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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스파 May 09. 2024

프로야구 우천 취소

원영적 사고

요즘에는 프로야구가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이면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기도 해서, 예전과 비교하면 매우 건전한 놀이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듯하다. 

특히 모두가 기념할만한 ‘날’에는 어김없이 특별한 이벤트로 관중들을 즐겁게 해 주는데, 그중 가장 큰 이벤트가 열리는 날은 단연코 어린이날이다.


경기시간 내내 울려 퍼지는 응원의 노래와 입을 즐겁게 해주는 각종 간식이 아이들에게는 천국과 다를 바가 없는데, 부모들이 이 날만큼은 주머니가 가벼워질 때까지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아낌없이 베풀지만 야구장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없는 단 하나가, 

바로 응원하는 팀의 승리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결과에 더 확실한 표현을 하는지라, 홈팀이든 어웨이팀이든 어느 한 팀만 승리하는 경기에서 아이들의 반은 기쁨을 그리고 나머지 반은 화나고 슬픈 마음으로 야구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어린이날은 연휴 내내 비가 와서 프로야구 모든 경기가 우천 취소되었다.


이벤트를 준비했던 관계자들이나 미리 표를 예약하고 들뜬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일 수 있으나, 적어도 승부의 결과로 슬퍼하는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평화로운 어린이날이 만들어졌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어린이날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바뀌지 않고 계속됐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야구 관람보다는 다른 대안이나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선물 혹은 맛있는 음식들로 이를 대신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날 프로야구 우천 취소는 슬퍼했을 수 있는 절반의 어린이들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준 하늘의 선물이었다.     


비가 와도 축구처럼 프로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열혈 팬인 내가, 요즘 유행한다는 원영적 사고로 잠깐 생각을 가다듬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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