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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Aug 18. 2024

"택배 없는 날, 그 후의 이야기"

연휴의 여운과 택배 기사의 일상

연휴는 늘 그렇듯 빠르게 지나갔다.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시작으로, 광복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16일에 벌써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주말, 나는 다시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 배송 예정 수량을 보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정시에 도착해야 할 간선차량들이 연착을 시작했다. 무더위 때문에 작업자들이 평소보다 늦어진 것이라 추측됐다. 그러나 예상외로 물량이 적어서 일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착으로 인해 생긴 대기 시간 동안 동료들과의 대화는 계속됐다. 우리는 개인사업자로서 '휴가'란 실질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다. 대화는 점차 물가 상승과 생활 부담으로 이어졌다. 방값이 너무 올라 휴가조차 제대로 즐기기 어렵고, 간단한 모닥불 하나에도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갑자기 많은 물량이 도착했다. 예상치 못한 323개의 상자를 세어보니, 팀장도 처음 겪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많은 물량은 휴가 동안 배송되지 않은 물량이 밀려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회사 측은 직영 사원들을 활용해 적자를 메울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배송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하는 직영 사원들의 불만이 점점 커졌다. 휴가 기간 동안에는 신선식품이나 급한 물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배송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배송을 미루고 묵혀둔다면, 왜 우리를 쉬게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내심으로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배송을 몰아서 처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직영 사원들이 휴가 동안 배송을 모두 처리했다면 내 수익은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의 택배 작업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버거운 일이었다.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과, 몸이 거부하려는 듯한 기분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느꼈다.


물가 상승과 택배 단가 하락의 이중 압박 속에서도, 무더운 날씨에 택배 일을 계속해야 했다. 차량의 에어컨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지만, 길을 지나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을 보며 그들의 인내심에 놀라움을 느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 놀고 싶은 본능, 쉬고 싶은 욕구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배달 일을 해나갔다. 간단하게 물건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일이지만, 이 일이 내게 주는 스트레스는 없고, 내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 계속할 수 있었다. 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그만큼의 수입도 보장되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직업의 일상이자, 나의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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