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일 토요일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필라델피아에서 떠나올 때, 오전 9시 출발 비행기가 오후 1시로 지연됐다. 델타항공사에서 피해 보상으로 식품 구매권을 줬다. 필라델피아에서 시카고를 경유하여 샌프란시스코까지 오는 동안 사용하면 된다. 경유지 시카고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는 동안 사용해도 됐다. 딸과 나는 기내에서만 사용해야 되는 줄 알았다. 그 덕분에 기내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얻었다. 지연으로 인한 보상 선물로 두 개의 샌드위치와 음료를 받았다. 그 샌드위치와 음료를 오늘 아침에 먹었다. 일용할 양식을 받은 셈이다. 두 개 중 한 개는 어제 아침에 반씩 나누어 먹고, 나머지 한 개도 오늘 아침에 반반씩 먹었다. 짐을 다 챙겼다. 오늘 저녁에 LA로 간다.
오늘 첫 일정 장소는 스탠퍼드 대학 근처 음식점이다. 딸이 대학재학 중, 인턴으로 일했다. 코로나 때라서 그랬는지, 미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일했다.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시는 분, 대표님이시다. 그때, 그 대표님을 만난다. 한국에서 만난 미국 남자와 결혼하신 후, 미국에서 교육프로그램 개발사업을 한다. 딸은 그분을 만나기 전에 스탠퍼드 대학에 데리고 갔다. 만나기로 한 장소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며, 대단히 넓은 대학을 보여 준단다. 스탠퍼드 대학, 딸은 이 대학에 다니고 싶지만 실력이 안되어 못 다닌단다. 그 사실을 스스로 안타까워했다. 딸은 하버드대학에서도 공부하고 싶어 했다. 대학원 지원을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 다 했다. 다 떨어졌지만, 그 도전하는 용기가 훌륭했다. 안타깝기도 하고. 스탠퍼드 대학은 정말 넓고도 넓은 정원이다. 오래된 나무와 잔디, 대학 강의실 건물은 듬성듬성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대지에 건물들이 들어 있으니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운 여름 방학이라 그런 건가? 이른 아침시간이라 그런 걸까? 교정을 걷는 학생들이 몇몇밖에 없다. 우리는 스탠퍼드대학을 신나게 누볐다. 사진도 찍었다. 여전히 나는 모델, 딸은 사진작가다.
차로 8분 거리인 장소로 시간 맞춰 출발했다. 아침과 점심 사이,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카페 앞 도로에 도착하니 10시 정각이다. 딸은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10여분 전에 도착했는데 줄 서서 기다린다고. 예약을 걸어 놓으셨다고 한다. 딸은 주차를 하러 가고 내가 먼저 카페 앞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한국 사람이 없을 테니까 대표님이 나를 알아보실 거라고.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바로 횡단보도 건너편 길가에 멋진 카페가 있다. 카페 밖 정원에 사람들이 많다. 건너면서 카페 쪽을 보니 누군가 나를 보며 다가온다. 50대로 보이는 커트 머리의 여성분이시다. 영국신사가 쓸법한 모자를 쓴 중년 여성분이시다. 짐작건대, 대표님이다. 나에게 다가오신다. 내 딸 이름을 말하며, 내가 엄마냐고 물으신다. 몇 개월 전에 줌 영상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먼저 다가와 반갑게 맞아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미국 남자분도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시며 맞아 주셨다. 남편 분이시다. 딸이 주차를 하고 왔다. 딸도 대표님을 직접 만나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대표님은 딸과 나를 보며 엄청 반가워하셨다. 남편분도 덩달아 싱글벙글 웃으시며 좋아하신다. 인품이 좋아 보이신다. 부드럽고도 배려를 많이 해주실 것 같다. 우리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유명한 브런치 카페란다. 대표님은 딸을 꼭 만나고 싶었단다. 인턴 때, 일을 정말 잘해 주어서 좋았다며, 계속 칭찬하신다. 남편분은 프로그램 개발자, 시댁분들은 거의 다 하버드 대학 출신, 그런 분들이 딸과 나에게 맛있는 음식도 사 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분들이시다. 남편분도 한국말을 술술 잘하신다. 결혼 전, 한국에서 일하시며 한국어 학당도 다니셨단다. 한국 대기업 삼성. 대화 중에 남편분에게서 한국인의 정서가 물씬 드러난다. 딸과 나는 다시 힘을 얻는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많은 돈을 가진 것보다 더 큰 힘이다.
우리는 12시에 헤어졌다.
딸은 오후 2시에 교수님을 만나기로 했다.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 도와주셨던 교수님. 대학원 지원할 때, 추천서도 써 주시고 알뜰히 챙겨주신 분. 딸은 어제 교수님께 연락을 드릴까 말까 고민했다. 교수님이 이 쪽에 사신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 저녁 비행기 시간은 7시 30분. 그 사이에 만나 뵙고 싶어 했다. 딸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연락드려보라고 했다. 교수님이 기뻐하시며 오늘 오후 2시로 약속을 정하셨다. 교수님을 만나기로 한 곳은 산호세 대학과 가까운 곳이다. 2시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딸은 산호세 대학을 구경시켜 주었다.
우리는 둘 다 화장실이 급했다. 대학 건물을 살펴보았다. 어느 건물도 들어가지 못했다. 다 잠겨 있다. 학생카드가 있어야 한다. 학교 밖으로 나왔다. 학교 옆에 영화관이 있었다. 혹시나 하고 문을 찾았지만 다 닫혀있다. 좀 더 걸었다.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에서 화장실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시가 되어가니 딸만 교수님을 만나고 오기로 했다. 나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내가 가면 이야기가 겉으로 흐를 듯한 생각이 들어서 딸만 다녀오라고 했다. 딸은 내가 혼자 잘 있을 수 있냐고 걱정한다. 걱정이 된 딸은 교수님과 만나기로 한 장소 근처, 스타벅스에 나를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커피도 사주고 자리도 잡아 주었다. 화장실 비밀번호도 알아봐 주었다.
딸은 2시간 안에 올 거라며 승용차를 가지고 떠났다. 오후 4시가 되면서 딸이 금방 오겠구나! 생각했다. 4시 30분, 40분, 5시. 딸이 오지 않는다. 나는 차분하게 앉아서 공책에 끄적끄적 그동안의 일을 기록하고 있다가, 긴장되기 시작했다. 7시 30분 비행기. 랜트한 차도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는 곳에서 공항기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있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나? 오다가 사고라도 났나?
5시 30분, 딸이 나타났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단다. 그 교수님과 그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하게 될 줄 몰랐단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딸. 나는 행복했다. 감사했다. 딸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단다.
공항까지 30분, 반납하고, 공항 기차로 이동하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짧다. LA공항에 도착하니 밤 9시다. 우리는 랜트카 회사 버스를 타고, 랜트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기아차로 선택했다. 숙소는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30분 정도 가는 곳이다. 시골이다. 딸은 엄마가 시골 분위기를 누리길 바라면서 숙소를 구했단다. 바다가 가까운 곳이다. 숙소에 도착 후, 샤워를 하고 나니 11시 19분이다. 꽉 찬 하루를 보냈다. 딸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사람들이다. 사람이 보배다.