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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l 07. 2024

택배 배달일지 시즌2 "불신"

불신과 무능 : 택배 기사들의 고충

일기예보는 오늘도 어김없이 빗나갔다. 비가 오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요즘 들어 예보가 자주 틀리는 것 같아 불만이 쌓인다. 장마철을 대비해 우의를 사고 슬리퍼까지 준비했건만, 정작 하루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폭우가 온다는 예보에 괜히 헛수고만 한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자 물량 감소가 시작되었다. 주변에서는 아직도 택배 주문이 많다고들 하지만, 전체 예정 물량을 보면 확실히 줄어든 것이 보인다. 수량이 적어지면 수익도 떨어지니 사람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리자의 행동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객 클레임이 들어와 자세한 경위나 후속 조치를 위해 대화를 요청해도, 전화를 받지 않기 일쑤이며 오후 3시 이후에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카톡이나 메시지를 보내도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연락이 온다. 왜 연락을 받지 않느냐고 물으면, 자신의 업무시간은 50분 일하고 10분 휴식한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쉬는 시간에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이럴 거면 그냥 고객과 기사 간의 1:1 대화를 하라고 시킬 것이지, 왜 중간에 끼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할 말만 하고 기사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행위는 이미 많은 기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요즘 TV에서 언덕길에서 고임목을 두지 않아 차가 굴러 떨어지는 것을 봤다면서, 7개월간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 자리 양보들을 하지 않아 언덕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협조 하나 구하지 못해서 내가 스스로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인데, 이마저도 도움을 주지 못할 지언정 훗날 있을 사고에만 대비하려 한다. 그것도 갑자기 뉴스를 보고 결정한 것 같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하기는 하겠지만, 본인의 자리가 위태로운 지경인지는 모르는 것 같다. 이미 그 사람을 쳐내기 위해 그와 대화한 내용을 저장하고 있으라는 등, 조만간 조치가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 사람의 말처럼 기사들에게 끌려 다니면 본인의 업무가 힘들어지거나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이 불만이 있는 게 아니고, 30여 명이 같은 불만을 제기한다면 그 사람은 결국 정리당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진심 어린 노력이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게 쉽지 않은데, 자리를 이용해 자기 편한 대로 일하면 제대로 그 일이 돌아갈 리 없다.


한 번은 쿨토시를 기사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사 온 것 같은데, 2층으로 올라와서 가져가라는 카톡 메시지가 화근이 되었다. 그거 그냥 내려와서 쿨토시 쓰시라고 주면 되는 것을, 현장에서 바쁜 기사들에게 올라와서 가져가라는 행위는 많은 기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도 처음에는 챙겨주다가 나중에는 다른 기사들처럼 그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어긋나 버린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여 신의를 저버렸고, 나 또한 그에게 지킬 의리 같은 것은 없다.


불만은 끝이 없다. 나름대로 자신의 규칙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기사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애초에 현업에서 직접 일하지 않는 사람이 팀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는 것부터 문제다. 군대에서도 병사들이 따르게 하려면 솔선수범이 필요한데, 탁상행정으로는 그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조직은 사람들 간의 신뢰와 소통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관리자의 탁상행정과 소통 부재는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제는 관리자가 자신의 역할을 재고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 자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이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 모두가 함께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희망하며, 이러한 변화가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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