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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정 날 닮은 게냐?

형제를 키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둘을 비교하게 된다. 물론 육아서 좀 읽은 여자로서 비교 폐해는 오은영 박사님으로 빙의되어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형제자매를 키우는 엄마라면 내 맘을 모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딱 오늘까지만 하겠다.


그래도 마음이 좀 불편하니 맞춤형 육아를 위한 비교 분석 정도로 포장해 본다.  큰아이는 ㅎ군 둘째 아이는 ㅈ군으로 명명한다.


ㅎ군은 동네 귀염둥이였다. 물론 귀엽기도 귀여웠지만 더 큰 강점은 낯가림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그는 웬만하면 방실방실 웃었다. 약간 넙데데한 얼굴에 방실 웃으면 부처님 상이 된다. 어쩌면 복을 줄 거 같은 느낌이어서 예쁨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는 울 때도 왕~하고 우는 법이 없다. 징징징징 조금씩 운다. 그나마도 그때 왜 울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먹보인 ㅎ군에게 턱없이 모자란 분유겉면의 정량을 지키려는 고지식한 엄마 때문에 울었던 거 같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더 무난하게 잘 자랐을 거 같은 느낌이다.

ㅈ군은 달랐다. 약간 치켜 올라간 눈. 까만 피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아니나 달라 교과서 육아는 애초에 포기하고 분유 정량을 훌쩍 넘겨주었음에도 계속 운다.  그것도 시작부터 본격적으로 운다. 소심한 엄마는 그럴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시간도 꼭 야밤 아니면 새벽. 애가 눈치가 없다. 내가 째려봐도 아랑곳 않는다.


훌쩍 자라 현재로 넘어와 본다. ㅎ군. 엄마 아빠에게 존댓말을 쓴다. 혹자는 내가 시킨 줄 알지만 전혀 아니다. 삼국지를 보고 감명받은 스스로 어느 날부터 존댓말을 쓴다. 방학이 되어 특강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동생이 한다고 난리난리인 야구클럽 선수반에 가고 싶은 눈치다. 하지만 가성비를 늘 따지고 '돈 없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엄마에게 부담을 줄 수 없는지 수영으로 선회한다. 엄마는 야구 클럽 가도 된다고 슬쩍 떠본다. 괜찮다고 한다. 나는 알고 있었다. 네가 그리 나올 줄. 고맙기도 짠하고 미안하기도 .

ㅈ군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한다. 선수반에 가고 싶단다. 엄마 돈 없냐고, 안되냐고. 저 녀석은 된다고 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내가 항복할 때까지. 아, 얘는 존댓말 안 쓴다. 지 형은 이름을 형친구들은 누구누구 씨라고 부른다. 역시 대차다.

ㅎ군은 세상에서 단 한 명 동생에게만 화를 낸다. 성격이 둥글둥글한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나면 다 참는 걸까? 저렇게 순둥이라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다.

ㅈ군은 밖에서는 나름 체면 차리는 것 같지만 집에만 오면 안 참는다. 걱정이다. 나 말고 저 짜증 누가 받아주나.


ㅈ군이 짜증 내기 시작하면 우리 부부는 복화술로 대화를 시작한다. -여보 닮아서 그런가 봐. -난 아닌데. 나 어렸을 때엔 ㅎ이 같았다고.  딱 여보지. -어머님이 당신 어렸을 때 장난꾸러기였다던데.-뭔 소리야 성질내는 폼이 딱 자기 판박이고만.


서로 너의 유전자라며 떠넘기기 바쁘지만 사실 예전부터 촉이 왔다. 저 녀석의 성격에 내 DNA가 한몫한 것을. 조용하고 부산스럽지는 않아 얌전한 아이로 여겨졌지만 꼬라지부리기로는 한 꼬라지했다. 절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았다. 가기 싫은 곳에 억지도 데려가기라도 하면 입 꾹 다물고 죽상을 하곤 돌하르방처럼 앉아 있었다. 밥도 안 먹고 꼼짝 않고 앉아선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며 엄마아빠 체면은 다 깎아 먹었다.  


기질이 예민한데 고집도 센 편. 그리 살아보니 쉽지는 않다. 별거 아닌 일이라그저 넘기는 일도 잘 되지 않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참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 매일을 살아내기가 참 힘이 든다. 둥글둥글 살아가면 네 녀석도 나도 얼마나 편할까?


미안하다. 그렇지만 다행으로 생각하자. 이 세상에 네 마음을 이해하는 비슷한 유전자의 엄마가 있음을. 항상 엄마가 네 편이 되어 . 아, 혹시 또 모르지! 네 섬세함이 널 여자들 마음을 잘 이해하는 인기남으로 등극하게 해 줄지. 꺾기지 않는 네 고집 덕에 멋진 야구선수가 될지 모르고. 그리되면 엄마 은혜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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