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일 금요일
아침 7시, 나는 아침을 먹으러 거실로 올라갔다. 어제 미리 산 빵과 우유를 가지고 계단을 올라갔다. 식탁 위에 빵과 우유를 올려놓았다. 식탁 옆 테이블에 노부부가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조용한 말소리와 다정한 표정. 내가 갖고 싶은 분위기다. 딸은 아침 일찍부터 면접이 있다며 방에서 노트북을 켰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먼저 먹고 내려왔단다.
일찍 숙소를 나섰다.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탔다. 금문교에 갔다. Goiden gate Bridge, 날씨가 쌀쌀했다. 겨울 잠바, 패딩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딸과 나는 얇은 남방이 전부다.
금문교를 건너기 전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금문교는 빨간색이다. 날씨에 따라 다리 색이 변한다고도 한다. 금문교 방문자 센터에 들어갔다. 금문교를 상품화한 물건들이 다양했다. 동화책, 엽서, 열쇠고리,..... 이것저것 다 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걸었다.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었다. 딸은 여전히 나를 모델로 카메라 단추를 연신 누른다. 딸과 함께 셀카도 찍었다. 살짝 안개가 끼었기에 더한 아름다움을 못 보았다. 걸어서 다리를 건널까 하다가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너무 추워서.
Sausalito, 다리를 건너니 작은 해안도시다. 소살리토는 아름다운 휴양지 분위기다. 날씨도 따뜻했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 기온 차이가 너무 컸다. 딸과 나는 이 기온 차이에 놀라, 과학적 원리를 찾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신비로움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추위에 움츠렸던 몸이 쫙 펴졌다. 패딩잠바가 없어도 됐다. 우리는 공영주차장이라고 쓰인 곳으로 주차를 하러 들어갔다. 조금 의심스러운 건 발렛주차였다. 공영주차장인데 발렛이라니. 우리는 조금 미심쩍었지만 다른 곳에 주차장이 없을까 봐 얼른 주차했다. 공영주차장이라는 글자만 믿고. 둘이 손을 잡고 걸었다. 화창한 날씨가 우리의 여행을 한껏 더 활기차게 돋궈 주었다. 이 도시에서 유명하다는 햄버거 음식점에 갔다. 점심식사다. 친절한 점원, 부모와 자녀, 연인, 노부부, 친구끼리, 여행 중에 햄버거를 먹으러 온 사람들, 우리의 여행을 더 행복하게 더해주는 모습이다. 다 행복한 표정이다. 이 세상 모두가 이렇게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 전쟁 중에 있는 나라 어린이들과 가족, 굶주림에 허덕이고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 잠깐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햄버거가 맛있었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주문한 음식을 다 먹었다. 딸과 함께여서일 거다. 딸은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나를 데리고 갔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같이 먹는 모습, 생글생글. 그 찰나, 딸은 깜짝 놀랐다. 우리가 햄버거를 먹고 나온 건물 바로 옆에 공공 무료 주차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2만 원 정도의 주차비를 내야 하는, 공공주차장이라던 그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차를 빼기 위해서였다. 2분이 더 지나서, 30분 초과 주차비를 더 내라고 했다. 2분은 차를 빼는 시간일 뿐일 텐데. 2분으로 30분 분량의 주차비를 더 냈다. 공공주차장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어쩐지 발렛까지 하더라니. 딸은 너무 속상해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알아보았으면 좋았을 걸, 발렛파킹할 때 무언가 이상하게 생각할 걸, 좀 더 돌아보며 주차장을 찾아볼걸. 아쉬워하며 잃어버린 듯한 돈을 아까워하는 딸이다. 그 돈으로 더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데 쓸데없는 곳에 써버렸다고. 나는 딸을 위로한다. 같이 속상해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다시 주차하기 위해 무료 주차장을 찾았다. 도로변 2시간 무료주차, 찾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이다. 덕분에 걸었다.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작은 도시, 딸과 나는 주차요금 사건을 잊고 씩씩한 걸음으로 걸었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Salt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딸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그곳에서 지인분들에게 드릴 선물을 샀다. 건조된 차다. 두 봉투 샀다. 포장 봉지가 예쁘다. 선물을 고를 때도 딸과 마음이 쿵짝쿵짝 잘 맞았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2시간 주차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요금 정산을 하고 차에 탔다. 이 모든 절차를 다 잘 해내는 딸이 대견하다. 부모 마음은 그런가 보다. 딸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늘 어린 아가처럼 사랑스럽고 기특해 보일 것이다.
차에 탔다. 딸은 내비게이션에 알라모 스퀘어를 썼다. 내비게이션은 소살리토를 빠져나가 알라모 스퀘어 가는 길로 차를 이끌어 줄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5분도 안되어 차가 금문교를 지나야 하는데, 고불고불 언덕길로 안내를 한다. 운전하는 딸은 당황한다. 운전석에 앉은 나는, 괜찮다고 천천히 가보자고 한다. 다시 내비게이션에 알라모 스퀘어를 입력했다. 골목으로 다시 들어간다. 언덕으로 오른다. 그대로 따라가 보자 하며 긴장을 푼다. 가파른 언덕으로 계속 안내를 한다. 딸은 더 긴장한다. 나도 그렇다.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도 많다. 우리 생각대로라면 벌써 금문교를 쉽게 건넜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감사로 바꾸는 말을 한다. "와, 언덕 아래 좀봐. 엄청 멋있어. 도시가 다 보이는데! 딸, 잠깐 빈 곳에 정차하고 언덕 아래 감상하자. 신이 우리에게 이 놀라운 풍경을 보여주려고 이 길로 인도했나 봐!" 나는 딸에게 말했다. 언덕 아래 보이는 황홀한 풍경에 놀라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 멋진 전경을 못 보았겠지! 내 뜻대로 되지 않음으로 얻은 횡재다.
정차하려고 둘러보니 주차할 곳이 보인다. 언덕 위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주차를 하다가 그만 승용차 앞바퀴만 턱을 넘어가고 뒷바퀴는 걸려 멈췄다. 딸이 주차턱을 못 보았다. 그 턱 너머 공터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만 보고 전진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그곳으로 가려면 조금 더 올라가서 들어갔어야 했다. 딸이 주차를 하려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순간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나는 턱을 보았는데, 딸은 앞에 놓인 그 턱을 못 보았다. 딸은 앞에 보이는 넓은 주차장만 보았다. 주차하고 잠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겠다는 급한 마음이었으리라. 신난 마음에, 딸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넘는 순간, 나는 외마디 소리를 냈다. "아!" 순간, 두려움이 나를 덥쳤다. 차가 완전히 턱에 걸린 느낌이다. 나는 딸에게 다시 후진을 해보라고 했다. 안 됐다. 렌트한 차를 망가뜨릴까 봐,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하나, 무섭기까지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때, 앞에 보이는, 딸이 주차하려고 했던 주차장에 미국인 남자가 주차를 하고 내렸다. 딸은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무언가 도움을 구했다. 그 사람은 우리 차에 다가와서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딸과 대화를 한다. 딸은 운전석에 앉고 차 액셀을 밟는다. 뒷바퀴도 거뜬히 넘어갔다. 자동차 아래에 턱이 닿아 망가질 줄 알았는데, 아니다. 도움을 요청한 딸, 그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준 사람. "엄마, 나 용감하지? 그리고 이럴 때 항상 누군가 나타나서 도와주더라!" 딸은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나서, 나에게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미국에서 혼자 살아갈 때, 이렇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니까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딸은 다시 운전했다. 이제 언덕을 내려와, Alamo Square로 향했다. 우리의 뜻대로가 아니어서 더 풍성한 자연을 감상했다. 친절한 사람을 만나, 따스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내 뜻대로 안 되는 인생, 시간이 지나고 보면 놀라운 비밀을 경험하기도 한다. 딸 합격소식도 이런 과정을 거치려나 보다. 딸이 원하는 곳은 다 합격이 안되고 있다.
알라모 스퀘어는 샌프란시시코에 있는 공원이다. 경사가 급한 언덕이다. 잔디가 잘 정리되어 있다. 뒤쪽으로 가면 강아지들 공원도 있다. 언덕 아래로 도시 건물들이 내려다 보인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아름답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도시락을 펼쳐 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길가에 2시간 주차를 했다. 그리고는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다. 마트도 갔다. 내일 아침에 먹을거리를 샀다. 언덕아래 도시를 감상하며 먹을 바나나도 샀다. 2시간 주차 시간이 되기 전에 공원에 와서 바나나를 먹었다. 여유 있는 호흡을 하면서. 한가로운 표정을 지으며. 쫓기듯 살아가는 습관을 조금은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아픈 허리가 조금씩 덜 아파진다. 숙소로 돌아와 허리 스트레칭을 했다. 딸은 허리 아픈 엄마가 잘 따라다녀서 안심한다. 딸은 노트북을 가지고 거실로 올라가면서 엄마는 살살 스트레칭도 하면서 쉬라고 한다. 운전도 하랴, 엄마 끼니마다 식사 챙기랴, 여행 코스 신경 쓰랴 힘든 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딸은 그런 나에게 "엄마 덕분에 내가 이렇게 엄마와 좋은 여행을 하니까, 난 엄마가 고마워!"라고 말한다. 딸고 나는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다. 항상 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