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큰 마음먹고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건만, 아쉬운 한끝이 여전히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무리도 잘 되어 있고, 보기엔 완벽한데...
우리가 사는 집을 바라보면 우리는 종종 이러한 느낌과 맞닥트린다. 하지만 다시 우리의 주머니 사정 안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만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아쉽게도 그 이유는 공간이 당신과 그리고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제대로 조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것에서 벗어나 나의 욕구에 맞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공간을 꾸미는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월등히 좋을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들이 가진 리소스, 경험, 다양한 아이디어. 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쫓아가기에는 벅차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면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거주자보다 공간에 대한 욕구를 잘 특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 내 것이란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간의 구성이 ‘꾸미기’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선 자신의 생활방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고, 공간에 속해있는 각각의 아이템들에 애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두 조건이 만족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곳을 ‘안식처’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공간은 보이지 않는 영역이란 경계로 만들어진다. 영역이란 목적을 지닌 공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영역의 목적이 뒤섞여 있을 때 그 공간은 혼잡스러워 보이며, 급기야는 쓸모없는 공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여기, 독립해서 살 수 있는 작은 빌라를 찾고 있는 신입사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녀)가 방문한 첫 번째 집은 침대가 있고, 침대 옆 책상에는 커피포트와 머그컵이 보인다. 창가 쪽에 자리 잡은 책장 위로, 코트와 모자 등이 얹혀 있고, 책장 옆 자그만 테이블엔 어제 읽다만 책들이 쌓여있다. 생각만으로도 어수선한 그 공간은 뒤섞인 역할들로 인해 작은 공간을 더욱 작게 보이게 만들 것이다. 반대로, 작지만 정적인 공간(가령 침대가 놓인 공간)과 활동하는 공간 (작업을 위한 책상 등이 놓여있는 공간)이 명료하게 구분되어 있다면, 작은 공간일 지라도 시각적인 확장 감은 물론 높은 활용도로 공간의 가치가 올라가 보일 것이다. 당연히 신입사원의 선택은 후자일 것이다.
같은 혹은 비슷한 목적을 가진 공간들끼리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공간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작은 공간에서는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특히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며, 당신의 생활방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라는 면에서 그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