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점점 우드에 빠져들어간다.
요가강사라는 직업
사실상 나는 초중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운동 쪽으로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운동에 소질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며 유연하거나 힘이 강하지도 않았다. 요가강사뿐 만 아니라 운동직업들의 공통점은 "몸을 써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 내 몸을 움직이고 내 몸을 연구하고 다루는 것이 기본이 돼야 사람들을 안내할 수 있다. 끊임없는 수련, 매 수련마다 얻어지는 느낌 혹은 지식적인 부분을 작성하며 나만의 수련일지를 만드는 것. 스스로의 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힘의 방향을 몸소 터득해야 한다. 개인 수련에서 얻어지는 힘은 요가 서적을 한 두권 읽으며 쌓인 지식의 몇 배라고 생각된다. 잘못된 방법, 부상도 입으며 (없으면 가장 좋다) 회원분들, 숙련자/선생님들께 올바르고 쉽게 요가를 알려주고 방향을 고쳐줄 수 있는 지도자로 성장한다.
두 번째, 더군다나 요가강사는 다치기가 쉽다. 수업 시 데모를 보여주곤 하는데 수업 중간 급하게 들어가고 또 급하게 빠져나갈 때가 가장 위험하다.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몸의 컨디션이 항상 좋지는 않다. 계절, 그날의 컨디션, 여러 요소들이 작용된다. 몸이 말랑 말랑한 상태여도 다치기 쉬우며(고무줄의 탄성 원리) 몸이 잘 풀리지 않은 상태로 요가 아사나들을 보여줄 때 순간 힘으로 밀어붙이고 확 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 수련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요가원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매트 위에 서 있기도 싫을 때가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에는 요가강사는 힐링하고 편안해!라는 눈빛이 존재하지만 어떤 시기에는 간혹 수련이 버거울 때도 있고 수련동안 숨이 막혀 도중에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맞다. 요가는 '수련'이다. 힘들어도 내 몸을 움직이며 타협하는 것. 더 나아가 정신까지. 참고 인내하며 그 안에서 얻어지는 것들(사랑, 에너지, 숨결 등 모든 것) 사람들에게 나누며 베푸는 것. 요가강사가 사랑을 전하는 방법. 그것이 개인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바이다.
요가지도자 과정은 나의 비밀 아닌 비밀
TTC 과정은 나의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TTC 지도자 certificate를 받기 전까지 내 주변 사람들은 요가를 취미로 한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매일 수련을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하루에 2~3회 정도 수련을 하는 날도 더러 있었다. 모든 하루를 요가로 보내는 것을 거의 주변인들은 몰랐을 것이다. 굳이 SNS에 "요가 지도자가 될 거야, 되고 싶어"라고 올리기, 혹은 주변에 널리 말을 전하는 것은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일부러 숨기려고 숨긴 것은 아니다...
나라는 사람 자체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편이었다. 물론 과정도 중요하지. 그렇지만 나는 "최종 어떻게 됐는데? "스스로의 결과 및 성과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이었다. 면밀히 내면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과정 동안 예상치 못한 일로 도중에 멈추거나, 요가지도자가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차있었다. 부모님, 주변 2~3명 정도의 사람만 요가지도자 과정을 준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7월 말 요가지도자로 거듭나고 수업을 안내할 때 즈음 오픈했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놀라서 연락이 많이 온 일화가 있다.
*이후 요가를 통해 생각을 바로잡았어요.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도출되는 것. 과정의 중요성. 결과가 무엇이든 나는 최선을 다 한 노력과 시간들에 의의를 둡니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며 보완해 성공으로 가는 길을 새로이 개척해 보는 거죠.
요가가 참 이렇게나 사람을 바꾸어준답니다. ㅎㅎ
봄이 끝나갈 무렵, 여름의 시작
입하: 여름을 알리는 시기. 오로지 요가를 위한 하루들을 보냈던 시기. 평일 오전에도 시간이 여유로워져 오전, 오후 수련을 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했었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 6호선을 타고 2호선 신당역에서 환승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요가원에 도착하는 아침이 너무나 좋았다. 요가 후에는 내가 사랑하는 빵집에 들러 치아바타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서울숲은 제2의 내 집이나 다름없었다. 매일 걸었던 서울숲, 뚝섬역의 거리,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까지.
여름의 계절이 직접 피부로 와닿는 게 체감이 되면 세상이 초록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능소화가 피고 담벼락너머로 하나둘씩 일렬로 줄 서있는 듯,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능소화가 온전한 주황빛의 덩굴나무 꽃으로 제 역할을 하는 동안 나도 요가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수련, 과제들을 묵묵히 해내어갔다. 온 힘을 다 해 노력하다 보니 한 번씩 선물처럼 어려운 아사나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간혹 진이 빠져 몸 자체를 움직이기 싫었을 때는 사바아사나 및 명상을 하며 모든 긴장을 풀어냈다. 이 모습은 예기치 못한 여름 소나기에 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꽃잎이 비를 맞는 모습과 닮았다. 그렇다. 앞으로 나아가면 또 멈춰서 쉬는 구간도 필요하지 않으랴. 잠시 머무름. 어떠한 순간이던 멈추어서 마주하게 되는 것들을 묵묵히 들여다보는 것.
우리가 삶에서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2024. 05. 11 일기
나무의 본연 단단한 성질을 닮길.
살내음에서는 우드의 향이 나길.
고요 속의 외침이 거의 끝나간다. 4월 중순부터 시작된 무리한 일정들은 점차 끝맺음을 지어가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릴 틈이 있어 참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것에, 나의 열정을 쏟아낼 수 있음에, 묵묵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정말 하루를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도, 거리를 거닐 때도 잠시 시간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작업하고 (블로그 글도, 사진 정리, 문서 등등). 항상 다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는 평온한 날들이 가득하길.
무튼, 끝까지 7월까지 잘 달려보자꾸나. 싱그러운 진한 여름을 사랑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24. 06. 21 수련일지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하고 눈물이 뚝뚝 떨어져 서 처음에는 닦다가 그냥 내버려 두었다. 왜 울었냐고 묻는다면 정확히 나도 모르겠다. 온갖 감정들이 섞이고 창밖의 숲 모습들, 사람들의 숨소리, 벅차오르게 하는 선율들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2024.07.10 요가수련일지
어깨회전을 많이 다룬 하타수련. 나는 아직도 책가방 매듯이 돌려내는 게 어렵다. 다리를 뒤로 차올리고 위로 뻗어내는 것이 어려워 연습이 필요했던 나에게 오늘 수업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스트랩을 이용해서 뒷발목에 걸고 쭉 밀어 올리면서 어깨의 가동성 확장+ 후굴 +쭉 앞면도 늘려주기.
다른 선생님께서 드롭백과 컵업 도와주시고 핸즈온으로 하체도 잡아주셨다.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와 서로를 믿는 마음이 만나 오전 아침 수련을 잘 마무리했다.
요가는 우리가 참아낼 필요가 없는 것들을 치유하는 법을 알려 주고, 치유될 수 없는 것들을 참아내는 법을 알려준다. -아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