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일 목요일
샌프란시스코행 아침 9시 비행기가 오후 1시로 딜레이 되었다. 아침 6시에 서둘러 일어나 준비하던 것을 멈췄다. 1시간 딜레이, 두 시간 딜레이로 이어지더니 오후 1시 마무리했다. 딸이 핸드폰을 보면서 딜레이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조여들던 마음이 풀렸다. 그 시간에 맞추어 기차를 타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보너스로 얻은 시간으로 여유 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다행히도 어제 남겼던 샌드위치를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먼저 남아있던 빵과 우유도 먹었다. 남았던 음식을 다 처리했다.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데 딸은 무언가를 더 준비한다. 비닐포장지를 뜯는다. 라면이다. 딸에게 라면 먹고 싶다고 말한 기억은 나는데, 언제 준비했을까? 라면 끓는 냄새가 서울 향기를 불러일으킨다. 자녀들과 삥 둘러앉아, 냄비 속 라면을 젓가락으로 건져 먹는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는 냄비를 가운데 놓고 후루룩후루룩 맛깔나게 먹었다. 얼마나 구수한가! "엄마가 라면 먹고 싶다고 했잖아!" 딸이 웃으며 하는 말이다
딸은, 며칠 동안 정리한 캐리어 짐 3개를 방안에 남겨 놓았다. 얼마동안의 여행동안 이 방에 놓기로 했다. 이 방을 빌려 준 친구가 돌아오는 날, 이 짐들도 옮기기로 했다. 그때, 어디로 옮겨야 할지 결정되어 있지 않으면, 그다음 일은 그때 또 생각해야 한다. 딸 혼자가 아니고, 엄마인 내가 함께여서 위안이 됐다. 현재, 면접 인터뷰를 두 군데 했다. 그중에서 한 곳이라도 합격이 되어야 한다. 기도가 쉴 새 없이 나온다. 마음과 머리는 계속 간절한 기도로 이어진다. 딸에게 가장 좋은 길로 인도될 것을 믿지만, 긴장의 연속이다.
어젯밤에는 늦게 잠이 들었다. 이 집에 거주하는 두 학생이 거실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소리, 싱크대에서 그릇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 집안을 가득 채울만한 음악. 두 학생은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그때부터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이야기한다. 자정이 지나고 계속 이어진다. 딸은 이곳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지낼 때에도 이런 상황을 거의 매일 겪었다고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그 습관대로 생활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밤에 친구들을 초대하여 놀기도 한단다. 딸도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지만, 밤을 피한 시간이다. 딸은 혼자 지내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월세를 두 배로 감당해야 하니,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했다. 나는 이 광경을 전화통화로만 듣다가 직접 겪었다. 매일 겪었을 딸이, 지금까지 잘 이겨낸 것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자정이 지나고 시간이 더 흘렀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은 우리를 생각했나 보다. 그래도 여전히 방에 들어가서 웃고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남편이 한밤중에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해 놓았을 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일이 기억났다.
우리는 기내용 캐리어 두 개와 딸의 노트북이 든 백팩만 가지고 뉴저지 공항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공항으로 가는 기차표를 구입하니 기차가 바로 왔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하는 곳으로 갔다. 체크인하려고 줄을 선 사람이 300여 명이 족히 돼 보였다. 나는 또 늦을까 봐 걱정 섞인 말을 했다. "엄마, 이 줄 금방 줄어." 딸은 이런 상황을 몇 번 경험했는데, 30분 만에 체크인하게 된단다. 정말 그랬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의 기온 차이가 컸다. 추웠다. 추위를 가릴만한 옷을 챙기지 못했다. 겉옷으로 얇은 남방 한 장씩만 준비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딸은 렌터카 받는 곳에서 승용차를 건네받았다. 기아차다. 저녁이라 그런지 더 추웠다. 'Crab House at Pier 39'으로 갔다. 딸은 벌써 킹크랩 음식점으로 예약을 해놓았다. 킬러크랩, 홍합, 새우, 야채구이를 먹었다. 딸은 해물을 못 먹는다. 딸은 먹을 수 있는 약간의 양만 먹었다. 반면 나는 엄청 좋아한다. 딸은 오로지 나를 위해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음식점은 바닷가에 있다. 필라딜피아와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이제, 여행지에 온 느낌이다. 음식을 먹고 나와 바다사자도 보았다. 바다사자들이 모여 있었다. 잠도 자고, 놀기도 한다. 여행객들이 이곳에 바다사자를 보러 오기도 한단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숙소에 갔다. 숙소까지 가는 동안 도심을 지났다. 과학도시 같은 느낌이다. 딸이 이런 곳에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정이 없는 듯한 건물 분위기. 내가 느끼는 분위기다. 지하와 지상 2층으로 된 주택, 지하 방들 중 하나가 우리가 며칠 동안 지낼 방이다. 지하인데 커튼을 젖히니 창밖으로 작은 정원과 마루가 보인다. 언덕 위에 지어진 집이라 한쪽에서 보면 지하인데 다른 쪽에서는 1층이다. 방은 좁지만 깨끗하고 아늑했다. 1층에는 거실 겸 부엌이다. 딸은 또 무언가를 하러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간다. 나는 오늘 필라델피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