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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12. 2023

엄마와 아빠의 호소

허허... 많이 놀라셨군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해야 되는 일도 있는 법


중간고사가 끝나고 3일간 신나게 놀았다. 불과 하루 전인 10/9일에 아빠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갑작스러운 이야기가 처음은 아니다. 중간고사를 보기 1주일 정도 전 주말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상황을 잠시 떠올려보자. 내 생일 다음날인 11/24에 있는 악뮤 콘서트를 예매하려고 엄마에게 15만 원을 빌렸다. 그런데 티켓팅을 도와주던 누나가 생일 선물로 티켓팅의 수고와 15만 원을 기부해 줬다. 나는 엄마에게 받은 15만 원으로 이번주 토요일, 일요일에 있을 더 크라이 그라운드(각각 500분) 콘서트 티켓을 샀다. 토요일에는 미노이, 일요일에는 박재범이 공연하며 총 21명이 공연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15만 원을 몰래 썼다는 것이다. 써 놓고 엄마한테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엄마가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을 제대로 알아버린 듯하다. 중간고사 전 아빠의 조언은 음악에 대한 도전이 실패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입시 전까진 열심히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는 내가 한창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안 하고 있었다.


이번에 아빠가 뜬금없이 이야기 한 내용은 꽤나 무거웠다. 중학교 1학년 말의 나는 영재고 입시에 도전하는 똑똑한 친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주 5일 동안 하루에 5시간씩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으니 학원비가 상당했다. 아빠가 가르치는 학원이 잘 안 돼서 비싼 학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하나도 내색하지 않아서 나는 알 길이 없었다.


학원이 잘 안 되던 시기에 4개월 동안 주유소 알바를 새벽 4시부터 했다는데 아는 학원 원장님을 보고 창피해서 주변 사람에게 넘기고 그날 그만뒀다고 한다. 한겨울에 다리에 하루종일 핫팩을 붙이고 있어서 살이 다 까졌다고. 그리고 대리기사도 1년 반 동안 했다고 했다. 아빠랑 엄마랑 둘이서 울먹거렸다. 


아빠의 아빠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는데, 많은 빚을 남기고 무책임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는 무책임한 걸 정말 싫어하고,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책임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결론은 입시가 끝나면 뭐든 밀어줄 테니 입시 전까지는 열심히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누나 돈까지 합치면 콘서트에 30만 원을 썼고 중간고사가 끝난 금요일에는 친구가 알려준 청담동 청음샵에서 49만 원짜리 헤드셋을 샀으며 이제는 마이크를 사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과소비는 좋은 타이밍에 끝난 듯하다. 이렇게까지 호소를 해버리시니, 내년까지는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게 답인 듯하다.




헤이즈의 인생사


요즘 빠진 아티스트가 있는데, 바로 헤이즈이다. 헤이즈가 음악에 도전했던 과정은 참 특별하다.  


[헤이즈] 존경스런 인생 스토리...<-- 요즘에 계속 보는 영상...


헤이즈는 23살 때 대학교 수업시간에 가사를 쓰다가 무서운 교수님께 걸렸다. 그 교수님은 음악 하는 게 재밌으면 그 길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학생이었기에 도전하기 어려웠다. 교수님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고, 교수님의 조언은 헤이즈가 음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된다.


290명 중 뒤에서 10등이었던 헤이즈는 반대하는 아빠의 허락을 받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를 하여 당당히 1등을 한다. 허락을 받고 대학교를 휴학한 헤이즈는 서울로 상경하여 음악에 도전한다. 반대하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싫었기에 하루에 세 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고, 몇 개의 앨범을 냈지만 잘 안됬던 탓에 그만두려 하는 순간에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출연 제의를 받는다.


악착같이 살았던 헤이즈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음악에 제대로 도전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어렸을 적 기억들을 더듬어
어른들은 묻곤 했지 너는 뭘
하고 싶은 지 말야
그럼 난 대답했고 돌아오는 말은 "안 될걸"

그럼 애초에 왜 물어봐
네가 배고파봐야 정신 차린단 그 말
돈이 최고란 말
만약 그 말을 내가
굳게 믿었었다면 더 좋은 딸이 됐을까?

내 편은 얼마 없었고
내 주변 친구들은 그저 걱정뿐
우린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서 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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