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배달 일지 시즌2 "갈등"

니 구역 내 구역

택배 배달을 할 때 배송하기 싫은 곳이 있다. 바로 알 수 없는 구번지와 여러 개가 나오는 도로명 주소로 표기된 곳이다. 전화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물건을 수령할 때가 오전 6시~7시이기 때문에 전화를 하기가 어렵다. 주소 확인이 잘되지 않으면 잘못된 주소지일 수도 있고, 반송해야 하거나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으면 처리하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택배 배달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한 건이라도 그런 전화로 시간을 빼앗기면 다음 코스까지 줄줄이 시간이 오버되기에 이러한 주소가 부정확한 건은 배송하기 싫다. 게다가 요즘처럼 물량이 적어 투잡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다음 스케줄을 짜 놓았다면 이는 필시 시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어 택배기사들이 탐탁지 않아 한다.

서로가 지도를 검색하며 "이곳은 내 구역이 아니다, 저 사람의 구역이니 저 사람이 가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인다. 물론 경계선에 있는 물건이라면 어느 정도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라면 둘 중 한 명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갈 수 있지만, 둘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둘 다 가정이 있고, 내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부정확한 주소라면 전화해서 물어보고, 안되면 발송업체에 전화해서 반송을한다. 하지만 그러한 절차조차 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그 동료의 행보를 보면 배송구역의 최적화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은 가능하면 회피하며, 회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어쩌면 그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이미 택배 배달에 대한 마음이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배달을 하는 입장에서 그의 입장에 일부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도 든다. 배송하기 어려운 지역이고 난코스라고 제외하면 배송하기 쉬운 곳만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해서 최적화를 이뤄낸다면 분명히 누군가는 그곳을 가야 하고, 반대로 그 사람도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될 텐데 이는 결국 폭탄 돌리기와 같은 형국이 되어 그걸 하지 않은 사람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의 그런 행보로 여럿이 마음을 돌렸으며, 어쩌면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도 결국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으로 서로가 힘들 때 돕지 않으면 정작 내가 힘들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펭귄처럼 허들링을 해서 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데 무리에서 이탈해 홀로 지낸다면 결국 다른 일을 하러 가게 될 것이다.

나에게도 힘든 일은 남에게도 힘든 일인데 간단한 원리조차 잊고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료의 물건을 받아 물량이 증가했다. 물론 배송하기 어려운 지번이지만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점차 시간이 줄어드는 추세다. 당연히 힘들지만 할 수 있고 할 만하니까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왜 배송하기 좋은 지역을 받아야지 왜 받았냐고 질책하지만 나는 좋았다. 또한 그 동료에게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는데 육아를 위해 빨리 퇴근해야 했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구역을 내주는 것은 수익이 감소되는 상황이라도 감안하는 것이라 했고, 그의 말에 동의했다. 내가 그 지역을 배송해 보니 그의 말처럼 내 배송구역과 인접한 지역이며 신호 체계도 복잡하지 않고 배송도 할 만했다.

좋은 배송구역을 받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수익과도 직결되기에 당연히 잘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그만둘 때 암묵적으로 돈을 받고 파는 일이 자연스럽다. 배송효율이 잘 나오는곳을 아무 대가없이 주는 사람은 없다.

 어떤 동료는 수량이 최하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개선을 못한다. 그는 공평한 구역 조정과 수량을 원하지만, 이미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에게 그런 행위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다. 회사 또한 십수 년을 일해온 그들에게 개입하지 않는다. 그 동료는 자신의 다리가 좋지 않기에 엘베가 있는 아파트를 배송하기 원하지만 그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누구에게나 내 몸은 소중한 법이며 내 시간은 아까운 법이다.

나도 내가 배송하는 구역이 난코스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만을 가지고 일하기보다는 내 마인드 자체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고자 노력한다. 물론 너무 무리해서 신체적 부담을 느낄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일만큼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자의 가정을 지키고 내 삶을 건사하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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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려온 택배 배달 일지가 벌써 시즌 2의 30화에 도달했습니다. 그동안 택배 기사로서 겪은 다양한 일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많은 분들의 성원 덕분에 정해진 날에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시즌 3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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