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이 폭주한 상황 속에서,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직영팀은 남아 있는 모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물량을 내려버렸다. 폭염 속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물건들은 이미 내 손에 들어왔고, 직영팀의 인원은 코로나, 온열 질환, 휴가 등으로 인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직영팀 역시 상급 간부들의 압박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적자라는 이유로 연일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300개 이상의 물량을 받았다. 그날 나는 지역 구석구석에 있는 지번들을 배송했다. 이 지역에서 배송한 지도 이제 300일이 넘었다.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익숙해져서, 시간 지연 없이 빠르게 배송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걱정이 앞섰다. 과연 내가 휴가를 갔을 때, 이 지역을 담당할 직영팀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무리 물량이 적어도, 처음 가는 곳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어디에 물건을 둬야 할지, 고객과의 약속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니,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배달하는 일이 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첫 배송은 벌레 4박스였다. 도마뱀의 먹이로 사용될 벌레들이었다. 라면 박스보다 조금 더 큰 아이스박스에 담긴 벌레들은, 숨을 쉴 수 있도록 큼직하게 뚫린 구멍에 방충망으로 막혀 있었다. 그들의 왕성한 활동에 잠시 기겁했지만, 배송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원래 이 주소는 마지막 코스였지만,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아 첫 번째로 배송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배송 완료 시간이 40분 정도 늘어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택배 서비스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이제는 퀵서비스보다 가격도 저렴해진 덕분에 사람들이 더 자주 이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벌레를 택배로 보내는 걸 생각하면 불안감이 앞섰다. 만약 운송 중 벌레가 든 택배가 파손되어 벌레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면, 여러 사람이 기겁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 지역에 이런 특수한 요구가 생긴 이상, 앞으로도 벌레가 계속 올 것 같았다. 그때마다 첫 번째 배송 코스로 변경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먼 곳까지 택배로 와서 결국 잡아 먹히는 벌레들의 삶을 생각하면 묘한 불안감과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오늘 벌레 택배를 배송하면서, 이 일이 단순한 물건 배달을 넘어선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이런 특수한 배송이 계속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찜찜하다. 이 직업이 주는 다양한 도전들을 계속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