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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y 15. 2024

1화 "총구 너머의 연기"

소호와 주령의 대면

소호가 주령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말했다.


"양손을 들고 뒤돌아."


주령은 천천히 돌아서며 양손을 들었다.


"이제부터 뒤를 돌아보거나 어떠한 행동을 취하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말은 할 수 있나?"


"죽고 싶다면 마음껏 떠들어도 좋다."


주령은 웃음이 터질 뻔했으나 상대가 진심임을 느꼈고,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나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탕!"


총성이 울리고, 주령은 심장을 관통당한 채 쓰러졌다.


"컷!"


조연출의 외침과 함께 무대가 정리되었다. 방금 그 상황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장면이 끝나자, 소호와 주령은 연기를 마치고 모니터링을 위해 모니터로 향했다. 그때 홍 감독이 한마디 했다.


"주령씨,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줬으면 해. 총을 겨누고 있는데 긴장감이 없잖아."


"대본대로 했습니다. 웃음을 참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어요."


"그래, 그런데 그 두 가지를 모두 표현해야 하는 거야. 지금은 하나만 보인다고."


"그런 감정이 가능하기나 한가요?"


주령은 말도 안 되는 연기 요구에 머리를 저었다.


"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시나리오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감독은 재차 강조했다. 이에 주령은 반박했다.


"연기자가 어떤 감정인지 모른 채 연기할 수는 없습니다!"


감독이 흥분하여 말했다.


"좋아, 그럼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해서 내게 제출해봐."


주령은 기가 막혔다.


"제가 프로 연기자입니다, 감독님. 정신이 있으신가요?"


"어디서 연기를 그렇게 못하면서 말대꾸야!"


"…알겠습니다, 제출하겠습니다."


주령은 격하게 따지던 모습이 사라지고 급작스럽게 순응했다. 소호는 이를 보고 주령을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다. 감독은 소호의 연기에 대해 평가했다.


"소호씨 연기는 완벽해. 무감각한 모습도 좋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모습도 시나리오와 일치해. 혹시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거야?"


"네, 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와 피드백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서 그렇습니다. 그 캐릭터가 되고자 하는 것이죠."


"완벽해. 정말 지나칠 정도야.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소호씨. 나는 좋겠지만 당신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어. 이건 개인적인 조언이야. 감독으로서는 아주 만족하지만."


감독은 소호를 칭찬하며 웃었다. 주령은 이 모습을 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별로 큰 차이도 안 나는데 뭐가 다르다는 거지?"


주령은 무대 뒤로 나가면서 소호를 쫓아갔고, 소호에게 다가가자마자 주먹을 휘둘렀다. 소호는 첫 번째 주먹을 피했지만, 두 번째 주먹은 소호의 명치에 꽂혔다.


"크흑," 소호는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주령은 소호에게 충고했다.


"이 샌님아, 또 감독한테 입방정 털 듯이 주절대봐."


"크으..." 소호는 신음을 나지막이 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총이었다.


"크으... 뒤지고 싶으면 계속 떠들어봐."


좀 전 무대 상황과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때 주령은 총을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원래 영화 소품을 몸에 지니고 다니나? 저게 진짜 총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까의 연기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 소호의 표정은 아까와 똑같았다.


"뭐야, 말을 하면 난 죽게 되는 거야? ... 일단 가만 있어보자." 주령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소호를 노려보았다.


"큭큭큭, 죽기는 싫은 모양이네. 하하하." 소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령은 긴장을 놓지 않고 말없이 소호만 쳐다보았다. 그러자 소호가 말했다.


"그래, 연기는 그렇게 하는 거야.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표정, 그게 지금 니가 하고 있는 얼굴이지. 아까 그게 없었다고 감독이 지적한 거야."


소호는 그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주령은 소호가 떠난 자리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분명 소품 때 썼던 총과 다르고, 그리고 분명 쏘려고 했어. 아니, 연기에 미쳤다면서 현실과 같은 건 안중에 없는 건가... 모르겠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주령도 귀가했다.


다음날...


어제와 같은 장면을 연기 중이었다.


"뒤지고 싶으면 떠들어도 좋아."


주령은 대사를 치기 전 어제의 상황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사를 말해야 했기에 무조건 해야 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니 겁나는군. 크큭."


그러고는 대사를 쳤다.


"원하는 게 뭔데?"


"탕!"


풀썩.


그리고 주령은 쓰러졌다.


"컷! 아주 좋았어~! 훌륭해. 하룻밤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어떻게 된 거야?"


감독은 주령의 변화에 크게 기뻐했다.


쓰러져 있던 주령이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그리고 감독에게 다가가 말했다.


"전 이제 죽었으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령은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자 감독은 주령을 다독였다.


"이봐 주령씨, 다른 작품 같이 해야지. 진작 이렇게 했으면 주연 배우였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아. 곧 연락 줄 테니까."


"네, 상시 대기 중이니 연락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주령은 영화 현장을 나갔다. 하지만 주령은 소호의 연기가 궁금했다. 자리를 떠나는 척하고 무대 뒤에서 소호의 연기를 관람 중이었다.


"중얼 중얼 중얼."


소호가 작은 목소리로 상대가 잘 들리지 않게 말했다.


"뭐래는 거야 이거, 미친놈 아니야?" 한 사내가 소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소호는 달려오는 상대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상대는 그 주먹을 피해냈다. 그렇지만 소호의 두 번째 주먹은 피하지 못했고, 그 일격은 상대의 복부를 가격했고, 사내는 그 자리에서 뻗었다.


그 장면은 어제 주령이 소호에게 주먹을 날렸던 상황과 일치했다. 즉, 상대만 뒤바뀌었을 뿐이었다. 이 장면을 본 주령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령의 공격에는 몇 가지 페이크 공격이 섞여 있었는데, 복싱에 숙련된 주령이기에 가능한 공격임에도 그걸 소호가 해낸 것이었다. 더 황당한 건, 지금 쓰러진 사내는 제대로 맞았다. 모두 연기라고 보고 있지만, 분명 기절했다고 주령은 판단했다.


그러자 곧 다급한 스태프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구급차 불러요!!"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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