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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un 30. 2024

택배 배달일지 시즌2 "비수기"

7월 8월 휴가철

7월과 8월, 택배 비수기가 찾아왔다. 다들 휴가를 떠나거나 직접 활동을 늘려서 그런지 온라인 구매가 줄어든다. 물론 장마로 인해 비가 많이 오면 결국 다시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수년간 택배 배달을 해온 주변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비수기에는 물량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물량이 줄어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 비수기로 인한 물량 감소는 택배 기사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택배비는 변동이 없고, 이러한 형국이 결국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며 그 책임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수익성 악화는 우리에게 더 많은 부담을 안긴다.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배 기사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기가 되는 것이다.


장사가 안 되는 건 계절적인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름철은 원래 택배 물량이 줄어드는 시기라 대비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매번 이 시기가 오면 부담스럽다. 수익이 악화되면서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려고 주변 동료들 사이에서 누군가 그만두지 않을까 눈치를 보기도 한다. 내 지역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역을 바꾸면 조금 더 나은 물량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만두는 사람은 드물다. 다들 물량이 줄어들어 죽을 지경이라 시위를 벌이지만, 결국 재계약을 모두 한다. 말로는 그만두겠다고 떠들지만, 막상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을 보면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음을 느낀다. 나 또한 같은 심정이며, 조금이라도 수량을 늘리기 위해 지번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파트 구역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지번을 선택한 이유는 그 구역이 내가 배송하는 기존 지번과 인접해 있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역 조정이 생각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했다.


앞으로 이런 수익이 안 나오는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결국 회사 내에서 아파트 전담팀을 신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계약 관계에 있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들은 다른 수단을 강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비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지번 지역이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나면 오히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지번 지역은 신호체계도 주황등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신호 대기 시간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외관상으로는 신도시보다 낙후되어 보이지만, 주택별로 도로명 주소 표시가 잘 되어 있으며, 비밀번호 체계가 많은 신도시보다 배송이 용이하다. 물론 비밀번호가 설정된 곳은 도난 가능성이 낮지만, 내가 그동안 해본 결과 도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한 이제 제법 안목이 생겨서 고가의 물품 같은 것은 규정대로 통화를 하여 배송할 곳을 상의하면 분실로 인한 사고 발생률이 감소한다. 물론 완전히 안심하고 도둑이 없다고 가정해서 배달하다 보면 도둑들이 가져갈 수도 있지만, 그 행위는 엄연히 범죄이기 때문에 도난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힘든 시기에도 택배 기사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비수기는 결국 지나가겠지만, 그 동안의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며, 이겨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시기들을 함께 견뎌내는 것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량이 줄어드는 여름에도 우리는 여전히 배송을 계속하고, 고객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달한다. 이런 일상 속에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고충,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희망들을 기록하며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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