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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Sep 24. 2023

도전의 직전

자 이제 시작해 볼까

국어 시간이 끝난 점심시간에, 쌤한테 시기적인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시기에 음악을 하기 위해 자퇴하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대학 전까지는 공부를 놓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깊이 있는 생각을 많이 해두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 깊은 가사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쌤은 자신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지금 공부에 쏟았던 열정, 노력, 습관들이 그대로 음악 쪽으로 옮겨가는 것뿐이다.


사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지금 듣고 있는 뮤지션들은 내 나이에 작업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 회의감이 들지만, 기죽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여러 경험들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특별해 보일 수 있다. 그들은 완전히 음악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분야가 실력 있는 극소수만이 조명을 받는 분야다 보니, 아직 시작하기도 전인데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런 두려움이 내가 음악을 더 하고 싶게 만든다. 내가 이 어려움을 깨보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 보면 음악에 도전해보지 않고 후회할 내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나아가는 과정 속에 중요한 고민들을 같이 고민해 주고 이야기 할 선생님, 친구, 가족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대화를 통해 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나만의 생각에 갇혀 오랫동안 생각하면 행동의 본질인 목적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이 많이 든 것 같다. 보통 집에 오면 엄마에게 고민을 풀어놓고 위로를 받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모두 내가 오롯이 받아내고 아침에도 알람에 맞춰 스스로 일어나야 했으며 자기 관리도 잘해야 했다. 작은 행동에도 큰 책임감과 깊은 생각들이 필요해졌다.


음악에 대한 나의 동기를 잃지 않는 방법은 좋은 음악들을 많이 듣는 것이다. 의미 없는 가사와 재미없는 곡 구성으로 이루어진 음악들을 듣다 보면 '내가 왜 음악을 좋아하지?' 싶다가도, 좋아하는 가수들의 멋진 곡들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사실 조기진학을 하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공부에 대한 여유가 생겨서 내 진로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1학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엔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여름학교와 겨울학교로 삶이 채워졌지만, 여유가 생긴 2학년 여름방학엔 여러 책들과 글쓰기로 채워졌다. 글쓰기를 통해 내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나는 음악에 대한 나의 뜨거운 감정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사실 뭐 꿈을 이루는 것보다 꿈을 좇는 순간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서 바로 또 꿈을 몇 개는 더 꿔버렸어

- 호미들, 하루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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