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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건의검 21화

「성전의 칼, 천비문을 겨누다」

by 대건

부대장은 한 걸음 물러서더니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복부에 남아 있는 통증이 가시지 않았지만 테라스 앞에서 아픔을 드러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를 짓누르는 것은 단순한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성전'이라는 존재의 이름이 안겨주는 무거운 공포였다. 성전 아수라, 그 이름만으로도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드래곤에 대한 원한으로 피에 굶주린 자, 적 앞에서는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았고 아군이라 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슴없이 짓밟는 사내. 부대장은 그에게 보고를 올리는 것 자체가 사형 선고를 받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테라스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고 부대장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다짐하듯 입을 열었다.


"즉시 수행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방을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테라스의 싸늘한 시선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복도를 걸으며 가슴은 거칠게 요동쳤다.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본능이 울리는 경고였다.


'이 보고를 마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성전이 드래곤을 놓쳤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가야만 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검은 성채였다. 성전이 머무는 성채의 높은 벽과 무거운 철문, 그 주위를 맴도는 살기 어린 기운이 그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심호흡을 하자. 냉정을 잃으면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부대장은 굳은 표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울렸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안은 칠흑 같았다. 큰 창문이 있었지만 두꺼운 커튼이 햇살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희미한 촛불 하나가 실낱같은 빛을 발하며 테이블 위 검은 그림자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중심에 성전이 앉아 있었다.


성전은 테이블 위에 칼을 세워두고 천천히 검신을 쓰다듬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끝이 희미한 불빛에 반사되며 어른거렸다.


"보고해라."


낮지만 눌러 담은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공간을 파고들었다. 부대장은 심호흡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곤을 놓쳤습니다."


칼을 쓸어내던 성전의 손이 멈췄다. 부대장은 급히 덧붙였다.

"하지만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천비문 소속 인물이 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을 조사하면 드래곤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오히려 그 침묵이 더 무서웠다. 부대장은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침을 겨우 삼켰다.

성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어둠 속에서 일어서는 순간, 그의 눈빛이 냉혹하게 빛났다.


"천비문?"


부드럽게 다가오는 걸음이었지만, 오히려 그 부드러움이 더 섬뜩했다.


"네놈, 지금 나를 시험하는 건 아니겠지?"


부대장은 움찔하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저희가 확보한 정보로는..."


하지만 성전은 이미 칼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칼끝이 부대장의 목 앞에 멈췄다.


"실패에 대한 변명을 내게 늘어놓을 생각이었나?"


식은땀이 부대장의 이마를 타고 흘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테라스님께서 조사단 대신 성전님을 보내기로 결정하셨다는 것을 전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성전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


"…테라스가?"


칼을 천천히 내린 성전은 코웃음을 쳤다.


"하, 재미있군. 내게 그런 일을 맡기다니."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칼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여전히 서늘했다.


"좋다. 천비문이 드래곤과 연관이 있다면, 나는 그곳을 직접 부숴버릴 것이다."


부대장은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성전이 다시 그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하지만 네놈, 한 가지 기억해라. 내가 직접 움직이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 네가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부대장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저 명령을 전달했을 뿐인데, 이제 그의 목숨까지 이 일에 걸려버린 셈이었다. 그 순간, 성전이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집어 들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부대장을 스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만약 천비문이 허튼 짓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네놈부터 처리해야겠군."


부대장은 전율하며 굳어섰다. 천비문이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 분노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성전이 움직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성전은 검은 망토를 두르고 홀로 성채를 나섰다. 세찬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그의 눈빛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천비문, 그놈들이 과연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주마.'


성전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키가 크고 마른 사내, 은색 단검을 허리에 찬 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 테라스님께서 별도의 명을 내리셨습니다." 성전의 눈이 가늘어졌다.


"명이라… 어떤 명이냐?"


그림자는 고개를 들어 성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천비문에 대한 조사는 허가되었으나, 무력 사용은 가능한 한 자제하라는 지시입니다."


성전은 피식 웃었다.


"자제라… 내가 그럴 거라 생각하나?"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성전이 마음을 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비문이 드래곤과 관련 있다는 증거만 확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성전은 가볍게 검을 뽑아 들며 속삭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자백하도록 만들면 되겠지."


그의 검이 어둠 속에서 서늘하게 반짝였다. 그림자는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다. 성전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천비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천비문 내부. 고요한 정원의 초승달 아래, 백발이 희끗한 노인이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천비문의 문주, 위청이었다. 한 제자가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보고했다.


"문주님, 제국 군이 천비문을 주시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성전이 직접 움직인다고 합니다."


위청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성전이라… 드래곤의 원한으로 미쳐버린 자로군."


제자는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청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겠군. 대비해야 할 때다."


그 순간, 멀리서 거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위청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손을 들어 조용히 명령했다.


"모두 대기하라. 우리를 시험하려는 자들에게 쉽사리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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