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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r 10. 2024

택배 배달일지 25화 "인식"

"택배 배달 5개월차, 일상 속에서 마주한 현실과 인식의 벽"

택배배달을 하게 된것도 어느덧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배달지역은 이제 내 집처럼 친근한 곳이 되었으며 오배송이나 문의전화가 급감했다. 고객에게 문의전화가 없다는 것은 물건이 잘 전달되었으니 사실상 서로에게 볼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하루 배송을 완료하는 시간도 많이 단축되어 이전보다 여유가 생긴것이 사실이다. 물론 형과 같이 하기에 누릴수 있는것이기도 하다. 혼자 배송했다면 아직도 밤늦게 배송을 끝마치고 퇴근했을 것이다. 그만큼 애초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어찌되었든 배송구역이 익숙해진 만큼 점점 굳어져가는 패턴에 익숙해져 간다. 매번 주차하는 곳에 하게 되며 어디인지 자세히 보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심지어 아파트입구 비밀번호 마저 저절로 잠금해제를 손이 해버린다. 이제 생각안해도 기계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몸이 되어 버렸다.


택배배달은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할수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왜일까? 시간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고 실질 소득이 별로 없어서일까? 아니면 아침 일찍일어나야 하고 저녁에는 늦게 들어가며 끼니도 제때 먹지 못하고 거의 하루종일 일해야 하기 때문일까?그것도 아니면 사람들에게 인식이 좋지않아 매번 무시당하기 일쑤라 자존심이 상해서?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여러 의견중 내가 전적으로 동감한 부분은 역시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오늘 겪은 일화다.


경비실앞에 잠시 차를 세웠고 넓은 공터에 차량을 세워두고 차 내부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 용이한 구역이기에 그 배송구역에 물건이 있을때면 차를 정차하고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갑자기 그 건물 관계자가 대뜸 정리할때 시동좀 꺼줬으면 좋겠다고 짜증섞인 말로 말을 거는 거였다. 일순간 놀란 나는 알겠다며 차량 시동을 끄게 되었다. 경비실 문이 열려있어 매연이 자꾸 들어온다고 뭐라 하는 것이였다.


주변상황을 잘 보지 못한 나도 문제였지만 돌아서고 보니 마음이 좀 상했다. 좀 친절하게 말할순 없던걸까 하고 부하가 치밀었다. 예의 없는 사람에게 너무 나만 예의있게 행동한것 같아 화가났다. 자존감도 내려가고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가지고 일했던 나인데 마음이 쓰렸다. 론 그의 주장처럼 내가 잘못을 한 부분은 인정은 한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것처럼 평소에 얼마나 하찮게 느끼기에 그런 태도가 나온건지 화가 치밀었다.


세상에 좋은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다. 물론 내가 빠른 수긍으로 별일없이 지나갔지만 자칫 감정이 조금만 더 격해졌다면 싸울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매연이 그렇게 싫었다면 여태까지 어떻게 숨쉬고 살았나 궁금해졌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을 겪게 되니 오랜만에 현타가 왔다. 차라리 한바탕 시원하게 싸울껄 그랬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대를 안하는게 답이지만 싸워야 할때는 싸워야 한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서비스 업인 만큼 항상 낮은 자세로 사람을 대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한거 같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무일없이 지나갔지만 마음의 상처는 조금 입었다.


아무튼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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