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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15. 2024

택배 배달일지 시즌2 "생각2"

고민과 선택의 갈림길

회식을 했다. 명목상으로는 간담회였지만, 사실은 단순히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다. 가족들도 동반하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 술을 마시는 자리로 이어졌다. 이 모임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번 회식에서는 구역에 대한 불만, 앞으로 몇 년 이내에 누군가 그만두면 벌어질 상황, 현재의 정치 문제, 사회 문제 등 각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1찍 아니면 2찍으로 편을 나누면서 서로의 견해 차이를 듣고, "그건 아닌 것 같다"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술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들은 다음날이면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내가 현재 배송하고 있는 팀에서 다른 팀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내가 담당한 지역은 원래 3명이 나누어 배송하던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그만둬서 문제가 많았던 지역이었지만, 내가 그 지역을 수월하게 수행하자 다른 팀에서 나를 데려가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 팀으로 이동하면 집과 가까워지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해당 지역이 아직 한 사람의 물량으로 정해지기에는 아파트 건설이 완료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또한, 그 팀장 역시 우리 팀 출신이라 우리 지역의 애로사항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물론, 눈앞의 이득만을 보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구역은 분명 더 큰 어려움을 동반할지도 모른다. 또한, 아직 겪어보지 못한 다른 팀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내 선택에 따라 현재 팀장과 팀원들과의 관계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묵묵히 일 잘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이 내 구역을 온전하게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팀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이지만, 굳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옮겨야 하나?라는 의문이 내 결정을 흔들고 있다. 또한, 우리 팀에서 그 팀으로 가고 싶어하는 동료도 있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에게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아마도 그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이 발목을 잡은 듯했다. 일을 잘하면서도 말로 다 까먹는 그 동료의 모습은 팀장의 마음을 사지 못한 이유가 분명해 보였다.


견고한 기득권을 움켜쥐는 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팀장의 의지에 갈채를 보낸다. 분명 이 상황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10년을 넘게 일한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일 것이다. 갑자기 내가 배송하는 좋은 지역을 남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행위는 여러 사람의 반박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행위로 인해 배송하기 어려운 지역만 남고, 수익이 되지 않는 곳으로 인해 신규 유입 기사들이 금방 그만두는 현상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조금 더 나아지자는 계획으로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추세가 된다면, 상황이 좀 더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와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관행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맞다고 생각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이대로 두면 과거의 악습과 폐단은 계속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결코 옳지 못한 일이라고 본다.


또 다른 동료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수익을 누려야 우리도 나중에 그렇게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우리가 회사와 맺은 계약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그 시점이 되면 반대 상황에 몰릴 수 있게 된다. 그때 가서 나도 현재의 이들과 같은 말로 얼버무린다면, 나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해는 간다. 내게 유리한 지역으로 수정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은 내 가족을 위한 일이다. 나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뿐인데, 마치 선구자가 된 것처럼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은 내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심정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다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신경전과 내 것을 지키기 위한 사투는 계속된다. 같은 팀원이 가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흔들린다. 좋은 효율이 나오는 지역, 그리고 내 집과 가까운 일터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많은 이들을 외면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올 때, 실패할까 걱정되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족을 위한다는 합리화와 배송 효율에 따른 이점에 매료된다.


현재 배송하는 곳보다 더욱 어려운 곳을 해내야 한다는 자신감은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며 잘 지내려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지만 그 고민 자체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직 언제 이동하게 될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가게 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같이 일하는 형과 더 의논해봐야겠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전체에게 득이 되는 결론이 나길 바라는 게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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