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감소가 시작되었다. CJ택배의 주 7일 배송 정책 때문인지, 아니면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택배 주문을 줄인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물량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한 변화가 점점 체감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달 전, 내 옆 동료는 자신의 구역 일부를 다른 동료에게 넘긴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물량이 많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고,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일부 구역을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배송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물량을 넘겨받은 동료는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맡고 있었으며, 평소 그가 힘들 때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런 고마움이 있었기에 그는 주저 없이 일부 물량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동료도, 물량을 넘겨받았던 그도 물량이 부족한 현실에 놓이게 되었다. 아무리 건강이 최우선이라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는 그런 생각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수수료 지급일이 지나고 난 후, 평소보다 말수가 부쩍 줄어든 그의 모습을 보면,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선택은 스스로 승인했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제 와서 번복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줬다 뺏는 사람이 되는 셈이고, 그로 인한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 연휴 이후, 명절 특수기로 인해 물량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던 그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며 깊은 고민에 빠진 듯했다. 가족이 있는 그는 아마도 여러 가지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잡을 해서라도 버텨야 하는 현실 앞에서는, 해결해야 할 제반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였다.
팀장과 다른 동료들은 그가 물량을 넘기려 할 때 위험한 결정이라며 조언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세 달이 지난 지금, 그는 물량 감소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의 말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후회한다면, 스스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음을 인정해야 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선택을 믿고 싶은 듯했다. 겉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만약 되돌리려 한다면, 더 많은 질책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차라리 회사가 어떻게든 물량을 확보해 늘어나기를 기다리거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투잡을 고려하는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물량이 많은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구역은 공사가 끝나면서 점차 물량이 늘어났지만, 구역 조정 없이 그대로 유지한 결과였다. 그러나 증가한 물량은 대형 화물이 많아, 작은 차량으로는 한 번에 싣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역을 조정하거나 차량을 변경하지 않은 채, 배송을 다음 날로 미루거나 2회전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작은 차량에서 큰 차량으로 변경하면 지하주차장 진입이 어려워져 배송이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모든 불편을 감내해야 하기에, 작은 차량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물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배송 방식을 2회전으로 조정하거나 내일 배송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다 보니, 결국 고객 불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이처럼 서로 간의 대화나 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사업자’라는 구조가 오히려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공정한 구역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온 사람이 좋은 구역을 선점하고, 발생하는 문제들은 각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일만 챙기려는 개인주의적 태도가 자리 잡게 되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 사람이 그만두면 그 구역을 어떻게 나누고,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 라는 계산이 오히려 많은 것을 망치고 있는 듯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동료가 아니라 철저한 경쟁 상대로 인식하는 분위기, 그리고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태도는 씁쓸한 현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만든다.
예전에도 물량 문제로 논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다수가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처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겉으로는 서로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각기 다른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조용한 가식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문득 예전에 실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한 3년 정도 같이 일하다가, 어느 순간 우르르 사람들이 그만두곤 한다. 그때가 되면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어쩌면 그 시기가 다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에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언제든 그 가능성은 열려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