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선택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시작한 지 6주가 지났다. 시행 초기에는 기사들의 과로 문제와 노조 가입 증가로 인한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일요일 배송에 1.5배의 추가 수당이 지급되면서, 많은 기사들이 기피할 것이라던 일요일 근무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당이 높아진 만큼, 힘들더라도 일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당초 우려했던 거부감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한편, 다른 택배사 기사들이 자차를 이용해 배송을 대행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계약된 구역의 물량만 처리해야 하지만, 암묵적으로 편법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방식이 발각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들은 “다들 알면서 하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주 7일 배송이 원활하게 운영되기만 하면 성공적인 도입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최근 들어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체감된다. 물론 겨울이 끝나가면서 비수기 시즌에 접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감소폭이 크다는 점에서 단순한 계절적 요인만으로 볼 수는 없다. CJ대한통운의 주 7일 배송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을 변화시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변화의 여파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회사 분위기 역시 크게 변했다. 예전에는 차량 고장이나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서로 미루기 바빴지만, 이제는 먼저 나서서 "내가 이 구역을 맡겠다"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물량 감소다. 예전보다 배송 부담이 줄어든 만큼, 기사들은 추가 업무를 맡는 데 한층 적극적이다. 바로 옆 동료 역시 지난 1월 실적이 좋지 않아 스스로 나서서 겸배를 하겠다고 했다.
주 7일 배송이 정착되면서 기사들은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결국 몸을 써서 버는 돈은 스스로를 소모하며 얻어지는 대가다. 당장의 이익을 좇아 선택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단기적인 이득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을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경제는 결국 인간의 선택과 욕망이 만들어낸 흐름이라고 한다. 주 7일 배송이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면, 돈이 만들어내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선택을 하는 것 같지만, 그 선택이 정말 자유로운 것인지, 아니면 점점 줄어드는 선택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결정인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