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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r 07. 2024

택배 배달일지 24화 "제안"

다른 지역으로 이동 제안

어제 출근했을때부터 묘한 기운이 돌았다. 주변 동료들에게서 느껴지는 알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갑자기 내 지역의 배송근황을 물어보는 동료 그리고 내 지역이 아닌곳의 물건을 내것이냐 묻는 다른 동료까지 뭔가 이상했다. "왜 생전 물어보지도 않던 지역과 난코스 지역의 배송현황을 물어보는 거지?" 달라진 그들의 행동에 혹시 이전에 내가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될수도 있다고 실장이 말한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것인가 하면서 짐작만 했다.


그리고 오늘 이동하게 될 구역 팀장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사는곳이 어디냐고 묻는 팀장에게 어디 지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더니 자기 지역에 자리가 나면 오라고 했다. 그의 물음에 난 집과 가까우니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대화가 오가던중 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자기도 그 지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팀장은 그 동료에게 사는곳이 멀기 때문에 안된다고 잘라냈다. 그렇게 짧에 대화를 마치고 다시 오늘 배송해야 할 물건 정리를 했다. 그리고 나서 무거워진 팀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들 말은 안하지만 내가 다른곳으로 가게 될거 같아 거리를 두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좀 친해졌나 싶었는데 이동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나또한 감정이 복잡했다. 한쪽에서는 내 이를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좋은 사람들을 두고 다른곳으로 가면 벌받아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음의 결정은 이동하기로 진즉에 결정을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어가니 조금은 겁이 났다. 애정을 가지고 있던 팀에서 떠난다는게 쉽지 않다는것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서 얼굴보고 살아야 하는데 배신하는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정말 이동하고 싶어하던 동료는 못가고 내가 가게될 상황에 있게 되자 그 동료는 많은 실망을 한것처럼 느껴졌다. 내게 무언의 말을 하고 싶어 하지만 끝내 하지 못하는 동료를 보니 조금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가 가지 못하고 내가 가게 될거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는 알것 같았다. 아마도 평소 물량 소화를 제시간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클레임건수 및 배송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나는 잘한다고 평가 되어서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곳에 해결을 함과 동시에 적절한 배송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 이다.


물론 내 구역또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뽑아서 배정한다면 또다시 문제가 터질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추후의 문제이고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구역은 베테랑이 해도 사고가 터지고 클레임이 속출하는 어려운 지역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 지역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출퇴근시간 전에 배송을 끝내야만 하기 때문에 나를 더욱 필요로 할수 있다. 난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지 그 동료처럼 많은 어려운점을 가지고 있다면 회사에서도 기피할수 밖에 없다. 또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난 형들이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동료는 오로지 혼자다. 이것은 배송시간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며 서비스또한 나에게 견줄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시간확보가 많이 되는 나는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해도 배송을 여유롭게 할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하면 모든것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그 동료는 그 지역으로 옮겨도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며 어쩌면 더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쪽 팀장이 사는곳을 물어보는 것이다.


여하튼 동료들의 시기를 받을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때부터 각오한 일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현재의 내 구역은 집에서도 멀고 배송수량도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오래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실장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이 같은 실정이 지속되면 나또한 다른 길을 모색할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이미 다른갈곳이 정해져 버리면 그때는 되돌리기 힘들기에 미리 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배송을 할때 모든 물건에 사진을 찍기 때문에 오배송확률이 적고 클레임이 들어와도 적절히 대응이 가능하다.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날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내 결정에 현재구역의 팀장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내가 배송물량이 적은것을 알고 신규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물량을 넘겨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렇다. 하지만 현재 배송구역이 내 집과 멀고 코스 또한 신규아파트지원이 아니라 배송구역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곳이다. 배송효율이 너무 나오지 않는곳이기에 그렇다.


어쩌면 내가 이동하고 새로운사람을 채용해도 코스를 변경하지 않는한 버티기 힘들것이다. 난 다른곳에서 업무를 해보았던 사람임에도 첫날 저녁12시까지 배송을 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생초보가 오면 말할것이 없이 터질것이며 경력자가 와도 사람을 쓰지 않는이상 배송효율은 나오지 않아 나와 같은 어려움에 처할것이다. 처음부터 구역조정이 잘못되어진 곳이다. 어쩌면 현재 지역에 있는 사람들끼리 잘 조율해서 적정선을 유지해야만 한다. 막말로 지도에서 붙어있게는 해줘야지 동떨어진 곳에 배정한것은 잘못된 것이다.


불평 불만이란 회사에서 시키는 모든것을 소화한 후에 하는 것이라고 예전 사회선배에게 배웠다. 그 사람들도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모두 아는데도 시키는 것이며 해내면 인정받는다 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겨울이 되어 강추위 빙판길을 이겨냈으며 설연휴 폭탄 배송물량까지 모두 제 시간에 배송했고 클레임조차 없었다. 힘들었지만 반드시 해낸다는 사명감으로 모두 완수했다. 형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확실히 이동하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갈 확률이 높을거 같다. 새로운 곳의 배송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지만 그래도 집근처라는 것과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곳이라 은근히 기대중인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좀더 기다려 봐야겠다.


동료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나와 형들이 열심히 해준 결과이기 때문에 난 이동할 것이다.


택배 배달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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