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요가수련일지. 누가 나의 슬픔을 잠재워줄까.
8기 요가지도자과정을 등록 후 나는 4월 중순부터 수련일지를 채우기 시작했다. 지도자과정은 6월~7월 매주 토, 일에 수업이 시작되나 이 밖에 필요로 하는 과제물, 수련시간도 있었기에 개개인마다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차이가 난다. 또한, 참여 및 참관수업까지 다 마무리되야 yoga teacher certificate가 발급된다. 나는 24년 4월 당시 수련을 할 수 있는 요일이 화, 금 저녁밖에 없어 조급한 감정도 들곤했다.
평일 매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얼리 악세사리 과정(금속공예, 왁스카빙) 학원에서 이수하고 있었고 월수목은 2차 저녁 수업으로 라이노 캐드도 배우면서 밤 10시까지 학원에 남아있었다. 주얼리 자체 보석, 은, 금들은 귀중하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의 완성품을 제작하기 위해 거대한 불 앞에서 뜨거움을 견뎌야하고 톱과 망치질로 강한 힘을 주는 작업이 계속 반복된다. 손에 화상을 입고 날카로운 것에 베이기도 하며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할 때 속상함도 있다. 어깨, 목이 자주 뭉치고 체력적으로 힘들때가 있지만 한 단계씩 나의 작업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보면 기뻐 장비들을 손에 쥐고 다시 뚝닥이는 나를 볼 수 있다. 시간을 쪼개어 취미로 비즈팔찌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고 인스타에 올려 제작문의도 받으며 배송까지 모든 것을 관리했다.
사실 주얼리 악세사리를 배운 것은 '요가'를 위함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요가와 관련된 원석 팔찌, 악세사리 등을 제작하고 싶었다.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라는 마인드보다는 그저 해외 여행에 가서 요가 주얼리를 구경할 때 혹은 내가 직접 사서 제작할 때 모두 당연히 지식이 있고 없는 것은 정말 차이가 크다. 이 원석이 정말인지, 가짜가 섞있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누군가에게 판매를 할 때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세공 금속공예 자체의 기본 지식은 갖춰야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입이 아니라 어떻게 유통이 되고 이 시장은 어떤 원리로 형성이 되는 지 알면 어떤 가게든 (편집샵, 길거리, 가게, 쇼핑몰) 디피된 상품들이 값어치가 있는 지 파악하기 쉽다.
*보석감정이 괜히 있는 이유가 아니다. 모두 genuine으로 표기해두지만 눈으로 보며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토요일은 하루종일 가로수길 홈웨어 쇼룸에서 일을 했기에 요가를 위한 삶은 처음에 실천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여름날의 요가 ttc과정, 요가 지도자가 될 나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묵묵히 지냈다.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TTC 요가원에서 첫 요가수련을 어땠길래?
예전에 동네요가원, 원데이클래스에 가서 한번씩 요가를 깔짝거렸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아! 이게 진짜 요가구나..?! 우리가 편히 알고 있는 요가는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그리고 스트레칭 위주의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겠지만... 직접 해봐야지 이 말을 몸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온몸에 주르륵 땀이 흘러 매트로 뚝뚝 떨어졌다. 선생님께서 요가 아사나 이름을 말해주셔도 산스크리트어서 정말 하나도 못알아먹었고 수련이 힘들어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타, 빈야사, 아쉬탕가, 인요가 등 요가가 도대체 뭐야?
내가 첫 신청한 요가는 나랑 안맞는 것인가..?
나 빼고 다들 너무나 잘하시고 요가는 기본적으로 타고나야하는 것인가.
어떻게 몸이 저렇게 유연하고 저 자세들을 할 수 있는걸까.
몸이 거꾸로, 자유자재로 뒤집고, 두 팔로 몸을 지지가 가능해..?
첫 요가 수련하다 숨이 막히고 답답해 도중에 혼자 쉬어가며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탈탈 첫 요가로 털리고 난 이후, 요가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내 몸은 유연성도 부족하고 힘도 없어 자신감이 급 하락했다. 주얼리와 다른 일들도 해야하는 일상이었기에 몸이 열리는데도 시간이 엄청 많이 소요될 것 같았다. 기본 동작도 제대로 되지 않아 ttc 사람들 중 제일 못하고 제일 요가에 무지한 사람이 될까봐 겁도 났었다.
2024.04.23 수련일지
올해 1월 부터 이사 이후 다시 수련을 시작하게 됐다쳇바퀴 돌듯한 삶 2월 말부터 3월은 거의 요가를 하지 못했고 간단한 유산소와 웨이트만 병행했다.
역시 나의 휴식처는 요가인가. 시간을 어떻게 내서라도 4월 말부터 요가를 꾸준히 하기로 나와 작은 약속을. 또한, 요가수련일지를 간단히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포함이다.
수련을 통해 나의 정신과 육체를 다듬고 고난이도 아사나도 도전해야지. 오랜만에 땀을 줄줄 흘렸고 수련이 끝난 후 큰 통창에 김이 서렸다.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기, 온도, 숨이 온전히 느꼈다지.
2024.05.14 수련일지 (1)
Aroma hatha movements
아로마, 기존 코렉트 무브먼트, 하타의 수업이 합쳐진 수련. 올바른 몸의 정렬에 대해 수업이었다. 척추를 계속 위로 올리며 펴주는 연습을 70분동안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가는 유연성과 근력의 힘이 모두 뒷받침 되야한다. 유연함만 넘치면 받쳐주는 힘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련이 어렵다. 유연성과 근력의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 (*'~'*) 열심히 유연성을 기르고 근력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군. 아로마 오일로 가빠진 숨을 진정시키며 오늘도 나마스떼.
2024.05.14 수련일지 (2)
Daily meditation flow 아침 오전 10시 30분의 수 련으로 시작하는 상쾌한 하루. 생각이 항상 많은 나에게 명상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다. 요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든 집중을 나의 정신, 호흡, 몸의 동작, 떨림에 맡기기 때문이다. 명상하는 동안 두 눈을 감고 온전히 나를 바라본다.
"내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의식 속에 들어가는 것이 나의 내면을 만드는 것이다.“
2024. 05. 23 수련일지
Soma yoga 소마요가는 처음이다! 수련 전부터 두근두근 마음을 가지고 요가원에 도착했다. 소마요가에 대해서 선생님께 간략히 설명도 듣고 제인쌤을 처음뵈어 이야기도 나누었다. 소마요가는 한 동작안에서 나의 몸을 탐구하고 움직임을 자각하며 나아가는 여정 ! 내 몸과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평소에도 목에 긴장이 심한 편인데 수련하다 갑자기 목에 힘이 풀리는 순간을 느껴 신기했다. 스스로 내 몸을 계속 알아가고 힘을 쓰는 방법들을 연습하기. 수련 끝나고 같이 수련하신 선생님들과 짧은 차담시간을 가져서 감사한 하루다. 오늘도 나마스떼.
4월의 감정
현재 글을 쓰고 있는 4월 21일에는 내 상태는 많이 괜찮아졌다. 웃을 수 있으니 뭐. 10일간은 내가 아닌 상태로 산 느낌이었다. 그간 쌓여왔던 힘듦과 걱정, 피곤함 온갖 것들이 곪다 못해 터져 나를 짓누르게 만들었다. 나 자신에게 조금만 쉬자며 주었던 신호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으니. 나는 모든 면에서 내가 강박도 있고 성과가 무조건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계속 답답한 상태가 쭉 이어졌기 때문이다. 뭐 이것저것 나의 내부 외부적인 요인들이 다 작용했으니 다 놓아버리고 싶었고. 5월 어느 날이었던가? 맨날 눈물로 지새우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새벽에 "그냥 내년 내 생일 전까지만 살자. 멋대로 살아" 외치고 스스로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일이든, 돈이든, 휴식이든. 예민함과 강박을 내려놓기로.
매일 3시간도 못 자고, 새벽에 계속 깨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몸에 안 좋은 것도 하고 가위도 연속으로 눌리고. 이렇게 누가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 나는 솔직히 말하면 착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잘하는 사람이다.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산다.'(좋은 의미일 수 있으나...) 이런 말을 종종 하는데 나에겐 선넘는 말로 다가온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이 사람들은 내 깊은 내면을 알까?싶다. 그래서 난 애초에 누군가에게 관심도 가지지도 않고 왜 쉽게 이런 말들을 내뱉지 싶다. 고뇌, 두려움, 걱정, 도전 등 온갖 것들이 겹치는 걸 본인들도 아니까 계속 자기 삶에 머무른 채로 사는 것밖에 못하면서. 모든 삶이 옳고 틀리고는 없지만 남의 인생을 쉽게 함부로 입에 일컫지 않았으면.
나의 꿈은 진짜 별거 없다. 애초에 목표도 크게 세우는 편도 아니고. 적당히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유별나고 웃기고 내 자신이 또 싫으면서 좋은 나.
나는 삶을 살아가야 할 힘을 얻고자 할 때마다 언내추럴(アンナチュラル) 일드를 꼭 본다. 마지막 주말 일요일, 언내추럴을 정주행하고 레몬lemon 노래를 들으며 마무리하는 하루다.
동정과 연민 같은 눈빛 따위로 보지 않았으면. 누구든 어떤 시기이든 힘들 때가 다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이십 대 초반에 많이 겪은 상태일 뿐.
[지난 날의 일기들이 연재하는 동안 종종 등장 할 에정입니다. 들춰보니 민망하고 부끄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많은 고민 후 일기를 일부분 오픈하며 생략된 내용들이 있어 매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삶, 여기에 있는 순간, 고통, 우리가 마주하는 곳,
당연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