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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요가강사 그 어느 한가운데.

세상과의 타협 | 굳은 결심 | 자아

by 도현 Ma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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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라는 직업을 원치 않았습니다. 자퇴, 휴학만 바라보면서 또 성적은 내야한다는 저의 이상한 고집 때문에 울면서 학교 다닌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참 저는 요상한 아이인 것 같아요. 무튼, 4년 동안 우여곡절 끝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의 대학병원에 합격한 상태였어요.


(웨이팅: 졸업 예정자인 신규 간호사들이 대학병원의 발령 및 부름을 받을 때까지 기다림은 기간. 그동안에 보통은 작은 로컬 병원이나 2차 병원에서 경력을 쌓거나 혹은 자기 계발, 여행 등을 다닙니다.)


제가 처음 예정 발령일은 23년도 10월~11월이었던 것 같아요. 긴 웨이팅이였지만 광주에서 벗어나고 싶어 바로 졸업하자마자 서울 자취방을 알아보길 시작했어요. 그 이유는 광주에서 다양한 일을 하기에는 기회가 많이 없고 그 기간 동안 간호일을 하라는 압박을 들을 게 뻔했거든요. 일찍 올라와 서울에서 적응하고 다양한 일을 접하길 원했습니다. 물론 로컬 병원에서 단기로 맛보기 임상 체험도 했죠. 그 이후에는 주얼리 액세서리 학원 이수, 가로수길 홈웨어 쇼룸, 찻집, FNB 회사의 일 경험. 또한 직접 동대문에서 사입하며 쇼핑몰 운영(+패션블로그/인스타 계정), 피팅모델, 중간중간 제주도 한달살이와 일본 여행도 다녀왔죠. 아, 가장 중요한 요가도 만났네요! 현재 삶까지의 기간 동안 항상 행복한 일들만 있었던 건 아녜요. 저를 잃기도 했었고 무언가 나아지질 않았기에 답답한 부분도 있었어요.



 요가지도자 과정 이후 삶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고 모든 수련에 진심을 다해 임했어요. 나는 어떤 지도자로 나아가고 싶은 지 계속 물음을 던졌었고 거기에 맞는 싱잉볼 사운드배스 이수, 임산부지도자 과정을 이수했어요. 모든 시기와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 배울 수 있어 정말 내게 축복이 찾아왔구나 생각했죠. 개인레슨부터 시작해 사찰, 센터, 웰니스 통합의학 등 제게 찾아온 선물 같은 기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모든 배움과 과정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죠. 수련을 계속해야 하기에 재등록과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새로운 곳에서 워크숍, 원데이 수업도 들어야 했죠. 현재 성인이고, 저는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도 있기에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은 부끄러웠어요. 제가 선택한 삶이고 감당해야 하는 몫이죠. 돈을 벌면 다시 요가와 관련된 곳에 돈을 지불하고 자격증을 따며 스스로의 능력치를 향상하는 것은 멋지지만 간혹 생활이 빠듯해질 때가 찾아오기도 했어요.


 저를 불러주는 곳에서는 요가강사의 기본 pay 페이의 그 이상을 주셔 감사했니만 한 두 타임 수업 안내 후 에너지가 훅훅 빠져나감을 느꼈어요. 수업 준비, 이동 시간의 체력 소모 이외에 프리랜서의 직업 특성상 내가 하는 만큼 돈을 버는 것이 크잖아요? 끊임없이 나를 알리고 일주일 내내 쉬지 않은 저를 보게 되었어요. 고정적인 수입 없이 자연스레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은 저의 성향과는 다소 맞지 않았어요. 또한 전체적인 저의 한 달 생활을 하기에 모아둔 돈도 다 써버린 상황이었죠.


1) 여러 알바 수입+ 요가강사의 메인 수입

2) 타 직장+요가강사로 몇 타임씩 부수적 수입

3) 간호사의 일+ 요가강사 개인레슨

+보통 간호사는 3교대일을 하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웨이팅 기간은 더 연장되어 알 수 없는 입사시기로, 요가원에 지원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세 가지의 선택 옵션을 두고 보니 3번이 저의 성향과는 잘 맞을 것 같았죠. 간호사의 일을 하기 싫지만 요가를 통해 에너지를 다시 채우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 타 직장의 수입보다 전공을 살려 경력을 쌓고 임상으로 받는 페이를 무시할 순 없었습니다.


일단,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걱정하기보다 현재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더라고요. 사찰, 센터에서도 꾸준히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먼저 계약된 12월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병원에서도 25. 1월부터 입사 요청 문자를 받아 다행이었죠.


저는 간호사, 요가강사 그 어느 한가운데 서있네요. 요가 선생님, 여러 회원님께서도 간호사를 프로페셔널로 봐주시고 요가에 도움이 되는 요소로 작용된다고 하나둘 입모아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저도 간호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되고 제가 배운 해부학, 여러 임상 지식 등을 활용하여 요가 몸, 마음의 이완 더 나아가 치유에도 힘을 써보는 중입니다.


현실과 마주하며 좌절하며 다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세상과 타협하고 또 성장하는 여정이네요. 굳은 결심을 한 나 자신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여러분도 어느 길 한가운데 서있다면 잠시 한 숨 돌려보셔요. 그리고 넘어지지 않게 쉬었다가세요. 여러분이 듣고 싶은 말, 해답은 모두 본인의 깊은 내면에 있을 거예요. 이미 알고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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