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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11. 2024

택배 배달일지 시즌 2 "휴가"

"택배기사의 고민: 쉬어야 할까, 일해야 할까?"

택배도 휴가철이 있다.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고, 이어서 8월 15일 광복절과 16일까지 휴무 계획이 잡혔다. 하지만 개인 사업자가 하루 쉰다는 것은 직접적인 매출과 연결되기 때문에, 쉬는 것은 곧 돈벌이를 포기하는 행위다.


즉, 안 쉬고 일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돈 벌려고 일하는 건데 일하지 말라는 것은 그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굳이 막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남들이 다 쉬는 날 혼자 일을 하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많은 이들에게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 같이 쉬는 날을 지정해 놓고 안 쉬는 건 단체 활동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했다. 이곳도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니 굳이 공동체 생활에서 모난 돌이 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나도 쉬겠다는 의사를 밝히려던 찰나에 문득 굳이 쉬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휴가 날짜로 지정되어 택배 접수도 많이 제한되고 물량도 적어 배송 수량도 기존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쉬엄쉬엄 한 바퀴 돌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니 굳이 일을 안 하면서까지 쉬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뜩이나 회사 직영들에게 전가되는 업무량이 팽배한 이 시점에서, 지역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 구역을 배송할 생각을 하니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들이 하겠지만, 워낙 배송 범위가 넓어 지리를 잘 알지 못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구역 정도는 내가 돌아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쉬지 않기로 했다. 주 7일 중에 이미 2일이 휴무인 상황에서 광복절까지 3일을 쉰다. 거기에 2일을 더 쉬면 5일을 쉬게 되는데, 이는 너무 큰 타격이다. 물론 쉬는 날만큼 물량이 몰려 토요일에 오게 되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쉬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혼자서 배송하는 사람들은 업무량이 많아 힘들겠지만, 나는 형과 함께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괜찮다.


가뜩이나 물량이 없어서 뒤숭숭한 상황이다. 한가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회사가 적자가 심해서 우리 계약자들을 쉬게 하고 직영들로 배송을 시켜 적자폭을 감소시키려는 의도라는 말도 나온다. 이미 많은 물량을 가져갔음에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해소가 안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회사를 위해 쉬라는 말이 되는 건데, 또 한다고 하면 강제로 막거나 시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는 걸 보면 반반인 것 같다. 이 일로 인해 내가 튀는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해보려고 한다.


택배업이 분명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아주 싫어서 하기 싫은 일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쉬거나 휴가를 가봐야 돈만 쓰게 되는데,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일을 해서 내 삶에 보태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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