린 다는 것이다.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불운을 계속 차곡차곡 쌓아가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마음도 함께 무거워짐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잡동사니들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사실 대부분 감정적인 이유로 인한 경우가 많다.


첫번째로, 일만 분의 일의 경우로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일과 사건에 대비한 비축이다. 이것은 안전의 욕구와도 관계가 되어 있는데, 특히 과거 곤란한 상황이나 궁핍했던 기억이 당신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이다.


두번째는 추억이 당신의 발목을 잡는다. 대표적인 예가 작아져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이다. 한 때 날씬하고 예뻤던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그날에 대한 헛된 희망으로 오래된 그 옷을 보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우울감에 빠진다.


세번째 선물. 선물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죄책감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생각한 그 고마운 마음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이고, 그 물건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것이고, 계속 어떻게 하면 좋을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마음에 쌓이는 또 하나의 짐덩이로 전락한다.


마직막으로 물려받은 것들. 선물과 조금 비슷한 개념일수도 있겠다. 미학적인 관점을 제외한다면 오래된 물건은 풍수상에서는 그렇게 환영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한 때 앤틱이 큰 유행을 하기도 했고, 여전히 빈티지 마니아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오래된 물건의 경우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특히나 나쁜 추억이라던가 기억이 담겨 있는 물건은 좋은 에너지를 주지 못한다고 한다. ‘다이아몬드의 저주’ ‘반지의 저주’ ‘초상화의 저주’ 등 주변을 돌아보면 고결한 물건과 관련된 공포스런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다.  


결론적으로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기억이 있어 좋은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필요해서 사용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 ‘잡동사니’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잡동사니들은 에너지의 흐름을 막아 무력감을 일으키고 결국은 당신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런던대학의 한 연구팀이 발행한 리포트 중 집안일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는데, 규칙적으로 청소를 하는 사람의 경우 비만도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


청소는 이렇 듯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에너지를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며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다.

집이 변하면 자신의 의식도 변한다.


결국 청소를 통해 얻는 것은 단순히 정리가 잘되어 있는 정갈한 공간이 아니다. 이런 공간을 통해서 당신의 기분이, 그리고 에너지가 호전되고 집착하던 에너지는 흐르는 에너지로 변화하며 따라서 나쁜 것을 내어 보내고 새로운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음에도 ‘비움’이 필요하듯이, 자신이 살고 있는 이 공간도 ‘버림’이 필요하다.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마음이 갖가지 괴로움을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
온갖 것에 대하여 취하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면
훗날 마음이 편안하여 마침내 버릴 근심이 없어진다. 

 -화엄경-


풍수상의 파란색은 지혜를 뜻한다. 파란색은 칼라스펙트럼 상에서는 중간에 위치하는 색으로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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