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을밤이 좋더라. 가을 군밤인가. 서늘한 저녁의 가을밤인가
진하디 진한 여름이 끝나 서서히 저녁 바람이 시원해져 가벼운 겉옷을 거치기 시작한다. 집 앞 정릉천을 걷다 보니 나와 같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하하 호호 사람들의 웃음, 자전거 소리, 천이 주르륵 흘러 왠지 모르게 아련해지는 가을밤이 물씬 느껴진다. 벌써 2024년 하반기로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 쉴 틈 없이 바쁘게 하루들을 보냈던 나의 상반기. 수고했어 도현. 가을이 되는 만큼 또 새로운 변화들을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계획을 두리뭉실 세웠다. 사실 9월부터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몰랐기에 나는 미리미리 불안에 대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돈이 떨어질 수도 있고, 요가 강사 레슨을 못 구할 수도 있고, 나의 방향성을 완전히 전향할 수도 있기에. 일단 조건이 되는 대로 틈틈이 아르바이트, 요가원 지원, 프로필 PR, 협업 클래스 문의를 진행했다. 사람은 부딪히면 어떻게든 하나는 뚫리더라.
나의 하반기는 순조로운 듯? 순조롭지 않은 듯? 웃음 짓는 이벤트들이 꽤 있었다. 요가강사로서의 경험치와 능력을 향상한 자체가 내게 뜻깊었다. 경국사, 웰니스 통합의학 브랜드, 서초여성센터 [직장인을 위한 요가 싱잉볼 명상], 개인 클래스, 나의 요가원에서 대강수업 등 수련자의 자세보다 안내자로 지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졌다.
*차근차근 풀어갈 테니 편안히 읽어주세요.
경국사
자연에서 흘러나오는 고유의 소리
싱잉볼의 치유의 소리
‘나의 소리 감각’을 되찾고 깨우는 시간
감사하게도 싱잉볼 지도자 이수 이후, 나는 바로 싱잉볼+요가 Class 수업 문의가 들어왔고 개인이 아닌 첫 기업/단체에서 연락을 주셨다. 그곳은 바로 '북한산 우이역에 위치한 정릉 경국사 사찰'이다. 9월부터 12월 매주 수요일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이곳, 아무런 위해를 입히지 않는 이곳에서 요가와 싱잉볼 90분의 수업을 안내했다. 수업 이후에는 주지스님께서 차담을 진행해 주시며 회원분들과 오손도손 따뜻한 차를 마시고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는 담소를나누웠다.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음을 가라앉히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소중한 디톡스 시간.
초가을부터 겨울까지의 경국사의 계절. 가을이 보내는 신호들. 노란 은행잎, 단풍이 물들고 가을의 비내음과 함께 낙엽이 떨어진다. 공기가 점차 차가워지고 손에 입김을 하~ 불며 따뜻이 녹인다. 점차 겨울로 들어가는 과정들.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연등을 밝히며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드리는 사찰의 모습. 정적이고 평온하다.
경국사에서 수업을 안내하며 만나는 회원분들이 참 다양했다. 경국사 요가 체험프로그램은 템플스테이형, 당일형으로 신청을 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신청한 계기는 각자 달랐지만, 본인의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 요가와 명상에 몰입하는 장면들은 아름답게 빛이 났다.
반차를 내어 1시간 이상의 거리를 와주신 직장인분
독일에서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분
수원과 용인 등 타지에서 오셨던 분들,
제 수업을 좋아해 주셔서 3~4번 꾸준한 신청과
자그마한 선물들을 보내준 분들.
사랑스러운 가족부터 연인, 친구,
그리고 '홀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 분들까지.
저를 스쳐간 인연들은 무척 소중합니다.
다 기억해요.
지금까지의 25년 삶 자체동안 처음으로 매주 수요일을 사랑하며 수요일을 기다렸다.
24. 10. 09 한글날에는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촬영을 하러 오셨죠. 공휴일이라 신청인원도 많았고 직원분들도 수업에 참여하셨기에 떨렸어요. 더군다나 카메라도 있어서 90분 동안의 요가, 싱잉볼을 이끄는 게 살짝 긴장됐죠. 다행히 평상시대로 순조롭게 흘러가 14분과 함께 따뜻한 에너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고퀄리티의 사진과 정성스러운 글을 남겨주셔 잊을 수 없는 가을 경국사의 추억이었어요.
24. 11. 21 불교 교양 수업을 듣는 유학생 분께서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요가와 싱잉볼 모두 처음 경험하셨음에도 “힐링의 시간이었다”라고 행복한 미소로 소감을 나눠주셨어요. 수업 내용을 학교에 소개하고 싶다며 사진도 직접 찍어 가셨답니다. 추운 날씨에도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이 시간과 공간을 선택해 주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4. 12. 08 이날 수업은 제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현재를 진실되게 바라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조용히 동작 하나하나에 온전히 몰입하시는 모습에 제 눈가도 촉촉해졌습니다.
부디 이 시간이 마음 깊은 곳에 작은 안식처로 남기를 바랍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잊지 마세요.
4개월간 경국사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주지스님과 행정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수업 전후의 정리, 홍보, 인원 조율 등 모든 사항을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제가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요청드리면 언제나 빠르게 해결해 주셨어요.
“선생님이 수업하시기 편안한 환경이 가장 중요해요. 부담 없이 말씀하세요.”
그 한마디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경국사에서는 언제나 저를 존중과 배려 속에서 돌봐주셨고, 덕분에 저는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늘 따뜻한 차를 내어주시고, 청차나 첫물차처럼 귀한 찻잎까지 손수 챙겨주셨죠.
특히 치과 치료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무렵, 스님께서 반나절 템플스테이를 준비해 주신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뜨끈한 방에서 몸을 녹이고, 깊은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죠.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사찰에서 눈을 붙인 그 시간만큼은, 어떤 고민도 번뇌도 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그곳은 잠시 머무른 공간이었지만 제 안의 쉬은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경국사에서의 이 따스한 경험들은 제 마음 한 켠에 오랫동안 간직할게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단풍이 물든 가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요가를 한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이다.
가을을 이렇게 깊고, 맘껏 누려본 적이 있었던가.
참,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평화로운 수요일 오후 1시.
이 아름다운 풍경이
다시는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봐
나는 하늘을 자꾸만 올려다본다.
떨어진 낙엽을 손끝으로 느껴보며
지금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고 싶다.
숲과 나무로 둘러싸인 이 자연 속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나누는 일.
요가, 그리고 내 삶이,
이토록 벅차오르게 기쁜 순간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눈부시다.
경국사 수업을 갈 때마다
항상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존재,
바로 마스코트 해탈이.
처음엔 낯을 가리던 녀석이
이제는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해탈아~” 부르면
쪼르르 달려옵니다.
수업 시작 전, 문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은
마치 “나도 함께 듣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듯.
그 눈빛 하나, 발자국 소리 하나에도
작고 귀여운 마음이 전해집니다.
수업 시간 내내 곁을 지켜주는 해탈이 덕분에
마치 내가 보호받는 듯한
평온함과 위안을 느꼈습니다.
작고 귀여운 존재 하나가
이토록 큰 따뜻함을 안겨줄 수 있다니
해탈이, 고마워. 다음 주에도 만나자.
괜찮고, 괜찮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는 잘하고 있으며 잘할 것입니다.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작성한 글]
https://www.instagram.com/p/DBcwzhAyemz/?img_index=1&igsh=N2t1bWlsaXpsMT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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