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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上 : Yoga instructor

그렇게 바랬던 요가지도자가 되다. 그리고 제주여름

by 도현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했다. 2024년 나의 여름. 그리고 한 해의 가장 전환점이었던 시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에는 거의 날마다의 요가수련이 주를 이뤘다. 이후에는 집에서 과제물을 하거나 해부학, 요가철학, 요가아사나 등을 복습했다. 토요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쉬탕가, 소마요가를 마친 후 1~6시까지 정규 요가 지도자 수업을 들었고 일요일에는 10~6시까지. 매일을 요가원에서 살았다. 그러기에 체력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 3개월 내내 몸을 많이 쓰기 때문에 몸이 아프지 않게 잘 관리하고 여름이라 더위를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6주간의 시간이 흘러 도반 선생님들과, 나에겐 이제 필기와 실기시험만이 남아있었다


우리 요가원 필기+실기 시험이 어렵다고 지난 기수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재시험은 물론 있었고 필기의 문항의 수, 주관식 답변이 많다고 하며 지레 겁을 먹었다. 도반 선생님들과 시험날이 다가오면서 다 같이 늦은 밤까지 공부해 가며 서로를 응원해 주었다. 요약본을 만들어 도반선생님들과 함께 공유하고 서로의 집과 작업실에 가서 요가 과제물 영상도 찍다 보니 가족보다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져 YOGA FAMILY가 된 8기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수련만 해보았지 수업 내용을 직접 구성하고 시연해 보니 낯설었고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데모, 티칭, 핸즈온, 음향조절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수련과 수업을 안내하는 것은 참 다르다. TTC 과정 동안 요가선생님으로서 나아가야 할 자질들과 마음가짐을 배우고 과제를 통해 반복하며 우리는 성장해 갔다. 그만큼 우리의 여름이 더 무르익고 있었다.

감기에 좋다며 주이쌤이 만들어주신 페퍼민트 오일.


요가를 깊게 배움으로써 얻어지는 지성, 마음, 감성, 의지들을 단련시켰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요가수련원(?)에 온 것처럼 이러한 스케줄을 해내다 보니 혹독한 부분, 힘든 부분을 모두 다 느꼈을 것이다. 서로의 눈물을 이해하고 닦아주었던 시간.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 선물을 챙겨주며 요가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우리는 이제 헤어짐을 앞뒀고 각자 요가를 진심으로 대했던 일상에서 빠져나와야 함을 알고 있다. 슬프고 아쉬운 마음 절반, 후련하게 시험을 빨리 통과해 이루고 싶은 마음이 반반 공존해 모두 시원섭섭했을 것이다.


아, 나는 필기와 실기시험을 앞둔 상태에서 심한 몸살에 걸렸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린 상황에서 종착지 앞에서 넘어지면 무척 슬프지 않으랴.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수액을 맞고 계속 약을 먹으면 버텼다. 시험 당일날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올 정도였다. 실기 시험을 위해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반복했던 나의 60분 시퀀스. 순서가 되어 이름이 호명됐고 이 순간 엄청 긴장하며 심장박동소리가 쿵쿵 들렸다. 몸이 아파 100% 준비했던 것을 완벽히 보여줄 수 없더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다. 시퀀스가 거의 끝나가고 마사지 방법, 사바아사나까지 마친 후 온 힘을 다해 떨리는 목소리로 "나마스떼"를 건넸다. 시험이 끝난 후 선생님들의 피드백이 적힌 편지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150시간의 수련, 수업시간, 모든 과제물들,
시험을 통과한 후
나는 그렇게 바라고 바랬던
요가지도자가 됐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단계이다.
시작, 무한한 가능성


요가를 할 때의 도현 선생님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계시나요? 이제는 수련자를 넘어 선생님이 사랑하는 요가를 많은 이들에게 나눠줄 시간만 남아있네요. 그동안 고생했어요.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사랑 보내요.

-존경하는 원장님께서 적어주신 편지-
Vinyasa Yoga instructor

참여, 참관까지 마무리하며 빈야사 지도자가 됐습니다. 어제 참관 수업에서 그동안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온갖 감정들이 섞이고 뒤에서 묵묵히 도반선생님들의 움직임들을 보니 경이롭고 벅차오르더군요. 저의 스승님 원장님의 목소리, 울림, 티칭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큰 에너지"가 무엇인지 수업에서 절실히 느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스스로를 뒤돌아볼 수 있었고 잠깐 생각에 잠겨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처음 요가를 만난 순간, 요가 OOO에서 지도자를 행했던 과정들, 요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잊지 않을게요.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저를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8.05 수련일지

지금 이 길이 맞게 가고 있는 것인가. 의심보다는 이미 결심한 그대로 쭉 밀고 나가는 것. 나의 수련과 회원분들의 난이도에 따른 시퀀스 구성은 다르다는 것. 내가 수련자일 때는 수련자의 마음으로, 수업을 안내할 때는 회원님의 마음으로 진실하게 임하기. 선생님들께서 말씀해 주신 말이 점차 이해가 되고 확실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핸즈온, 티칭연습은 계속 이어가기.


나는 잘하고 있고 잘할 것이다.

먹기명상 과제- 미니단호박

엄마가 보내주신 미니단호박으로 먹기명상을 했어요. 단호박을 한입크기로 더 자르고 위에는 꿀과 치즈를 뿌려주었습니다. 처음에 단호박의 뜨거운 온도를 입술에서 혀로 감각해 보고 한입을 베어 먹었어요. 부드럽게 입안으로 서서히 전해지는 따뜻함이 되게 누군가 저를 안아주는 느낌이랑 비슷했어요. 미니단호박 자체가 달아서 껍질도 맛있게 먹었답니다.


부모님이 택배로 보내 주신 여러 제철과일과 음식들의 소중함과 사랑으로 시작한 하루예요. 구황작물 러버로서 무더운 날에도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재배하는 농부님께도 감사했습니다.

첫여름휴가 한주훈 요가원

이번 휴가에 홀로 제주도를 떠났습니다. 며칠간 속세에서 벗어났다고 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제주도를 1년 만에 가보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났죠. 노형동, 탑동, 송당은 이제 낯선 공간이 아니라 저의 오래된 동네 같아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맞이한 제주 바람은 제게 격한 환영 인사를 건네주는 듯합니다.


이번 여정은 제가 요가지도자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발걸음을 내디뎠기에, 무척 특별했습니다.

모든 요기니들이 한 번쯤 들러봐야 할 곳. 바로 한주훈 요가원입니다. 한주훈선생님의 요가원에서 수련하며 새로운 요가선생님과 같이 밥도 먹고 요가로 맺어지는 이 공통점이 신기합니다. 제주의 갈치조림과 막걸리 한 잔은 잊을 수 없네요:) '요가'라는 주제로 처음 만났지만 며칠밤을 샐 정도로 수다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였어요. 또 인연이란 게 정말 예상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부산 00 요가 원장님은 저희 요가원으로 하루 원데이로 오셔서 제 옆자리에서 같이 수련을 했던 분이셨어요. 서로가 낯이 익어 알아보고 이번에도 한주훈 요가원에서 함께 옆에서 수련한 거 있죠? 우리는 다시 만날 운명이었나 봅니다.


몸이 열리지 않았던 시기인지라 제 몸상태를 고려하며 조절하면서 수련을 이어나갔어요. 단계별로 가는 과정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분들도 걱정 없이 요가체험하러 가보셔요.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그저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만으로 대단하며 숙련자분들의 경이로운 아사나를 보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죠. 모두들 한주훈 선생님의 안내하에 각자의 몸을 다루고 아사나를 만드는 과정들은 아름다웠습니다. 무해하고 너무나 무해했어요. 수련이 끝난 후 밖으로 나와서 마신 제주의 공기는 저의 몸을 온전히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슴의 울림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어요. 비행기에서 내려본 마지막 제주의 바다는 '언제나 다시 오라며, 여기는 너를 위한 공간'이라는 듯 저를 다독여줬습니다. 다음번 제주는 수련만을 위해 내려가 3~4일 정도 근처에서 묵으며 수련 in jeju를 도전할 예정입니다.


Shanti Shanti Shanti

제주
내가 사랑하는 제주

힘들고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혼자 찾은 제주였다. 2022년도부터 차근차근. 제주도 서쪽 동쪽 북쪽 남쪽 어디든 잘 돌아다녔다. 2023년에는 송당에서 잠깐 살아보고 제주도민처럼 새까맣게 타서, 하하 호호 웃고. 예림언니와 잊지 못할 기억도 새기고.

제주에서 꼭 1월 1일 신정을 보내고 싶었던 나는 비행기가 전부 매진이었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떠났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2022년 12월 29일에 도착했다. 추운 겨울. 손, 발 모두 시려 감각이 없어질 것 같았지만 마냥 행복했다.

생각해보니 매번 부모님이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픽업해 주고 이때도 5시에 일어나 아빠가 목포까지 데려다주셨다. 딸바보 우리 부모님.

서울에서 바쁘게 삶을 살다 보니 내가 제주도를 마 지막으로 간 게 약 1년이 다 되어가더라. '아, 맞다 나 금오름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제주 앓이를 하지 않는 나도 발견했다. 힘들 때마다 제주로 떠나고 싶어 비행기표를 알아보던 나였는데.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구나.

그래서인지 이번 제주의 내 감정은 무덤덤, 익숙함, 편안함이었다. 설렘이 덜한 게 오히려 나에게는 좋았다. 지금의 삶에 안정감을 느끼고 한층 더 단단해지고 내면의 힘이 강해진 것 같았다. 나는 내 일상처럼 휴식을 보내고 있고그 장소가 제주일 뿐이다. '서울에 가기싫다'와 같은 마음도 없고 아쉬움까지도. 이제 제주도는 과거 내가 힘들 때 찾는 곳보다 여가와 쉼을 진정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오랜만에 제주의 공기, 바람, 온기 등을 마주하니 추억들이 하나하나 생각났다. 무더운 여름날 혼자 카메 라를 들고 협재부터 쭉 걸어 다닌 것도. 함덕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것도. 섭지코지의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까지도. 비밀의 숲에서 염소와 장난치며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던 동심으로 돌아간 그 느낌도.

다음 제주는 어떤 것으로 가득 채울지 벌써 기다려진다.

2024. 08. 15 비 내리는 제주

요가의 날, 원더러스트 페스티벌에 초대된 하루
요가도반쌤들과의 추억들
‘함께’라는 기쁨을 나누십시오.
함께할수록 그 행복은 몇 배가 됩니다.

혼자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다양한 시야로 드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 용기,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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