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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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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03. 2024

큰 파도와 친해지다

바다에 들어간다. 파도를 탄다. 다시 들어간다. 또 파도를 탄다.

파도를 타고 싶어서 파도타기를 배웠다. 큰 파도와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일 바다에 들어갔다. 파도가 낮든지, 높든지 매일 파도 타는 연습을 했다.

무섭던 큰 파도가 조금은 친근해졌다. 작은 파도부터 시작했다. 작은 파도 위에서 일어서는 연습을 물 위에서 논다는 마음으로 했다. 작은 파도는 내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도 무서운 마음이 안 든다. 큰 파도는 다르다. 조금 익숙해졌지만 내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누군가를 찾아갔다. 힘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았다.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찾아와 주었다. 내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그냥 주변에 있어주기만 해도 두려움이 절감된다. 하지만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내 곁에 있어 줄 사람은 없다. 또, 그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큰 파도도 그렇다. 나는 파도를 타고 싶은데 바다에 파도 타는 사람이 없기도 하다. 월회원권으로 서핑하기 때문에 아무도 없다고 포기한다면 비용이 아깝다. 사람들을 기다리다가는 몇 번 하지 못하고 한 달을 보낼 수도 있다. 나는 혼자라도 파도를 타기로 결정하고 바다에 들어간다.  내가 명심하고 지켜야 할 것은 발이 닿지 않는 깊은 곳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청년의 때를 보내고 이제 60살이 넘었다. 작은 파도, 큰 파도 같은 일들이 내 삶에 가득하다. 큰 파도 같은 일이 있을 때, 찾아와 준 사람들이 고맙다. 내가 찾을 때, 받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혼자 감당할 힘도 길러가는 내가 기특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길에도 몇 가지 큰 파도를 만날 것이다. 그때, 지켜야 할 마음을 꽉 붙잡고 파도 타듯이 부드럽게 헤쳐나가야겠다. 피하지도, 정면으로 부딪히지도 않고, 큰 파도를 기다리듯이 여유 있게 헤쳐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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