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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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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02. 2024

흰머리 서퍼

내 머리색은 흰색이다. 자연 그대로의 색이다. 40대 초반부터 생긴 새치 때문에 새치염색을 10년 넘게 했다.

40대 초반, 직장에서 맡은 일로 항상 바삐 움직였다. 남편과의 대화 부재와 삶의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심한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그런지, 40대 초반에 생기기 시작한 새치는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해마다 늘어났다. 새치가 생긴 초반 몇 년 동안은 2개월에 한 번 정도 새치 염색을 해도 괜찮았다. 해가 지날수록 새치를 가리기 위한 염색의 횟수는 잦아졌다. 갈색으로, 검은색으로, 멋 부리기 염색으로 새치는 정성껏 덮였다. 2018년 폐암수술을 하고, 그때부터 그 염색을 하지 않았다.  2018년 9월부터 1년 정도는 자연염색약으로 머리를 감았다. 하지만 그것도 수술 후, 1년이 지나고부터는 하지 않았다. 염색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너무 힘든 마음이었다. 머리 중앙부터 나오는 흰머리는 너무도 지저분해 보였다. 다시 염색하고픈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머리를 짧은 커트로 미용했다.  긴 머리보다는 짧은 머리가 더 흰머리로 변화시켜 가는데 덜 지저분해 보였다. 그 뒤로 내 머리 길이는 짧은 커트가 됐다. 나 혼자 건강을 회복시키고 있는 기간이었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전체가 흰머리로 균형을 이뤘다.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는지는 모르나, 그 흰머리색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다 멋지다는 표현을 해주었다. 명퇴를 하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근에도 그렇다. 가끔 묻는 아이들이 있다. 그 머리색이 염색을 한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생긴 흰머리인지. 나는 대답한다. 젊었을 때부터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해서 지금 그 머리색이라고. 또 어떤 아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 할머니도 흰머리라고. 나는 할머니가 된다.

가끔 거울을 보면서 흰머리인 내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어느 때는 젊어 보이는 다른 색으로 염색하고픈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나는 흰머리가 좋다.

서핑을 하고 있는데 여자분이 나에게 다가오셨다. 내 나이쯤 되어 보였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던 중이셨다. 아마도 내 머리가 흰머리라서 금방 나이 들었음을 알았으리라. 그분도 서핑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분뿐만 아니라 다른 나이 든 분들 몇 분도 내가 서핑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보이셨다.

나는 젊은이들과 함께 서핑을 한다. 흰머리 그대로  휘날리며.  

강릉에서 독서모임에 갔을 때도, 생태환경 보호 교육봉사를 위해 교사로 섬길 때도, 인디자인으로 책 만들기 강의를 들을 때도 흰머리를 한 사람은 오직 나 혼자였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머리색과 상관없이 굴하지 않고 당당한 나로 세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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