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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Oct 16. 2023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3

적반하장

응급실에서는 봉합해야 할 정도의 깊은 상처이지만 개에 물린 경우는 바로 봉합하면 염증으로 다시 터지기 쉽기 때문에 이삼일 두고 보고 이상이 없을 때에 봉합할 수 있다 하여 소독처치등만 하고 허망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사이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모자라 남편발목까지 물리고 나니 참으로 황당하고 맨 처음에 개를 키우자고 주장했던 내입장에선 왠지 미안한 마음이 깊어서 할 말을 잃고 있던 중 역시 당시에도 현장에는 없었던 개주인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뒤쪽 주택에 살던 지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는지 전화를 걸어왔다.   


의례적인 말투....

마치 보고를 재촉하는 듯 어떻게 하다 그리 되었는지만 집요하게 물어대고 희한하게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통 하는 미안하게 되었다는 등의 형식적인 말도.... 한마디 없더니만 갑자기 자기 개는 얼마나 다쳤냐고 반복해서 물어대며 통화는 쓸데없이 길어졌고 아니 지난번 사건에도 개가 안 보여준다며 견주도 확인 못한 상처?를 내가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심신이 지친 피곤한 마음에 개들끼리 싸운 걸로 매듭짓고 빨리 끝내고 말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분은  본인 개에게 사람이 물린 사고가 났음에도 도의적인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간단한 관용적인 사과 표현조차 없이 인색하게 굴었고 방금 개한테 물린 사람한테  그   개의 안위를 따져 묻는 것이 과연 제정신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이상했지만 개를 놓친 우리 실수도 있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일단락하기로 다.   하지만 실수의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 큰 사고였다.




험난하고 불안한 산책 고행길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어쩌다가 행복하고 평화롭고 가슴 설레던 내 삶의         주옥같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렇게 바뀌고 말았는지 원망스럽고 속상했지만 마치 전쟁터를 나가는 비장한 마음으로  깁스를 풀 때까지는...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추스르며 한 손으로 한 마리씩 각각 하는 짧은 산책으로 근근이 버티 힘겹게 루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악조건에서도 소득이 있다면 한 마리씩 나오다 보니 처음에는 반발이 있지만 개들 성향에 따른 맞춤 산책이라서 말도 더 잘 듣고 진행이 빨라져 수월할 뿐만 아니라 맞추고 교감하는  더욱  재미있어지는 즐거움 발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 집개는 동네에 수시로 풀려서 맘대로 돌아다녔고 난 그 사실만으로도 당연히 언제 또 벌어질지 모를 사고의 위협을 느끼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분의 사유지는 도로와 인접해 있어 산으로 향하는 산책길을 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나가야 할 길이고 그 사유지 뒤쪽은 오래전에 짓다만 건축물  두 채가 허물리고 나서 공터로 방치된 채 그쪽 주택에 사는 주민들 임시 주차장처럼 이용되고 있었고 나는 그러기 오래전부터 이미 가끔씩 내킬 때마다 그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 모를 공터이자 잡목과 잡풀이 우거진 곳을 산책코스 일부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날도 소처럼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그분이 쀼루퉁한 표정으로 내가 그 뒤쪽을 지나다니는 것이 못마땅한 듯이 할 말이 많은 삐딱태도로 이 쪽으로 다니지 말라고 퉁명스레 말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지난번 첫 번째 사건 때 우리 개가 자기 개를 물었던 일을 들먹이며 물었으면 미안해서라도  이쪽을 오지 말아야 되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순간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는 표현이 이렇게 딱 맞는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본인이 개를 풀어놓아 우리가 공격당할 뻔한 위기에서 정당방위로 물어 제압했고 본인 실수라고 인정하고 마무리되었던 일을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적반하장으로 죄책감을 강요해...?


그럼  본인이 사과를 받고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해오고 있었다는 것인... 지금까지?  


그분의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얼떨결에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난 그날 당황한 나머지 엄밀히 말해서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이미 했었고 내가 받아야 할 사과는 받지도 못했는데 뭘 또 바라고 있었다는 것인지?


그 말도 안 되는 억지 빌미로 이번엔 산책권까지 본인기준으로 제한하려 것인?


그때 일은 처음부터 본인이 개를 풀어놓았다는  원인을 제공했고 다가 그 개가 먼저 덤벼들어 벌어진 일인데 우리에게 책임을 물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날 사건도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뭐...? 사실이 어땠는지  알게 뭐냐는...?


빈정거리듯 말끝을 흐린다.

거기다가 두 번째 사고이자 남편이 물렸던 날을 말하는 듯 자기 개가 다친 것은 안 물어보냐며 억울하고 서운하다는 또다시 따져 물었다.




이때 비로소 알았다.  

이분은 심리학에서 분류하는 자기애적 인격장애란 유형에  전형적인 케이스란 걸.

본인이 남한테 끼친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거나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해서만 예민해서 아주 작은 손실이도 절대 참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말이다.


 그분이 그런 말을 해올 줄 상상도 못 했기에 더듬더듬 내 손가락도 부러지고 남편  발목도 물려 챙길 정신이 없어 미처 묻지를 못했다며 개는 괜찮냐고  본인 개가 물은 사실이 다시 부각되고 본인은 아무 책임도 안 지었다는 게 밝혀지는 걸 꺼리지 갑자기 입을 닫는다.  


그 집 개가 물렸다고는 하나 첫 번째 사건 때 우리 개가 단 한번 달려드는 그 개의 목덜미를 물어 바닥에 처박아 버렸던 것 말고는 본 적이 없고 그분도 개가 안 보여준다며 제대로 본 적이 없는듯했고  실제로 내게 직접 물린 곳을  제대로 보여준 적도 없었다.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난 그분이 주장하는 것처럼 물렸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분은 자기 개가 우리에게 먼저 덤벼들어 우리가 물릴 수도 있는 위급 상황에서 피치 못해 방어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며 부정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내게 유리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었다는 눈치다.


그럼  애초에 개를 풀어놓지 말던가... 

 자리에 본인이 있던가...

했으면  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걸 못한 사람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분은  그 사건을 시작으로 도미노식으로 연거푸 피해를 당하고 있는 나를 향해 고작 자기 개 안부를 안 묻는다고 억울해하며 멀쩡히 다니던 길을 다니지 말라는 황당하고 무례한 요구까지 추가로 해가며 그때 들을 다시금 들먹이고 있다.


지난번 손가락이 부러지고 나서 깁스를 하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어쩌다 그랬는지 물어왔 그분에게  그 집개와 있었던 첫 번째 사건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해서 그걸  피하려다가 사고가 났다고 하자  

무슨 책임이라도 물을까?  혹은,  져야 할까? 싶어서였는지 급하게 방어자세로 몸을 사리며... 에헤이 그건 뭐...  

이러면서 말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서둘러 대화를 끝내며 말끝을 흐렸었.




나는 책임을 부과하려는 것이 아니라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본인의 잘못된 개념으로 남의 동네에서 생각 없이 하는 행동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사건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기적인 욕심과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원래도 하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한 개를 의도적으로 풀어놓는 행위는 이제 그만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개를 풀어놓지 말라는 완곡한  표현인 것이다.    이 정도로 상황을 설명해 주면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것이라 여겼고 굳이 그걸 직접적으로 말해서 스스로 판단할 일에 간섭하며 감정 상하고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그분은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거나 저의를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알아듣고도 우습게 여겼던 건지 모르겠지만 어떠한 변화도 없이 여전히 자기 방식을 고집하며 다른 이의 피해에 대해선  전혀 개의치 않 무신경한 행태를 가책 없이 이어가고 있었다.

개는 계속 수시로 풀려 돌아다녔고 우리가 지나갈 때면 기를 쓰고 짖어댔고 역시 견주로서 제지는 거의 없었고 도로를 지나가는 우리가 잘못된 것인 양 빤히 주시하다가 옆에 있는 지인에게 하면서 나한테도 다 들리도록 크게


'그냥 빨 리 지나가면 될걸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네 도무지...

이쪽으로 굳이 왜 다니는지 알 수가 없네 '  말하곤 했다.


정말 모르는 걸까?  

무엇이 잘못된 건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왜 모르는 걸까?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압박하는 저런 말은 하면 안 되는 말인걸 정말 모르는 걸까 저 사람은?

반성 없는 아니 현실파악이 안 되는 무지함은 결국 또 다른 사고를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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