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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서핑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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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l 04. 2024

등뒤에서 밀어주는 손길

서핑을 처음 배울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등뒤에서 밀어주시는 강사님의 손길이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일어서지도 못하더라도 강사님이 밀어주시는 그 힘으로 물 위에서 이동할 수 있다. 보드를 잡고 있다가 파도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힘차게 밀어주신다. 파도가 없는 날에도 그 힘으로 보드는 앞으로 쑥 나아간다.

1개월 동안 배우고 이제 혼자 타야지 하는 마음으로 패들링을 하고 보드 위에 일어선다. 보드가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나가기를 바라지만 속도감이 거의 없다. 강사님이 밀어주실 때 느끼는 미끄러짐은 비록 넘어질지라도 시원하다. 계속 강습을 받으며 강사님이 밀어주는 힘에 의해 파도 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혼자 타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파도를 보고 있다가 혼자 패들링을 한 후, 파도가 뒤에서 밀어줄 때 바로 일어서야 해요." 이제 밀어주지 않아도 혼자 밀고 나아가다가 보드 위에 오르는 연습을 해야 한단다.

파도 읽기, 패들링 하기, 일어서기, 시선을 앞쪽 먼 곳에 두기, 보드 위에서 바다에 내릴 때 뛰지 말고 살짝 내리기, 혼자 서핑을 하려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서핑을 할 때 강사님이 밀어주시는 것처럼, 내 인생길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 듯한 상태로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 등뒤에서 밀어주시는 분이 있다. 나에게 그분은 예수님이시다.

강사님 손길이 떠나고 혼자 연습을 할 때도, 밀어주시던 그 힘의 느낌이 기억난다. 그 느낌대로 따라 한다. 글쓰기를 배울 때, 책 만드는 방법을 배울 때, 요리를 배울 때, 다른 지역에서 기간제 교사로 활동할 때,........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몰라 긴장하고 있을 때, 파도타기 할 때 등뒤에서 밀어주는 강사님처럼 밀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 손길의 힘을 얻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한다. 나 혼자인 것은 없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예수님이 되어 멈춰있는 나를 밀어준다. 나도 그런 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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