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번외 편 : '도현'의 취향
사진이 주로 담겨있는 저의 여름날의 번외 편입니다. 저의 취향, 도현이라는 사람을 살짝 알아갈 수 있지요.
여름날의 감정
본격적으로 저만의 브랜딩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간호사든, 주얼리든, 요가강사든 무엇이든요. 그저 제가 먼 미래의 꿈에 맞추어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제 취향이 묻어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세세한 계획은 정할 수 없지만 대략 시기상으로 큰 틀만 잡고 어떻게 해내야 갈지 연필로 무작정 끄적였습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함을 느끼지? 내가 예민하고 싫어하는 점은 무엇일까…
상반기, 하반기 꿈꾸는 한 해의 모습은 어떤 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지.
이때까지 쌓였던 경험치들을 바탕으로 모든 것들을 조합해 결론을 도출했죠.
2024.05. 21
누구든지 자 본연을 그느를 수 있는 곳. 몇 개월, 몇 년이 걸려도 좋습니다.
'그느름, 그느르다'가 누군가를 돌보아 보살피는 공간이 될 수도, 고요와 사색에 잠겨 한숨을 돌리는 쉼터가 될 수도, 나를 빛나고 가꾸어주는 것들을 전시해 두는 곳으로 천천히 만들어갈 것입니다.
주얼리 공예
'요가'의 브로치. 행운을 가득 담은 네 잎클로버의 형태. 잎, 요가 아사나, 옴 문양을 새겨 넣었어요.
마퀴즈 난 집을 하나 올리고 뒷부분을 핀으로 달아서 완성.
여름 바람이 솔솔 불어온 날.
동대문구에 위치한 카페 신보. 쇼핑몰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 보원언니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밀린 대화를 나누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가벼운 커피, 속이 편안한 디저트. 공간은 우드톤이 안겨주는 내적인 따스함을 좋아합니다.
2024. 08. 18
8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8월 한 달간 저에게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겨났어요. 그중에서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이번 달은 요가, 여행, 직장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네요.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더라고요. 올해 초부터 일에 집중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약속 점차 미루고 연락도 뜸해지면서 항상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언가 하나둘씩 이뤄내는 건 뿌듯하지만 그 안에서 주변인들이 뒷전이 되어 혹여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됐고요. 제 현재 상황에 대해 말을 꺼내기엔 이미 너무나 멀리 와버렸거든요. 또, 새로운 사람들에게는 낯을 가리고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려요. 내가 아닌 ’ 타인‘이기에 주변 모두에게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 편이고요. 저는 아직도 누군가와 친해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렵기도 해요.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차이인지 잘 모르겠어요.
무튼, 7-8월 간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무한한 사랑받았어요 저를 친절히 반겨주고 환영해 주고. 그냥 “도현” 그 자체를 예쁘게 봐주시는 것을요. 그리고 잊지 않고 꾸준히 안부를 물어봐주는 제 지인들 소중합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착하지도, 좋은 사람도 아니거든요. 제가 모르는 저의 힘이 있겠죠? 무엇일지 궁금하고 부족한 면이 있다면 채우고 싶네요. 한 주 동안 바쁘게 보내면서 찬찬히 이런저런 생각에 깊게 잠드는 밤이네요.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사랑을 베푸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길
다시 마음을 정돈합니다.
사랑, 고독, 그 너머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신지훈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홀로 견뎠던 밤.
눈물울 훔치며 새벽에 잠들고.
나에게 가장 큰 위로를 전해준 [뭇별] 노래
포근한 집. 애정이 깃든 my room.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있고 어렵게 구해온 내 소장품들.
사랑하는 책, LP, CD, 아로마오일, 엽서, 인센스 스틱 등. 행복해지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른다.
시선이 닿는 곳곳에 애정하는 물건을 두기.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위안을 삼기. 울적해지는 날, 인센스로 향을 피우고 턴테이블에 내가 수집한 LP를 넣고 재생한다. 책장에서는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을 꺼내어 한 페이지를 읽기 시작한다. 맞다, 목이 마를 수 있으니 따뜻한 차 한잔도 옆에 두어야지. 물이 끓기 시작하며 주전자 위로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와 방안을 휩싸며 나의 감정을 녹여 내린다.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는 것보다, 잦은 행복 속에서 더 깊고, 더 짙게 삶을 바라보기. 평온이 깃든 우리 집, 내 휴식처.
일본 여행
때마침 내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밀린 일정들, 집청소, 약속등을 다 해치우고 후쿠오카에 혼자 여행을 갔다 왔다. 핸드폰도 거의 만지지 않고 온전히 나와 열심히 놀고 온 여행이다. 정말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웃음 포인트들이 많은 건지.
1) 이치란 라멘 앞에 줄이 하나도 없어 장사를 안 하시는 줄 알았다. 지금 먹을 수 있냐고 여쭙고 맛있게 식사하고 나오니 웬걸, 정말 줄이 엄청 길게 서있어서 깜짝 놀랐다. 난 럭키걸!
2) 혼자 이자카야에서 7000엔 쓰고 나왔다. 짭조름한 오코노미야키 아련하게 생각난다. 마지막 밤이 아쉬워 하이볼부터 여러 가지 메뉴들을 추가추가추가했다. 워낙 잘 먹어서 가게 사장님께서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시며 말을 걸어주셨다. 놀라셨죠..?
3) 나카스강 유람선 탑승 5분 전. 예약을 안 해도 된다고 얼핏 들었지만 사실 맘 졸였다. 어두운 밤, 헐래 벌떡 뛰어갔고 무사히 길을 곧바로 찾아 탑승완료. 옆에 한국분들께서 뒷자리가 좋다며 다 같이 나란히 착석했다.
4) 후쿠오카에 유명한 빵집 여기는 꼭 가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부르지만 그냥 주어 담았다. 개인적으로 하드빵을 좋아하는데 여긴 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트레이 안에 담다 보니 어느덧 4000엔이 훌쩍 넘겼고 나는 숙소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공원 앞 벤치에서 야금야금 꺼내어 먹었더니 순식간에 비닐봉지에는 포장지만 남겨졌다. 이곳 명란바게트 최고입니다.
요가프로필
요가프로필 하나쯤은 있어야지! 강사로 활동하기 위한 기본사항이니 여름날 지도자과정 중에 사진을 찍었다. 단순한 요가 프로필과 차별화를 두고 싶었고 내 분위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사진이었으면 싶었다. 능소화 요가프로필 촬영 동안 작가님께서 내가 좋아하는 신지훈-뭇별 노래를 틀어주셨다. 긴장이 점점 풀려 표정도 자세도 부드럽게 풀리는 여정을 느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하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품고 있는 요가의 분위기가 잘 담겼네요.
'도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와 장면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각자의 삶이 고유하게 존재하므로 당신을 직접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없어요. 저도 바랄 수 없고요. 이렇게 글로 쓰거나 말로 내뱉곤 하면 마음 한구석의 응어리가 조금 풀려 나아지기도 해요.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삶이 항상 행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요. 이 현실, 이 도시 속에서 슬픔을 한 조각 떼어내 공유하고 희망이라는 편지를 주고받는 건 어떨까요? 하늘 위에 떠있는 구름이 서로에게 흘러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