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스 Jun 11. 2023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1

트라우마

그날의 사건 이후 나는 우리 개가 물리는 것도 물론  당연히 싫지만 물게 되는 상황 너무 두려워진 나머지 충격에서 비롯된 막연한 위협에 사로잡혀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산책을 멈출 수는 없었다.   

강아지들을 데려오며 값비싼 사료나 좋은 집은 못해줘도 하루 두 번 밥과 산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해주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좋아서 하는 삶의 루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당시 분명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하고 넘어갔던 그분이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양  은근히 억울해하는 기색을 내비쳤고  개는 이전부터도 그래왔지만 산책 시마다 항상 이를 온통  드러내며 곧장 우리 쪽으로 달려들듯 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끌려가는 자세였 그분 사유지 앞 도로를 지나갈 때면  물렸다고 원한을 품은 건지 제가 먼저 덤벼서 물린 건 까맣게 잊은 건지 더욱 사납게 짖어대며 우리를 공격하려 들었다. 




 문제는 그렇게 염치없이 구는 개가 아니라 그 모든 걸 다 보면서도 절대 통제하지 않는 그  개주인에게 있었다.

산책 시 마주칠 때는 자기 개의 그 험악한 얼굴을  봐서 인지 힘껏 당겨진 목줄강도만 봐도 자기 개가 얼마나 흥분했는지는 다 알 텐데  끌어당겨 제지한다거나 안돼!! 하며 소리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고 그분의 집도 아니고 농막도 아닌 사유지 앞을 우리가 지나칠 때면 역시 짖어대는 자기 개를 뻔히 보면서도 가건물 안에서 모르는 척?

혹은, 알면서도 무심하게 앉아있다거나 개한테는 칭찬으로 들릴 다정한 목소리로 자기 개를 향해  


어~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리 와? 그만해~? 이거 먹자? 이리 와~네가 참어?~


 이런 통제와는 거리가 먼 답답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간식까지 줘가면 기막히게도 그걸 훈육이랍시고 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대부분 본인 개가 아무리 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방치하기 일쑤였고 분한 건지?

불만인지 지나가는 우릴 멀거니 쳐다보거나 빨리 지나가면 된다고 빨리 지나가라고 요구하고 독촉해 대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본인 개가 타인이나 다른 개를 보고 공격적으로 짖을 때는 개 주인이자 보호자가 옆에 있는 경우라면 무조건  통제하고 훈육해야 하는 게 기본 예의이자 의무이다.  하면 안 되는 것은 강하고  정확한 어조로 알려줘야 하고 한두 번으로 알아듣는다 해도  지속적으로 매번 끊임없이 가르쳐야 하는 게 보호자로서  꼭 해야 할 도리이자 상식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동물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을 들먹이해도 안된다며 다른 이한테 이해를 강요하며 그냥 빨리 지나가면 된다고 빨리 지나가라니? 


이렇게 무례할 수가?


그게 무슨 이기적이고 오만한 태도란 말인가!!!


빨리 지나가던 천천히 지나가던 그건 소관이다. 

난 그런 위험한 상황 속에서 내 개들을 진정시키고 훈육하기를 여러 번... 

앉아 기다려를 몇 차례고 반복해서 가르치며 천천히 지나가야만 했다.


더군다나 가장 책임이 큰 본인은 할 도리를 안 하고 본인 개에게도 아무것도 안 시키면서 타인에겐 뭘 어째라 지시를 고 민폐를 끼치는 건 말이 안 되는 비상식적인 태도였다. 

또한,  더욱 심각한 일은 우리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그 개를 사건 이후에도 틈틈이 동네에 풀어놓는 일은 수시로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다는 걸 모르는 걸까???


이건 타인의 불편에 무신경한 무지함 이거나 의도적으로 잠재적 위협을 끼치고자 하는 행태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난  또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서 긴 막대기 하나씩을 찾아들고 물론 막상 사고가 나면 무용지물이겠지만 잔뜩 긴장한 채로 매일 아침저녁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평화롭던 시절은 까마득하니 오래전이고 힘겹고 불안스러운 산책을 고행하듯 꾸역 구역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하던 일은 끝내 벌어지고야 말았다.




 저녁 산책을 시작하는데 어디서 갑자기  비숑정도로 보이는 처음 보는 개가 목줄도 주인도 없이 홀로  슬슬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난 불현듯 지난번에 겪은 악몽이 데자뷔 되면서 소스라치게 놀라 우리 개들을 사정없이 잡아끌며 그 개한테는 오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뒤걸음 질을 쳐댔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다지 적대적인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고 다만 지난번똑같이 이번에도 주인 없는 강아지가 다가오는 중이라는 게 같았을  그 개나 우리 개는 단순한 호기심, 경계심정도에 불과했던 거 같았다.  

그러나 지난 끔찍했던 기억으로 고통받은 시간들이 모두 소환되면서 이미 그런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엄청난 공포로 겁을 집어먹은 이번만큼은 절대 우리 개가 그  개를 물게 해선 안 된다는 마음만 앞서서 개들을 미친 듯이 잡아당기느라 안간힘을 썼다.



 개가 우리 뒤로 달아나는 순간 뒤로 넘어지며 목줄을 잡은 손에서는 뚝! 소리가 났고


아... 결국 목줄이 끊어졌구나...  


이젠 다 끝났다는 허탈함에  손아귀에 힘이 절로 풀렸고  우리 토리는 그 개 뒤를 쏜살같이 쫓아갔다.

그래도 빨리 잡아야 된다고 애써 정신 차리고 뛰어가봤더니 최악을 예상한 내 눈에 보인 것은 의외로 두 마리가 서로 자연스럽게  냄새만 맡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제야 디선가 나타난 부모와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개주인 들은 자기들끼리 누구한테 그러는지 모를 


 '그러게 목줄 하라고 했잖아'


외치고는 개를 덥석 안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오던 곳으로 급히 들어가 버렸고 난 그 등 뒤에다  대고 급하게


'물지는 않았어요!!!'


정말 다행이라고 안심을 했지만 그제야 비로소 왼손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붓기가 심상치 않아서       찾아간 응급실에선 왼손중지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들어야 했다.  


세상에!  손가락이 다 부러지다니?!!!


선명하게 들렸던  뚝!  소리는 내 손가락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고 우리 개 하네스는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너무도 튼튼하고 멀쩡한 그대로였다.

어이없게도 긴 고난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