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두고 맞서는 러시아와 미국, 에너지 패권 전쟁 '천연가스'
인간은 천성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란다.
-마크 트웨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나라가 있죠. 바로 미국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해 서방과 연계해 러시아를 제재,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이 전쟁을 확대 및 장기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는 결론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전 세계에 에너지 및 식량 대란을 야기시키며 글로벌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미국. 다들 아시다시피 아주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입니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두 이념의 대립으로 2차 세계대전을 치른 후에도 두 나라의 사이에는 끝나지 않은 긴장감과 견제가 지속되었죠. 트럼프 대통령 당시 약간의 스캔들도 있었듯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관계가 개선되긴 했으나, 바이든 정권이 들어오면서 두 나라 사이에는 다시 냉랭한 기운이 감돌게 됩니다.
잠깐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죠. 친구와 싸움을 했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말 몇 마디가 오고 갑니다. 그러다 표현이 조금 거칠어지는 말싸움으로 시작해 어깨를 가볍게 살짝 쿵. '아! 왜 때려??' 하면서 한 대 툭. '아!! 너는 왜 때리는데??' 툭. '그런 너는 왜 두 대나 때리냐?' 툭 툭. '야! 너는 그럼 왜 두 번이나 때리는데??' 툭 툭.
툭툭 툭툭.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보통 말싸움으로 시작해서 진짜 싸움으로 번지곤 했죠. 러시아와 미국이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이 문제는 지난해부터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죠.
구소련 때와는 달리 러시아의 세계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반대로 경제적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서의 입지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러시아를 '지역 강대국 (regional power)'으로 한정, 구석에 몰아넣으면서 본인들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려 했습니다. 러시아는 아시아권에서 큰 영향력을 주고 있진 못했지만, 유럽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있었죠. 바로 '천연가스'입니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의 가스 공급 중단, 천연가스 가격 급등 원인의 기본적인 배경지식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유럽 에너지 자원을 러시아가 꽉 쥐고 있는 거죠.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뿐 아니라 유럽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천연가스를 빌미로 유럽에 본인들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미국은
'저것들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가스관으로 옮기지만, 나는 배로 운반해야 하고... 후...'
자, 바로 이게 핵심입니다. 유럽에 가스관으로 연결되어 있는 러시아와 대서양을 건너 배로 운반해야 하는 미국. #가스관 이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은 동유럽으로 연결이 됩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를 통해서 말이죠. 만약 우크라이나가 가스관을 막거나, 가스를 빼돌린다면 러시아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즉,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 인해 에너지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러시아는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편이나 유럽 편들면 나는 정말 망하는데..?'
'그래! 그럼 새롭게 가스관을 만들자!!!'
이렇게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새로 만들면, 우크라이나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을 테니 러시아에겐 큰 이득 인 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영향력을 늘릴 것에 우려해 참여 기업들에 대해 제재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제재 여파로 스위스 민간기업이 공사를 멈추고 철수하며 노드스트림 2의 완공까지 약 160km를 앞두고 완공률 93%에서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노드스트림 2가 완공되면 가스 공급을 독점하는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의 수익은 크게 증가할 테고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기에 미국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야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인 미국이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기가 좀 더 수월해질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포기할 수가 없게 되었고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와 갈등이 심화되었으며 결국 현재까지 6개월 이상 전쟁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이 전쟁의 명분이었던 #크림반도
러시아에 병합되면서 자국 병력을 배치할 수 있고, 흑해를 건너 바로 유럽으로 진출이 가능합니다.
'이제 우크라이나만 내 걸로 만들면?? 가스관 걱정은 없겠구먼~ 하하'
결국 크림반도에 병력을 모은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육로를 가져가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패권국 싸움에서 러시아를 압승해야 하기에, 우크라이나를 유럽 쪽으로 만들면 러시아의 입지가 좁아질 테니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 vs 유럽&미국] 날 선 신경전을 이어 온 거죠.
푸틴 대통령이 2차대전 이후 첫 '동원령'을 발동했습니다. 이러한 소식에 다시 천연가스와 유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요. 유가는 세계 정치 경제사에서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너무도 이야깃거리가 많기에 한스텝씩 나눠서 '유가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