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방에서 급히 나오다가 방으로 더 급히 들어오던 남편과 정면충돌을 했다. 둘 다 내 집이라고 앞을 안 보고 다녔나 보다. 결과적으로 내가 훨씬 불행한 사건이었는데, 두 번째 발톱이 들려져 발가락에 열이 펄펄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발톱이 서서히 빠지고 새 발톱이 나기까지 그래도 몇 주는 걸렸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덮고 있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거나, 신발 안에 발을 밀어 넣거나, 샤워 후 물기를 닦을 때거나.
늘상 하던 동작들이 생각지도 않게 다친 발톱을 건드려 소스라치게 아플 때마다, 발톱이라는 신체 부위가 그렇게 노상 무언가와 닿는 부위였던가, 새삼 알게 되었다.
부어올라 욱씬거리며 존재감을 내뿜는 발톱을 내려다 보다가 생각했다. 묘한 기시감.
'부모님은 건강하시고? 그래 지금 무슨 일을? 결혼은 했니? 남편 잘 있지? 아이는 몇 살?'
별로 이상할 건 없는 일상의 질문들. 어디 이것뿐인가. 하루에 발에 닿는 물건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질문들이 있다. 발톱이 멀쩡할 땐 어디에 조금 닿는다 해도 알아채지도 못하는 것처럼, 그런 질문들은 애초에 별 타격감이 없다.
그러나 이런 질문들에 하나라도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안다.
'사람들이 이런 걸 얼마나 자주 물어보는지'
매일 이불을 덮고 신발을 신는 것만큼 자주 묻는다.
내 옆을 걷는 사람들은 내 발가락이 다친 걸 알 리 없고, 나는 보기 딱하게 된 발가락을 굳이 내보이고 싶은 맘이 없다.
어느 누구도 혹시 같이 걷는 옆사람이 발톱 다친 사람은 아닐까 조심해가며 걷지는 않는다. 발가락은 손가락이 아니어서 잘 보이는 부위도 아니다. 그러니 같이 걷던 그가 내 상처를 살짝 건드린 바람에 숨이 멎게 아팠다 해도, 왜 조심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기에도 애매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스쳐서 아픈 건 어쩔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 일단 다치지를 말아야 한다.
다쳤다면 최대한 빨리 나아야 한다.
그리고 혹시 그냥 평소대로 걷다 살짝 닿은 정도인데 주저앉는 사람을 본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 조금은 다음 걸음을 조심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하찮은 발톱조차도 다치고 나니 전혀 하찮지 않고, 낫고 나니 대견하다.
혹시 나도 모르는 채로, 누군가의 다친 발을 밝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