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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Oct 09. 2023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2

사건 사고의 뫼비우스띠

  손가락이 부러지다니???


생전 처음 당해본 일에 당혹스러움을 넘어 두서없이 떠오르는 그럼 산책은? 회사는? 장애? 앞으로의  다가올 일들을 어찌해야 할지 아득해졌고 그 타격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무겁고 길었다.


왼손 중지가 부러지면서 반깁스를 해야 했고 컨트롤타워가 없이 환자를 방치하는 적어도 내 눈엔 유유자적해 보이는 응급실에서  8시쯤 방문했었는데 자정가까이 돼서야 간신히 귀가할 수  있었다.    

기막히게도... 대학병원 응급실에선 아무도 알아서 내상태를 먼저 알려주고 조치해 주는 사람이 없었고 엑스레이 등을 찍고 나서는 하나 바쁠 것 없다는 듯 마냥 기다리게 방치시켜 두어 이러다간 집에 못 갈 거 같고 대체 어떤 상태인 건지  불안하고 답답해서 찾아가 묻고 물어 알아낸 결과가 최소 예상했던 인대가 늘어났다거나 삐었다거나가 아닌

손가락  부러졌어요!!!!!  였다.


이런...  결국엔... 항상 최악을 맞이하고야 만다.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몇십 년 동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냥 당연히 있어온 아니 예상도 못한 내 손가락 중 하나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모를 대학생 같은  의사는  잠이 덜 깬듯한 얼굴로 내 왼손을  반깁스 해주었지만 엄지를 감싸는 구멍이 너무 작아 부러진 손가락보다 더 아프고 점점 조이면서 검붉게 변하고 있다고 보여주니 겸연쩍은 표정으로 서둘러 엄지구멍을 크게 뚫어 다시 깁스를 해주었다.

경황이 없고 제정신일 수 없는 환자가 이런 사소한 실수까지 챙겨야 하나 싶어 화도 나고 갑갑했지만 풀기 없이 고분고분 다시 드레싱 해주는 모습에 이 사람도 뉘 집 귀한 아들이려니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만족한 표시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당장 내일 아침 산책은 어찌할 것이며 회사에는 아쉬운 소리 하며 내 부상을 알려야 하고 보다 가장 큰 것은 내 손가락이 제대로 회복될지와 씻고 운전하는 등  손을 쓰는 모든 일들이 불편해질 터였다.  

무엇보다 억울했다.  

지난번 산책길에서 풀린 그 집 개에게 공격당한 트라우마가 없었다면 내가 그까짓 작은 개 한 마리가 다가온다고 해서 그렇게 미친 듯이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뒷걸음질을 쳤을까?


절대 아니다.   

가만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적대적이지 않은 분위기였으므로 일단 잠시 서로 냄새 맡도록  두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상황을 겪어본 나로선  다시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그 상황이 또 벌어질까 싶어 겁이 나서

혹시나? 행여나?

하는 마음에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한테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다.  

두 사건 모두 그 자리에 개만 홀로 있었고 견주이자  보호자는 없었다.  그렇지만 한번 겪었던 경험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이번에도 통제할 주인이 없는 개를 피하려다끝내는 뒤로 넘어졌 불행하게도 앞으로 어찌 될지도 모를 심각한 상해를 입고 말았다.

이 부목을 한달 넘게 두달가까이 하게될 줄은 몰랐다.


다음날 새벽 왼손은 잔뜩 붓고 통증은 더해졌지만 밤새 고민 끝에 굳은 결심을 하고 한 마리씩 데리고 나가기로 작정했다.   

내 오른손은 아직 정상이고 산책은 계속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간식으로 토리를 떼어놓고 첫째 봄이를 먼저 데리고 나오는데 기분 좋게 간식을 먹다 뒤늦게  알아챈 토리는 원망과 분노와 의문이 섞인 소리로 울부짖었고 난  불안감과 미안함으로 왼손의 고통과는 또  다른 불편함견뎌내야 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늘 두 마리를 같이 데리고 다녀왔고 한 마리씩 산책하는 연습을 시킨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고심 끝에 막상 떼놓고 나오려니 갑작스레 영문도 모르고 남겨져서 울부짖는 녀석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여 임시로 오후산책에는 남편과 한 마리씩 맡아서 나와보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은 취향면에서나 시간적으로나 개 산책을 자주 해본 적이 없어 목줄을 당길 줄만 아는 보통 사람이었고  나와 더 유대가 깊고 힘이 더 센  토리를 건네준 게 실수라면 실수였을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컨트롤이 불편했는지 산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토리는  목을 당기며 싫은 내색을 했고 서로 당기다가 한순간 목줄이 쑥~ 빠져버린 후 냅다 달아나고 말았다.   


토리가 그 집 쪽으로 달려간 것은 매일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 친하게 놀던 옆집 진돗개 토르를 보러 간 것인지 아니면 사건 이후  제가 먼저 덤벼들다 물린 건 까맣게 잊고 오히려 앙심을 품은 채 이를 드러내며 더 죽어라 짖어대는 그 집 개를 마침내 혼내주러 간 것인지  아니면 둘 였는지 그때의 토리마음은 알  수가 없다.

남편이 먼저 달려간 후 봄이를 서둘러 집에다   넣어놓는 것만으로도 연 다른 사건 사고로 이미 지쳐서 터덜터덜 그 집 쪽으로 걸어가던 중 갑자기 소란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이...?  


막연한 불안이 엄습해 오면서 급하게 달려간 현장은 개 집 밖에 홀로 나와 있던 그 개에게 남편은 오른발목을 물려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물렸다고???  이 또 무슨 불상사란 말인지 ㅜㅜ


남편은 그 집개쪽으로 못 가도록 토리를 붙잡으려던 중이었는데 그 집개가 뒤에서 발목을 물었 토리는 안 잡히려고 도망가서 닭장뒤에 웅크리고 있는 걸 내가 깁스한 손까지 동원해서  간신히 한 손으로 목덜미를 잡아 끌어안고 나왔고 우린 또다시 하루 만에 응급실을 찾아가야만 했다.


막막하고 대책 없이 끝을 모르고 돌아가는 지옥행 열차에 강제탑승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한편으론 어이없고 참담하고 앞으로 벌어질 미래가  예측조차 할 수 없게 아득하고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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