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2-러시아 제재, 세계 곡물/에너지 대란까지
전쟁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폐배와 영광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폐배도 영광도 모두 외부의 것이다.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돈'입니다. 무기를 사고 병사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합니다.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은 #경제제재 입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고 또 우위에 있는 부분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죠. 일단 가장 먼저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금융을 압박합니다. 대표적으로 국채 거래를 막아버렸습니다. 보통 나라가 자원을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은 '국채 발행'입니다.
국채를 발행해서, 국채를 팔아서 목돈을 벌고, 국채를 사 준 사람한테 이자를 주는 형식으로 보통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이 많이 유입 되게 됩니다. 만약 국채 거래를 중단한다면?
'너네 나라로 외국계 자금이 들어갈 수 없다'
정부는 세금으로만 가지고 나를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국가를 운영하게 되는 겁니다. 국가에 돈이 없으면 국가 주도 신사업 또는 개발 등을 할 수 없고 또 성장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제일 먼저 러시아 금융을 제재하면서 돈줄을 죄기 시작했습니다.
달러($)로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결제시스템으로 약 200여 개 국가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수출에서 달러 결제 비중은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스위프트 제재로 기업뿐 아니라 개인 간 달러 거래도 다 막히게 됩니다. 강력한 금융제재로 손꼽히는 스위프트 제재는 쉽게 말해서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강퇴!'
수입 대금 지불도, 수출 대금도 받을 수 없으며 달러뿐 아니라 주요 유럽 국가의 통화로도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달러 시스템에서 퇴출시킴으로써 러시아 화폐(루블화) 가치를 폭락시키고 기업 및 은행의 파산 등 금융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세계 돈의 기준이 달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이게 바로 기축통화국의 힘. 세계 경제 1위 국가의 힘인 거죠.
현재 이란과 북한, 이 두 나라가 스위프트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란이나 북한은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는 아니다 보니 거래를 할 수 없어도 큰 타격은 없지만 러시아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생산 2위 국가로 유럽 및 아시아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출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 국가이자, 러시아 수출의 60%을 차지하며 국가 예산의 40%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 산업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민간인 피해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석유 수급에 영향을 주어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제재에 동참한 미국과 유럽도 타격이 큽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세계 금융시장은 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굉장히 크죠. 하지만 이러한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자 돈 줄을 막기 위한 강경책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행, 러시아를 압박했습니다.
미국과 EU의 제재에 당하고만 있을 러시아가 아니죠. 러시아는 미국의 스위프트 제재로 달러를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러시아 화폐)로 결제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천연가스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의 약점을 파악한 겁니다. 자국에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스 공급 중단을 실제로 단행, 미국과 유럽의 제재 무력화 및 가스 가격 불안 조성으로 전쟁 장기화를 위한 자금을 확충하며 EU 내 분열을 야기시켰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의 위험성을 직시하게 된 유럽은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게 됩니다. 천연가스, 원유 외의 대체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게 대표적인 수단이었죠. 유럽 입장에서는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통해 느끼는 바가 클 겁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푸틴은 그 부분을 약점 삼아 유럽향 가스관을 잠그고, 유럽은 유례없는 에너지 대란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니까요.
유럽의 에너지 소비는 32% 석유, 25% 천연가스, 18% 바이오/재생가능 연료, 13% 원전, 11% 화석연료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천연가스와 석유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와 원전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위프트 제재는 결론적으로 러시아에 치명타를 입히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걸 빌미로 더 많은 것들을 얻을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며 유럽 경제를 농락하고 동유럽 일부 국가들을 포섭할 뿐 아니라 중국, 인도, 스리랑카, 아시아 국가들에 대신 에너지를 수출하며 자금줄에 숨통을 틔우고 있었죠.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 및 경제제재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도 [중국]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운이 감돌 당시만 해도, 이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누가 봐도 잃을게 너무 많을 러시아가 이 전쟁을 한다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세계 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말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탈달러화를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러시아는 외국과의 교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 비율을 늘리며 중국과 러시아의 금융거래는 활발해졌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화폐는 #기축통화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지난 1월 국제 결제 순위>
1위 미국 달러 (40%)
2위 유럽 유로 (36%)
3위 영국 파운드 (6%)
4위 중국 위안화 (3%)
현재 위안화 국제결제 순위는 엔화를 제치고 4위에 오른 상태, 여기에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를 피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위안화의 결제 순위는 오르게 되는 겁니다. 러시아는 중국으로 버틸 수 있고 이로 인해 중국의 위상은 높아지는 거죠.
최근 국제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 순위 3위에 러시아가 오르며,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체제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싫지만 중국이 더 싫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런 행동이 매우 불쾌할 겁니다.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라고 중국을 압박했으나 오히려 러시아와 친밀도를 높이는 중국.
고통도 감수하고 러시아를 때린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경제제재는 이런 중국 때문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겁니다.
15일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상원에서 대만 군사 원조와 중국 보란 듯 '하나의 중국' 폐기하는 대만을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전 대만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겁니다. 당연히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상호 이익과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며 협력 확대를 약속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 관계가 너무 거슬리는 미국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부른 식량/에너지 무기화로 高인플레이션, 高금리, 高환율 시대.
신냉전 구도 양상 속, 미중 갈등 심화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서로 영향을 받지 않은 게 없습니다. 이 키워드들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 속,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앞선 이야기 [유럽과 러시아 가스관 그리고 미국]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